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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무리뉴 효과 없었던 리옹전 무승부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 스페인)가 후반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리옹 징크스' 극복에 실패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무리뉴 감독을 영입하면서 유럽 제패를 향한 의지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리옹(프랑스)에게 고전했습니다. 그나마 선제골을 터뜨린 것이 위안이었지만 '무리뉴 효과'는 없었습니다.

레알은 23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타드 드 제를랑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리옹 원정에서 1-1로 비겼습니다. 후반 19분 카림 벤제마가 교체 투입과 동시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리옹 징크스를 극복하는 듯 했으나, 후반 38분 바페팀비 고미스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끝내 승리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리옹과의 역대 전적에서 7전 4무3패를 기록했으며 다음달 17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치러질 16강 2차전에서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하거나 승리해야만 8강 진출이 가능합니다.

'공격 축구' 레알, 리옹 압박에 고전

레알은 리옹 원정에서 4-2-3-1로 나섰습니다. 카시야스가 골키퍼, 아르벨로아-카르발류-페페-라모스가 수비수, 케디라-알론소가 더블 볼란치, 호날두-외질-디 마리아가 2선 미드필더, 아데바요르를 타겟맨으로 기용했습니다. UEFA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레알의 포메이션을 4-3-2-1로 표기했지만 실제로는 디 마리아가 오른쪽 윙어를 맡았기 때문에 4-2-3-1이 맞습니다. 32강 본선에서 주로 활용했던 포메이션이었죠. 홈팀 리옹은 4-3-3으로 맞섰습니다. 요리스가 골키퍼, 시소코-로브렌-크리스-레베예르가 수비수, 툴라랑이 수비형 미드필더, 칼스트롬-구르퀴프가 공격형 미드필더, 델가도-고미스-바스토스가 스리톱에 포진했습니다.

사실, 레알의 경기 초반은 불안했습니다. 미드필더진의 수비 가담이 많았지만 서로의 위치가 중복되거나(더블 볼란치 및 센터백) 적절한 지점에서 위치를 잡지 못하는(디 마리아) 문제점이 나타났죠. 여기에 리옹의 빠른 볼 터치에 의한 속공에 시달리면서 마킹이 느슨한 약점이 부각 됐습니다. 또한 레알 미드필더들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리옹의 강력한 압박을 받으면서 패스가 끊기고 아데바요르가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현상에 직면했습니다. 레알이 볼을 잡으면 리옹 선수들이 본능적으로 압박했습니다. 전반 8분에는 호날두가 외질쪽으로 힐패스를 띄웠던 것이 상대 수비에게 차단당했는데, 리옹의 압박에 시달리면서 공격 옵션끼리의 간격이 벌어졌던 흐름을 대변했습니다.

레알은 전반 10분까지 볼 점유율에서 62-38(%)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흐름에서는 리옹에게 밀렸습니다. 리옹이 레알전 승리를 위해 선 수비-후 역습을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레알이 월드 클래스급 선수들을 앞세워 공격 축구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수비적인 전략이 불가피했죠.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칼스트롬-구르퀴프는 종방향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에 임하고 쉴새없이 전방 패스를 띄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레알 미드필더들의 패스가 끊기도록 예상 침투 공간 길목을 선점했습니다. 하지만 리옹은 전반 15분까지의 패스 정확도에서 63-72(%)로 밀렸습니다. 압박에서 레알에 우세를 점했으나 공격의 효율성이 떨어졌죠.


[사진=리옹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레알 마드리드 (C)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메인(realmadrid.com)]

레알-리옹, 서로에게 아쉬웠던 전반전

레알의 전반전 문제점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호날두의 과잉 압박을 풀어낼 공격 옵션이 없었고 둘째는 아데바요르-외질을 활용한 중앙 공격이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디 마리아는 오른쪽 윙어로서 전반 23분까지 패스 정확도 82%(9/11개)를 기록하며 무난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디 마리아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는 선수입니다. 결국에는 호날두-아데바요르-외질 같은 선수들이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리옹 압박에 막혀 부진했죠. 호날두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음을 상기하면 외질의 '존재감 제로'가 아쉽습니다. 상대 중원 뒷 공간을 파고드는 침투패스 또는 드리블 돌파가 연출되지 못하는 과감함 부족이 팀 공격의 마이너스를 초래했죠.

4-2-3-1의 약점은 원톱의 고립입니다. 한 명의 최전방 공격수가 두 명의 상대 센터백과 매치업을 치르는 수적 열세에 시달리기 쉽죠. 그래서 2선 미드필더들이 원톱과 유기적으로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들어야 합니다. 레알 같은 경우에는 미드필더들이 아데바요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패턴이었죠. 하지만 아데바요르의 움직임은 문제 있었습니다. 최전방에서 고정된 형태에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리옹 수비수들에게 둘러 쌓일 수 밖에 없었죠. 2선으로 내려가면서 동료 선수들과 간격을 좁히고 패스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는 움직임에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상대에게 심리적 부담을 안기면서 '탈압박'에 성공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죠. 그러나 아데바요르는 2선에서의 움직임이 소극적이었죠.

레알이 전반 33분 리옹에게 실점성 역습을 허용한 장면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바스토스의 드리블 돌파에 의해 후방이 뚫리면서 실점 위기에 직면했죠. 델가도의 슈팅이 골문 윗쪽으로 뜨면서 선제 실점을 모면했지만 리옹 역습에 대처하는 경기 운영이 아쉬웠습니다. 세트 피스라도 후방을 의식해서 커버 플레이를 준비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너무 공격에 몰두했습니다. 그래서 후방쪽에서 라인 컨트롤을 잡을 기미가 없었죠. 이것은 레알이 골 갈증을 의식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또한 레알은 전반 41분 아데바요르, 42분 외질이 오프사이드를 범했습니다. 리옹의 강력한 압박에 시달리면서 불안정한 경기 운영을 나타냈습니다.

