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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위기에 빠진' 맨유-아스널 정면 충돌

 

벼랑 끝에 선 프리미어리그 라이벌 팀들끼리의 정면 충돌입니다. 리그에서 1~2위를 기록중이지만 최근 성적이 저조합니다. 위기에 빠졌지만 그것을 극복할 마땅한 카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든 앙숙을 넘어야 체면을 세울 수 있는 것이 두 팀의 현주소 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아스널이 명문 클럽으로서 자존심 회복을 놓고 진검승부를 펼칩니다. 맨유와 아스널은 13일 오전 2시 1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질 2010/11시즌 잉글리시 FA컵 8강에서 맞붙습니다. 두 팀은 2008년 2월 16일(맨유 4-0 승) 이후 3년 1개월 만에 FA컵에서 격돌하며 준결승 진출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은 현실을 상기하면, 이 대결에서 패하는 팀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사진=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왼쪽)-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오른쪽)의 모습을 비추며 FA컵 경기를 알리는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1. 맨유vs아스널, EPL 1~2위 팀 맞아?

우선, 맨유와 아스날의 최근 행보를 언급합니다. 맨유는 지난 2일 첼시전(1-2) 6일 리버풀전(1-3) 같은 라이벌 팀들에게 패했습니다. 최근 원정 4연전으로 확대하면 1승1무2패로 힘에 부쳤습니다. '리그 득점 1위' 베르바토프의 7경기 연속 무득점, 선수들의 줄부상, 긱스-스콜스 체력 저하, 캐릭 슬럼프 등 여러가지 불안 요소들이 산적합니다. 아스널은 지난달 28일 칼링컵 결승전 버밍엄전에서 1-2로 패하여 우승에 실패했고, 지난 9일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상대로 1-3을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떨어졌습니다. 특히 바르사전에서는 슈팅 0개(1골은 부스케츠 자책골)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그런 맨유와 아스널은 리그 1위를 다투는 관계입니다. 맨유가 승점 60점(17승9무3패) 아스널이 57점(17승6무5패)를 기록중이죠. 특히 아스널은 맨유보다 1경기를 덜 치렀기 때문에 리그 우승 판도가 어떻게 전개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두 팀의 대결은 리그가 아닌 FA컵 경기이지만, 이 경기 결과에 따라 두 팀 선수들의 사기가 엇갈립습니다. 이기는 팀은 지난날의 패배 악순환에서 벗어나 앞날의 승리를 위한 원기를 얻을 것이며, 패하는 팀은 걷잡을 수 없는 침체 수렁에 빠집니다. 또한 현지 여론의 시끄러운 잡음에 시달리며 험난한 여정을 그려가야 합니다. 라이벌전 패배는 그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2. 맨유, 아스널전 무패행진 해법은 역습...그러나

맨유는 최근 아스널을 상대로 6경기 연속 무패(5승1무)의 우세를 점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역습' 이 있었습니다. 빠른 순발력 및 종패스를 자랑하는 맨유 공격 옵션들은 아스널 수비가 정비되기 이전에 기동력으로 상대 진영을 파고들며 골을 엮었습니다. 또한 측면 옵션이 상대 배후 공간을 침투하거나 크로스를 띄우며 아스널 수비에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아스널은 그동안 공격 성향의 컬러가 두드러지면서 수비쪽에서 잔실수가 잦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나타냈습니다. 때때로 중원과 포백 사이의 공간이 벌어지는 만큼, 지금까지 맨유의 역습에 고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아스날전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역습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맨유는 아스널 진영을 상대로 역습을 펼칠 적임자가 마땅치 않습니다. 박지성-나니가 부상으로 동반 결장하기 때문이죠. '아스널 킬러'로 이름을 떨쳤던 박지성의 경우에는 지난 11일 퍼거슨 감독의 정례 기자회견에 의해 결장이 확정됐습니다. 현실적으로 긱스-오베르탕이 박지성-나니 공백을 메워야하는데 문제는 역습이라는 콘셉트에 부합되는 윙어들이 아닙니다. 긱스는 체력 저하, 오베르탕은 실력 및 실전 감각 부족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죠. 플래쳐의 윙어 전환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중원에도 필요한 자원입니다. 루니에게 엄청난 기동력이 요구되는 현실입니다. 과연 아스날전에서 역습을 팀 공격의 근간으로 삼을지 의문입니다.

