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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비디치 결장보다 더 큰 문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2일 첼시 원정에서 1-2로 역전패 했습니다. 시즌 후반기 독주 체제를 형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놓쳤으며 '첼시 홈 구장' 스탬포드 브릿지 징크스 극복에 실패했습니다. 더욱 뼈아픈 것은 네마냐 비디치가 경기 종료 직전에 퇴장 당하면서 오는 6일 라이벌 리버풀 원정에 결장합니다. 퍼디난드-에반스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현실임을 감안할 때 비디치의 결장은 맨유에게 타격이 될 것입니다.

맨유는 리버풀전에서 스몰링-브라운을 센터백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스몰링은 최근에 폼이 올라오면서 비디치와 무리없이 호흡을 맞췄지만 첼시전에서 유리 지르코프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어린 선수 답게 경험 부족의 약점을 드러냈죠. 브라운은 1998년 부터 맨유에서 뛰었던 '원클럽맨' 이지만 올 시즌에는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배제되면서 경기 출전 횟수가 극히 적었습니다. 상대팀 리버풀이 '3500만 파운드 사나이' 앤디 캐롤을 복귀시킬 예정임을 상기하면 맨유의 수비가 취약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사진=첼시 원정에서 1-2로 패했던 맨유. 비디치 없이 리버풀 원정을 치러야 합니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리버풀 원정' 앞둔 맨유의 최대 불안 요소는 센터백이 아니다

맨유가 센터백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드필더진의 강한 압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미드필더들이 포백과 폭을 좁히고 커버링을 강화하는 존 디펜스를 형성하면서 리버풀에게 공격 길목을 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상대 공격을 차단하면 종패를 통한 역습 전개를 통해 반격을 노려야 합니다. 문제는 맨유 선수들의 체력 입니다. 첼시와의 전반전에서 선전했으나 후반전에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전을 허용했던 원인은 체력 저하에 있었습니다. 지난달 27일 위건 원정을 치렀으나 첼시가 경기를 소화하지 않았던 일정의 불리함이 맨유 선수들을 지치게 했습니다.

그런데 리버풀전에서도 체력 문제를 걱정해야 합니다. 맨유가 첼시 원정을 치렀던 주중에는 리버풀의 경기 일정이 없었습니다. 리버풀은 지난달 27일 웨스트햄 원정에서 1-3으로 패하면서 리그 4위 도전을 위해 맨유전 승리를 벼르고 있습니다. 맨유는 첼시전에 이어 리버풀전에서도 체력적인 불리함을 안고 싸워야 합니다. 전반전보다는 후반전에 경기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다분하죠. 이른 시간안에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수비 안정에 주력하는 것이 리버풀전 해법입니다. 하지만 리버풀은 상대 전력 특징에 따라 3백과 4백을 가리지 않는 포메이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맨유가 최근 리버풀전 3연승을 달성했지만 안필드에서 벌어질 이번 경기는 어찌될지 알 수 없습니다.

맨유는 리버풀전에서 점유율 축구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떨어진 체력을 만회하려면 하프라인 부근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리면서 공격 옵션들의 수비 가담을 줄이고 포백의 전진 배치가 가능한 이점이 있죠. 공격 템포를 늦추면서 경기를 전개하면 체력 소모가 크지 않을 것입니다. 긱스-베르바토프가 첼시전에서 선발 제외된 것은 리버풀전에서 점유율 축구를 펼치겠다는 전략일 공산도 없지 않습니다. 특히 베르바토프는 2경기 연속 선발 제외되면서 리버풀전에 투입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럴 경우, 맨유는 긱스-나니를 좌우 윙어로 배치하면서 루니-베르바토프를 투톱으로 놓는 4-4-2의 점유율 축구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2008/09시즌 중반까지의 전술이 판박이 형태가 되는 셈입니다. 발렌시아 자리에 나니가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러나 맨유가 점유율 축구를 펼치기에는 중원이 취약합니다. 스콜스-캐릭이 정상적인 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안데르손이 부상으로 이탈한 현 상황에서는 스콜스-캐릭-플래쳐-깁슨 중에 두 명이 리버풀전 선발 출전 기회를 잡습니다. 깁슨을 라이벌전에 선발로 믿고 기용하기에는 경기 운영의 미숙함이 리스크로 작용하며, 그나마 플래쳐가 첼시전에서 선전했지만 리버풀전에서 그 폼을 재현할지는 의문입니다. 다른 누구보다 많이 뛰면서 공격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컸습니다. 스콜스-캐릭은 두말 할 필요가 없죠. 스콜스는 체력 저하에 시달리면서 활동 폭이 줄어든 단점에 직면했고, 캐릭의 기량은 더 이상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첼시전에서 부진했던 대표적인 선수들이죠.