리옹의 전반전도 아쉬웠습니다. 전반전 경기 흐름에서 우세를 점했다면 선제골을 넣었어야 했습니다. 레알이 공격적인 팀 컬러가 뚜렷하기 때문에 후반전에 골을 터뜨릴 여지가 있었죠. 그렇다면 리옹은 전반전에 선제골로 기선 제압을 하면서 후반전에 1-0 리드를 지키거나 추가골을 터뜨릴 여유를 부리는 실리적 경기 운영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로페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던 공백을 메우지 못했죠. 전반전 패스 정확도에서 52-72(%)로 밀린 것도 아쉬웠지만, 박스 안에서 골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골잡이의 존재감이 없었던 것이 리옹의 한계였습니다. 압박에 충실하면서 '지지않는 축구'에 주력했지만, 골 갈증을 풀지 못하면서 '이기는 축구'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벤제마 선제골에 웃었던 레알, 고미스 동점골에 울었다

레알은 후반 초반에 두 번이나 '골대 불운'에 시달렸습니다. 후반 3분 호날두가 왼쪽 박스 바깥에서 프리킥을 띄웠던 것을 라모스가 중앙에서 헤딩 슈팅을 날렸으나 골 포스트를 강타했습니다. 1분 뒤에는 라모스의 헤딩 슈팅이 또 다시 크로스바에 걸리고 말았죠. 두 장면 중에 하나라도 골이 되었으면 1-0으로 앞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합니다. 경기에서 1-1로 비기더라도 원정 다득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모스의 헤딩 슈팅은 매우 불운했습니다. 그런 레알은 후반 초반에 디 마리아를 중앙, 아데바요르를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는 스위칭을 시도하며 반격 기회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공격 과정에서의 세밀함 부족은 여전했죠.

그나마 후반 초반에는 호날두가 리옹의 압박에서 풀어지는 이점을 얻었습니다. 디 마리아가 중앙과 오른쪽 측면을 오가며 상대 수비를 교란하면서 호날두에게 빈 공간이 열리는 현상이 나타났죠. 후반 10분에는 호날두가 하프라인 중앙에서 밀착 마크를 받지 않고 디 마리아쪽에 대각선 패스를 띄우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문제는 외질 이었습니다. 연계 플레이에서 이렇다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아데바요르가 박스 안에서 골 기회를 노리는 흐름을 만들어주지 못했죠. 기복이 심한 약점이 리옹 원정에서 발목잡히고 말았습니다. 무리뉴 감독 입장에서 카카 조커 카드를 만지작 거릴 타이밍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레알이 리옹의 압박에 고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빌드업 속도가 느립니다. 후방에서 전방쪽으로 빠르게 패스 연결을 하면서 리옹의 압박 속도를 이겨야 하는데 지공에 의존합니다. 그러면서 미드필더들의 횡패스가 잦아집니다. 케디라-알론소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공격 전개가 미흡했다는 뜻입니다. 리옹 원정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 올 시즌 주전급 선수로 거의 매 경기를 치렀던 체력적 부담이 가중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무리뉴 감독을 영입한 것을 미루어보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점유율 축구에 치중하면서 체력 문제 극복을 시도했지만 상대의 압박이 강했습니다.

결국, 무리뉴 감독은 후반 18분 선수 교체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아데바요르를 빼고 벤제마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경기 흐름에서는 카카의 존재감이 절실했지만 무리뉴 감독 입장에서는 골을 터뜨릴 적임자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벤제마가 교체되자마자 골을 터뜨리면서 레알이 1-0으로 앞섰습니다. 외질이 왼쪽 측면에서 툴라랑이 소유한 볼을 빼앗아 중앙쪽을 파고들며 호날두에게 오픈패스를 띄웠고, 호날두가 볼을 받자마자 왼쪽에 있던 벤제마에게 침투 패스를 연결하며 드리블 돌파 기회를 유도했습니다. 이에 벤제마는 상대 수비수 가랑이 사이를 파고드는 오른발 슈팅을 날리며 레알의 골 갈증을 풀었습니다.

레알은 1-0 리드를 위해 수비를 강화하는 교체 작전을 펼쳤습니다. 후반 22분 케디라를 빼고 라스(라사나 디아라), 후반 29분 외질을 벤치로 내리고 마르셀루를 투입했습니다. 호날두-벤제마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4-4-2로 전환했습니다. 미드필더진에는 마르셀루-알론소-라스-디 마리아가 포진했죠. 특히 마르셀루가 수비쪽에서 움직임을 늘리면서 리옹의 역습 의지를 꺾는데 주력했습니다. 리옹이 동점골을 노릴 가능성이 다분했기 때문에 수비 강화가 불가피했죠. 그러면서 추가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미드필더진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리옹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앞쪽으로 끌어올리면서 역습을 노리는 패턴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레알은 후반 38분 고미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습니다. 고메스는 리옹의 프리킥 때 골문 중앙에서 크리스의 헤딩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리옹이 기사회생 했다면 레알은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특히 왼쪽 수비가 고미스에게 슈팅 공간을 허용한 것이 실점의 화근 이었습니다. 아르벨로아가 고미스의 움직임을 포착했던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한 순간의 수비 집중력 저하가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는 꼴이 되었죠. 그래서 레알은 1-1로 경기를 마치면서 끝내 리옹 징크스를 풀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