3. '체력 열세' 아스널, 배수진을 쳐라

아스널의 맨유전 불안 요소는 체력입니다. 지난달 12일 울버햄턴전 부터 지난 9일 바르사에 이르기까지 4주 동안 8경기를 치렀습니다. 1주일에 2경기를 뛰는 빠듯한 일정에 시달렸죠. 그래서 주축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커졌고 몇몇 선수는 부상 악령에 빠졌습니다. 그 와중에는 칼링컵 결승전 및 바르사전 패배까지 겪으면서 정신적인 아픔까지 겹쳤습니다. 특히 9일 바르사전에서는 수비 중심의 축구를 펼치면서 '아름다운 축구'를 포기했지만, 오히려 3실점 및 슈팅 0개의 굴욕을 당하며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거듭되면서 맨유 원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체력 부담이 더 심해질 것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스널은 맨유 원정 승리가 절실합니다. 팀에 마땅한 리더가 없기 때문에, 맨유전에서 패하면 선수들의 사기가 완전히 꺾이면서 팀 플레이가 느슨해지고 공격의 임펙트가 약해지는 문제점에 직면합니다. 2007/08시즌 후반기에 갑작스럽게 흔들리면서 맨유에게 리그 우승을 허용했던 때가 그 예죠. 또한 아스널은 맨유전 승리시 2005/06시즌 부터 이어졌던 무관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칼링컵 결승전에서 버밍엄에게 패했지만 FA컵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대회임에 충분합니다. 맨유를 제압하면서 FA컵 우승의 강력한 후보를 밀어냈던 점도 긍정적이죠. 올드 트래포드에서 배수진을 쳐야 하는 입장입니다.

4. 박지성-파브레가스 결장, 두 팀에게 기회

맨유와 아스널의 단판 승부를 결정지을 키워드는 '부상 공백' 입니다. 어느 팀이 주력 선수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경기력 약화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맨유는 박지성-나니-발렌시아-퍼디난드, 아스널은 파브레가스-월컷-송 빌롱-스체스니-베르마엘렌이 부상으로 결장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맨유는 긱스-오베르탕이 측면의 붕괴로 다른 윙어들의 부상 공백을 메워야 하는 버거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아스널 입장에서는 최근 맨유전에서 박지성-나니에게 농락당했기 때문에 두 선수의 결장을 반가워 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 같은 '아스널 킬러'가 등장하지 않는 것 자체가 "맨유전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아스널은 파브레가스가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하면서 맨유 원정 결장이 확정됐습니다. 파브레가스가 빠지는 아스널은 공격의 무게 중심이 약화되는 고질적 약점이 있죠. 칼링컵 결승전 버밍엄전에서 패했던 것도 파브레가스 결장과 맥락을 같이 했습니다. 로시츠키가 잦은 부상 여파에 따른 공격 지속성 부족으로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아스널 공격 전체가 흔들리는 문제점에 직면했죠. 파브레가스 대체자가 마땅치 않은 것, 나스리 파괴력이 최근에 가라앉은 것이 아스널의 또 다른 고민입니다. 판 페르시 출격이 그나마 위안입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최근 경기에서 중원이 불안했던 약점에 직면했기 때문에 파브레가스 결장에 반색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5. 베르바토프, 아스널전 선발 출전할까?

베르바토프는 최근 6번의 아스널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2008년 11월 9일 아스널 원정에서 루니와 함께 4-4-2의 투톱 공격수로 나섰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팀의 1-2 패배에 일조했습니다. 그 이후 아스널전 6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 선택에 의해 아스널전이 되면 어김없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었고, 맨유의 6경기 전적은 5승1무 였습니다. 베르바토프는 박지성-루니-나니 같은 빠른 타입의 경기를 펼치는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역습 전개에 걸림돌이 있었죠. 그래서 아스널전에 어울리지 않는 유형으로 꼽혔죠.

하지만 베르바토프는 이번 아스널전에 선발 출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맨유가 박지성-나니-발렌시아의 부상, 캐릭-스콜스-플래쳐 같은 중앙 미드필더 자원의 체력 및 컨디션 저하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4-2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투톱 체제라면 루니-베르바토프 조합이 퍼거슨 감독의 첫번째 옵션입니다. 또는 루니가 긱스 또는 오베르탕을 대신해서 4-3-3의 윙 포워드를 담당할 수 있죠. 루니-에르난데스 투톱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만, 베르바토프가 아스널전에 선발 출전할 수 있는 확률이 예전보다 높아졌습니다. 그동안 강팀에 약했던 행보를 이번 아스널전에서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