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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포항vs성남, 서로에게 아쉬웠던 무승부

 

2011시즌 K리그 첫 골이 터졌던 포항과 성남의 경기는 무승부로 막을 내렸습니다. 두 팀 모두 K리그 개막전이기 때문에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경기 전체적 관점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앞날의 도약을 위한 희망을 얻은 것도 있었지만 아직은 부족합니다.

포항과 성남은 5일 오후 3시 스틸야드에서 진행된 2011시즌 K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1-1로 비겼습니다. 전반 4분 아사모아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운 것을 모따가 골문에서 헤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모따의 골은 올 시즌 K리그 모든 팀들을 합해서 첫 골입니다. 후반 14분에는 조동건이 박스 오른쪽에서 시도했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고, 김진용이 왼쪽 문전 쇄도 과정에서 오른발로 리바운드 동점골을 기록했습니다. 후반 45분에는 포항 노병준이 페널티킥을 날렸지만 성남 골키퍼 하강진 선방에 막혀 팀 승리를 이끌지 못했습니다.

포항은 승리 본능 부족, 성남은 주력 선수 공백이 문제

포항은 K리그 개막전에서 4-4-2를 활용했습니다. 신화용이 골키퍼, 김정겸-김광석-장현규-신광훈이 수비수, 황진성-김태수-신형민-김재성이 미드필더, 아사모아-모따가 공격수에 배치 됐습니다. 설기현이 얼마전 재계약 결렬로 팀을 떠나면서 공격진의 무게감이 떨어졌고 슈바-김형일까지 부상으로 결장했습니다. 성남은 포항전에서 4-1-4-1로 나섰습니다. 하강진이 골키퍼, 박진포-사샤-윤영선-김태윤이 수비수, 김성환이 수비형 미드필더, 송호영-조재철-심재명-남궁웅이 2선 미드필더, 조동건이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K리그 신인 박진포-심재명이 선발 출전했지만 홍철-라돈치치가 부상으로 빠졌습니다.

전반전에는 가나 대표팀 출신 공격수 아사모아의 원맨쇼가 돋보였습니다. 아사모아 발끝에서 포항이 골 기회를 마련했죠. 전반 4분에는 아사모아가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을 때 윤영선이 자신의 유니폼을 잡아 당기면서도 몸이 밀리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따에게 크로스를 연결한 것이 선제골이 됐죠. 168cm의 작은 신장이지만 몸싸움에 밀리지 않는 하체 밸런스가 발달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반 13분에는 하프라인 왼쪽에서 황진성에게 오픈패스를 띄웠던 것이, 황진성의 드리블 돌파에 의한 역습으로 전개됐습니다. 팀 공격 기회를 만들어가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아사모아는 전반 20분 아크 오른쪽에서 사샤의 견제를 받을 때 턴 동작으로 뚫으면서 골문 가까운 쪽으로 볼을 배급했습니다. 전반 35분에는 성남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박스 왼쪽을 파고들며 슈팅을 시도했죠. 상대 수비 압박에 개의치 않고 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에 능합니다. 또한 후반 25분에는 박스 왼쪽에서 사샤-윤영선-김성환의 견제를 받을 때 좁은 빈틈을 찾으면서 오른발 슈팅을 날린 것이 골 포스트를 강타했습니다. 골이 들어가지 못했지만 볼 키핑이 안정적입니다. 성남전 한 경기만을 놓고 보면 K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토스(제주)와 경기 스타일이 흡사합니다.

성남이 전반전에 고전했던 원인은 아사모아의 공격력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모따에게 전반 초반에 골을 내줬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골 기회를 만들었던 아사모아를 대인 방어로 승부하는 것은 위험했습니다. 빈 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 커버링을 시도했지만, 스쿼드가 경험이 적고 마땅한 리더가 없기 때문에 경기 초반에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황진성-김태수-신형민-김재성으로 짜인 포항 미드필더 라인이 전방으로 올라오면서 성남의 무게 중심이 후방쪽으로 밀렸죠. 그나마 모따의 공격을 반감시킨 것을 위안삼았지만 아사모아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성남은 미드필더진에서 양질의 패스가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조동건을 비롯한 공격 옵션들이 포항의 강한 압박에 막혀 공격이 차단되기 일쑤였죠. 경기 상황마다 간격이 긴 패스를 연결하며 공격을 다이렉트하게 풀어가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포항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지난해 같았으면 라돈치지-조병국(세트 피스때)이 박스쪽에서 공중볼에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지금은 공격의 다양성이 사라졌죠. 중원에는 김철호-전광진 같은 K리그 잔뼈가 굵은 중고참들이 떠나면서 경기 흐름을 조절할 선수가 없습니다. 송호영-남궁웅 같은 윙어들이 몰리나처럼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죠.