그런 맨유는 리버풀의 강한 중원과 맞서야 합니다. 아무리 리버풀이 웨스트햄 원정에서 패했지만 중원이 두꺼운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도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부임한 이후부터 말입니다. 메이렐레스는 호지슨 체제에서 조용했던 공격력이 폭발하면서 리버풀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고, 그동안 부진했던 루카스-폴센-아우렐리우의 폼이 올라왔습니다. 제라드까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중원의 구심점이 등장했죠. 달글리시 감독 대행 초기에는 제라드-메이렐레스의 호흡이 맞지 않는 단점이 나타났지만 지난달을 기점으로 그 약점을 극복했습니다. 지난달 6일 첼시 원정에서 강한 응집력을 발휘했던 리버풀 중원의 면모를 놓고 보면 맨유전에서 만만치 않은 경기를 펼칠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럴 경우, 맨유가 리버풀을 상대로 점유율 축구에서 승산을 나타낼 확률이 높지 않게 됩니다. 리버풀도 점유율 확보에는 일가견이 있죠. 미드필더 끼리의 팽팽한 접전이 계속 될 경우 맨유가 체력적으로 불리한 것은 분명합니다. 스콜스-캐릭의 중원 장악이 더 이상 예전같지 않다는 것도 맨유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죠. 중원이 조직적인 단단함이 요구되는 특성이 있음을 상기하면 플래쳐 한 명에 기대는 것은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치더라도 결국에는 체력 문제를 걱정해야 합니다. 일주일 만에 경기를 치르는 팀(리버풀)과 4일 만에 경기 출전을 강행하는 팀(맨유)의 체력전은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맨유의 센터백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맨유가 리버풀전에서 체력 문제에 직면하면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후반전에 캐롤을 교체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있죠. 캐롤의 컨디션이 얼마만큼 올라왔을지는 알 수 없지만 상대 센터백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수비수와의 정면 경합에서 주늑들지 않는 자신감, 우월한 피지컬 및 파워, 공중볼 다툼 등에 이르기까지 자기 실력으로 상대 수비를 제압할 수 있는 타입에 속합니다. 또한 캐롤의 존재감은 수아레스-카위트-막시 같은 후방 공격 자원들의 경기력이 살아나는 효과를 안길 수 있습니다. 맨유가 리버풀전에서 승리하려면 이 같은 시나리오가 재현되지 않기를 바래야 합니다.

맨유 입장에서 만약 리버풀전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렸다면 그나마 승산은 있었을 것입니다. 올 시즌 리그 홈에서 13승1무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전은 안필드에서 치러집니다. 맨유는 올 시즌 리그 원정에서 4승8무2패로 고전했습니다. 그리고 리버풀은 유난히 안필드에 강한 면모가 있습니다. 두 팀의 라이벌전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상으로는 맨유가 불리합니다. 비디치 결장을 중심에 두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퍼거슨 감독의 역량, 최근들어 예측 불허의 경기를 펼치는 루니의 오름세가 맨유에게 희망 요소라 할 수 있죠. 역의 관점에서는, 맨유가 리버풀 원정에서 승리하면 전력적인 불안 요소를 이겨낸 결과이기 때문에 첼시 원정 패배의 무거운 기운을 떨치는 이득을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