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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나들이

인천 월미도, 겨울과 봄이 공존했던 저녁

 

지난 4일 금요일 늦은 저녁 이었습니다. 인천의 어느 모 한식당에서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터뷰를 마친 뒤, 저와 함께 인터뷰에 참여했던 일행들과 헤어지면서 길거리를 돌아 다녔습니다. 원래는 동인천역 방향으로 나오려고 했는데 길거리를 걷다보니까 인천역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인천역 건물을 보면서 '월미도'라는 단어가 저의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동안 월미도를 가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그 기회를 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2009년 10월 추석 연휴 이후로 월미도를 가보지 못했죠.

월미도를 가고 싶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 겨울을 보내면서 바다를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빡빡한 일상 속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경우가 흔치 않죠. 지난해 2월 설날 연휴에는 안산 오이도에서 겨울 바다를 봤지만 날씨가 너무 추웠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바닷가이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3월초에 바다를 보게 됐습니다. 날짜상으로는 봄이겠지만 이번 겨울이 많이 추웠기 때문에, 월미도에서 '겨울과 봄의 공존'을 느끼게 됐죠. 또한 저녁에 바다를 구경하는 것은 매우 오랜만 이었습니다.


인천역 맞은편에는 차이나 타운이 있었습니다. 저녁 10시에 찍었던 사진인데 배경이 어두웠습니다. 늦은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죠. 언젠가 기회 된다면 차이나 타운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버스를 타고 월미도에 도착했습니다. 도로 분위기는 한적했습니다.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인상을 받았죠.


그럼에도 길거리 분식점이나 야구 타격장이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관광지 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야구 타격장에서는 오랜만에 방망이를 잡았는데 볼을 치기가 쉽지 않더군요. 군대 가기전에 학교 근처 야구 타격장에서 볼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보다는 감각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월미도를 마주보는 건물들은 저녁이 되면서 네온 사인 조명이 밝게 빛났습니다. 회집 및 커피 전문점, 오락실 같은 놀이점들이 주로 있었죠. 아직은 날씨가 춥기 때문에 보행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회집이나 커피 전문점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한 가지 옥의 티는 호객 행위 였습니다. 회집 2~3곳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끈질기게 따라 붙으며 호객 행위를 하더군요. 2009년 10월 을왕리 해수욕장 및 2010년 2월 안산 오이도에서도 같은 현상을 목격했는데, 수도권 서해안쪽 바닷가 만큼은 호객 행위가 근절되어야 할 것 같아요.


월미도 보행 거리 풍경입니다. 가로등 및 기념비, 벤치가 많이 설치되었더군요. 아스팔트 길이 단조롭고 삭막하지 않았어요. 볼 거리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2011년은 인천 방문의 해 입니다. 인천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인천 입장에서 많은 노력과 정상을 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천 국제 공항을 끼고 있는 교통의 이점, 송도 신도시 개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천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미도에는 노래비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고 박경원씨(2007년 작고)가 1954년에 발표했던 '이별의 인천항'이라는 노래입니다. 인천을 대표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노래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야간이었지만, 바다 물결을 육안으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바다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바다를 보면서 '포근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더군요. 날씨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바다 물결을 보면 색다른 기분 이었습니다.


바다를 오랫동안 지켜보다가 발이 시렵더군요. 평소같으면 운동화를 신었는데, 그날은 구두를 착용했기 때문에 발이 평소보다 추위를 탔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은 춥지 않았습니다. 겨울과 봄이 함께 공존했던 시간대였던 이유도 있지만,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까 마음이 새로웠습니다.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고 싶은 느낌이었죠.


2009년 10월, 그리고 이번에 월미도를 찾았던 느낌은 서로 달랐습니다. 2009년 10월에는 무언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시기였고, 지금은 그 목표를 이루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며 오랫동안 행복하고 알차게 살아야 하는 고민에 직면했습니다. 저의 진로 문제가 화두였죠. 바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행복하게 살자'고 말입니다. 저의 마음이 아직 차갑지만, 봄이 되면 좋은 일들이 여럿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때는 지금의 기분이 사라지면서 밝은 기운을 느끼고 싶네요.


월미도에서 관광객들이 터뜨리는 불꽃 모습입니다. 불꽃을 즐기기 위해서 놀이를 즐겼겠지만, 그 사람들도 저마다의 행복을 바랄 것입니다. 저로서도 불꽃을 보면서 위안을 얻습니다. 다음에 월미도에 올 때는 어떤 기분으로 오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2011년 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파워블로거 타임즈(http://pbatimes.com/)에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