그래서 성남은 교체 선수 투입으로 경기 흐름 반전에 나섰습니다. 전반 43분 김진용(out 남궁웅) 후반 8분 남궁도(out 심재명)를 조커로 활용했죠. 남궁웅은 왼쪽 팔꿈치 탈골로 교체가 불가피했고 '신인' 심재명은 K리그 데뷔전 때문인지 경기 흐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남궁도-조동건이 투톱을 맡고 김진용-송호영이 좌우 윙어를 담당하는 4-4-2로 전환하여 포항에 기동력으로 맞섰습니다. 카운트 어택을 시도하면서 빌드업 속도를 높이고, 남궁도-조동건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데 주력하면서 많은 선수들의 활동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죠. 특히 김진용은 최전방과 2선을 번갈아가는 프리롤 형태의 공격을 펼쳐 성남 공격의 물꼬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포항은 성남의 변화된 공격력을 미숙하게 대응했습니다.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초지일관 아사모아의 공격력에 의지했습니다. 성남의 후방 옵션들이 여전히 아사모아에게 끌려다녔지만 역의 관점에서는 포항 공격을 읽었음을 뜻합니다. 적어도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간격을 좁히고 존 디펜스를 통해 후방 골격을 유지하면서 상대에게 경기 흐름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포항은 이렇다할 전술 변화 없이 아사모아를 위주로 공격 기회가 주어졌고, 결국 후반 14분 수비수 실책으로 동점골을 허용합니다. 장현규가 송호영 크로스를 잘못 걷어낸 것이 조동건 슈팅으로 이어졌고, 볼이 크로스바를 맞은 것이 김진용 동점골로 이어졌습니다.

포항의 첫번째 교체 대상자는 장현규(후반 23분 in 김원일) 였습니다. 수비 보강을 위한 교체였죠. 성남 공격에 끌려다녔기 때문에 더 이상 수비 문제를 방관할 수 없었습니다. 장현규에게 주전 센터백 자리를 내준 김원일의 동기부여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가 있었죠. 하지만 아사모아가 후반 중반부터 페이스가 떨어졌고 모따는 성남 수비에게 발이 묶였습니다. 아사모아가 체력이 약하기 보다는 그의 공격력에 의존했던 포항 전술이 더 문제였습니다. 후반 39분 아사모아 대신에 투입했던 노병준은 6분 뒤 페널티킥을 실축했습니다. 1-1로 비긴 포항의 승리 본능이 부족했던 후반전 이었습니다.

그런 포항이 무승부에 만족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모따의 부상입니다. 후반 43분 박진포 오른발에 의해 오른쪽 허벅지와 무릎 앞쪽을 경계하는 부위를 가격 당하면서 심한 통증을 느꼈죠. 경기 투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느꼈는데 부상이 어느 정도 심한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사모아의 성남전 맹활약은 K리그의 특급 외국인 공격수가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입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상대 수비진을 분쇄하며 골 기회까지 노렸죠. 슈팅 정확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타겟맨' 슈바가 부상에서 복귀하면 최상의 시너리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성남의 포항전 무승부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열악한 스쿼드 속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하강진이 노병준의 페널티킥을 선방하면서 볼을 궤적을 정확히 읽은 것은 동료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보강하기 전까지 경기력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포항전에서 모따에게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준 이후 더 이상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지 않는' 끈끈함을 기를 것으로 보입니다. 사샤를 제외하면 경험 많은 선수들이 없는 만큼, 시즌 초반 고비를 무사하게 넘기면 후반기 오름세가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