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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19세' 윌셔, 위기의 아스날 구할까?

 

아스날은 지난달 28일 칼링컵 결승 버밍엄전에서 1-2로 패했습니다. 후반 44분 코시엘니의 실책성 플레이로 마틴스에게 결승골을 허용했기 때문에 패배의 충격이 큽니다. 2004/05시즌 FA컵 우승 이후 지난 시즌까지 무관에 빠졌던 그림자가 올 시즌에도 짙은 색깔입니다. 버밍엄을 비롯해서 약팀에게 종종 고전하는 기복의 경기력을 놓고 볼 때, 프리미어리그-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같은 중요 대회에서 우승할 전력인지 의문입니다.

이러한 아스날의 행보가 다사다난에 빠진 이유는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에 빠졌습니다. 판 페르시-파브레가스-월컷-송 빌롱-코시엘니 같은 주력 자원들이 부상으로 신음중입니다. 특히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천금의 동점골을 뽑았던 판 페르시가 무릎 부상으로 최소 3주 동안 결장하는 것은 아스날에게 청천벽력과 다름없는 소식입니다. 오는 9일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바르사 원정에서 8강 진출을 굳혀야 하지만, 샤막-벤트너 같은 그동안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중앙 공격수를 기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특히 샤막의 폼은 시즌 전반기보다 떨어진 상황입니다.

[사진=잭 윌셔 (C)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아스날의 앞날 전망이 불안한 또 하나의 이유는 미드필더진에 있습니다. 파브레가스-디아비-송 빌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로시츠키가 버밍엄전에서 부진했죠. 특히 로시츠키가 우려되는 이유는 예전 만큼의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잦은 부상으로 기량이 정체 됐습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클래스가 살아있기 때문에 몇몇 경기에서 존재감 그 이상의 힘을 발휘했지만 파브레가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지속성이 떨어집니다. 당분간 경기 출전 시간이 늘어나는 현실임을 감안할 때 잠재적인 부상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들이 한 가지 잊고 있었던 것은, 로시츠키가 '유리몸의 대명사'라는 점입니다.

나스리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도 예상됩니다. 그동안 측면에서 제 기량을 발휘했기 때문에 중앙 배치가 다소 모험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나스리의 문제점은 중앙에서 횡패스 혹은 낮은 패스 위주의 공격을 전개하며 아스날의 공격 템포를 떨어뜨립니다. 측면에서 영민한 움직임을 과시하는 이유는 공간을 넓게 커버하여 개인기를 시도하거나 전방으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패턴에 익숙하죠. 중앙에 배치되기에는 상대팀의 압박 세기와 싸우면서 공격 파괴력이 반감됩니다. 그럼에도 아스날의 취약한 미드필더 환경을 놓고보면 나스리의 포지션 전환은 벵거 감독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스날에게 희망적인 것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윌셔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스날에게 아쉬웠던 버밍엄전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다했던 선수가 바로 윌셔 였습니다. 상대 미드필더와의 볼 경합에서 우세를 점하여 빠른 원터치 패스로 아스날 공격의 분위기를 고조시켰죠. 송 빌롱-로시츠키-클리시-사냐 같은 주변 동료 선수들의 폼이 떨어졌던 아쉬움 속에서도, 윌셔는 공수 양면에서 그나마 선전 했습니다.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상대 선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몸싸움 및 커팅 능력은 '과감함'이 자신의 주무기임을 뜻합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아스날이 지난해 12월 28일 첼시전-지난달 17일 바르사전 승리를 이끈 주역이 윌셔 였습니다. 윌셔가 두 경기에서 골을 터뜨렸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스날이 승리하는 경기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상대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면서 팀의 압박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안겨줬죠. 그 결과 첼시-바르사는 허리 싸움에서 파괴력이 저하되었고, 윌셔가 그 틈을 노리면서 정확하고 날카로운 종패스로 공격 기회를 연출하며 팀의 승리에 일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아스날은 그동안 첼시-바르사에 약한 면모를 보였죠. '윌셔 효과'가 나타났던 겁니다.

최근 윌셔의 경기 패턴을 놓고 보면 홀딩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상대 공격을 무너뜨리는 투쟁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19세의 나이가 경험 부족 또는 성인 경기에 대한 자신감 결여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윌셔는 그 특징을 당돌함으로 채우며 아스날 전력에 활력을 쏟았습니다. 송 빌롱이 최근 경기력이 저조한 것도 윌셔가 그 불안 요소를 커버했죠. 아스날의 앞날 일정이 순탄치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윌셔의 오름세가 그나마 위안입니다.

윌셔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파브레가스의 공백을 메울 대안입니다. 단순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스날 공격을 짊어질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질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 볼턴에 임대되었을 때 4-4-2의 왼쪽 윙어로서 다양한 형태의 패스를 자유자재로 연결하며 코일 감독의 기술 축구 정착에 획을 그었던 경험이 있죠. 볼턴에서의 커리어는 올 시즌 아스날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지금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본래는 공격적인 재능이 타고났던 플레이메이커 출신입니다. 벵거 감독이 모험을 선택하면, 윌셔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송 빌롱이 무릎 부상으로 빠진 현 시점에서는, 윌셔의 수비형 미드필더 포진은 유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스날에게 중요한 일전인 9일 바르사전에서는 로시츠키 대신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가능성을 염두할 수 있습니다. 또한 디아비는 3일 레이튼전(FA컵 16강 재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데니우손까지 그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습니다. 백업 멤버 에부에도 수비형 미드필더 전환이 가능하죠. 아스날 중원 옵션이 버밍엄전 보다 두꺼워졌기 때문에 윌셔의 전방 배치에 힘이 실리죠. 파브레가스가 바르사 원정에 모습을 내밀지 않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물론 윌셔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벵거 감독의 선택에 달린 일입니다. 하지만 윌셔는 어느 포지션에서든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기질이 넘쳐 흐릅니다. 측면 및 중앙, 수비형 및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옵션으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그 장점을 아스날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윌셔는 위기의 아스날을 구할 적임자로서 적절합니다. 또한 아스날의 무관 악연을 끝낼 '거너스(아스날 애칭)'의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