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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맨유전에서 이변 꿈꾸는 두 약팀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의 화두는 '이변' 입니다. 지난 주중에 열렸던 4경기 중에 3경기 결과가 여론의 예상과 정반대였기 때문입니다. 챔피언스리그에 첫 출전했던 토트넘은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을 원정에서 제압했고, 아스날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상대로 첫 승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샤흐타르 도네츠크는 이탈리아 AS로마 원정에서 3-2 역전승을 달성했습니다. AC밀란-바르사-AS로마의 패배는 다소 의외였습니다.

이번 주중에도 16강 1차전 4경기가 벌어집니다. 23일에 코펜하겐vs첼시-리옹vs레알 마드리드, 24일에 마르세유vs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인터 밀란vs바이에른 뮌헨의 경기가 진행됩니다. 리옹vs레알 마드리드-인터 밀란vs바이에른 뮌헨이 '백중세'라면 나머지 두 경기는 전력 편차가 두드러집니다. '강팀' 첼시-맨유의 전력이 '약팀' 코펜하겐-마르세유를 앞서있죠. 하지만 16강 1차전이 지난 주중에 이변이 펼쳐졌듯, 이번주에도 그 행보를 기대할 여지가 존재합니다. 공교롭게도 코펜하겐-마르세유는 첼시-맨유를 홈으로 불러들입니다.

코펜하겐-마르세유, 첼시-맨유 발목 잡을까?

개인적인 의견부터 밝히면, 코펜하겐-마르세유가 첼시-맨유전 승리를 바라는 차원에서 포스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첼시-맨유가 챔피언스리그 16강 조추첨에서 무난한 상대를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코펜하겐은 올 시즌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던 '토너먼트 초짜'이며, 마르세유는 지난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첼시-맨유의 '일방적인 승리'는 흥행적인 측면에서 싱거움이 없지 않죠. 제3자 축구팬 관점에서는 16강 1차전에서 이변을 기대할 여유가 있습니다.

[사진=첼시전에서 페르난도 토레스 또는 디디에 드록바와 매치업을 펼칠 마티아스 잔카 요르겐센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코펜하겐은 32강 D조 본선에서 2위(3승1무2패)로 16강에 진출했던 클럽입니다. 조별 본선 6경기 모두 4-4-2로 나섰으며 그 중에 4경기는 은도예-그론캬르가 투톱을 맡았습니다. '7년전까지 첼시에서 뛰었던' 그론캬르는 본선 1차전 루빈 카잔전, 본선 3차전 바르사전에서 왼쪽 윙어로 출전했었죠. 또한 코펜하겐은 본선 6경기에서 7골 5실점을 기록했습니다. 5실점 중에 3실점을 바르사전에서 허용한 것을 감안해도 수비 조직력이 견고하죠. 골키퍼 빌란드는 본선 4차전 바르사전에서 5개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1-1 무승부를 공헌했던 것과 동시에 UEFA가 선정하는 경기 최우수 선수에 뽑혔습니다.

그런 코펜하겐은 첼시와의 16강 1차전을 홈에서 치릅니다. 홈에서 열렸던 조별 본선에서 2승1무를 기록했기 때문에 첼시전에서 주눅들지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 중에 한 경기였던 본선 4차전 바르사전에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점유율 35-65(%)를 기록하는 수비 위주 경기로 상대 공격의 빈틈을 내주지 않는데 주력했습니다. 전반 30분에 존 디펜스가 무너지면서 메시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면 철저한 커버 플레이로 상대 공격의 템포를 제어하는데 성공했죠. 첼시가 바르사처럼 공격에 주안점을 두는 특징을 고려하면, 코펜하겐은 바르사전 맞춤형 전술이었던 수비 축구를 첼시전에서 그대로 활용할 것입니다.

특히 센터백을 맡는 '21세' 요르겐센은 코펜하겐의 키 플레이어로 꼽을 수 있습니다. 191cm의 장신으로서 바르사와의 홈 경기에서는 메시 봉쇄에 성공했습니다. 그 경험이라면 첼시전에서 토레스 또는 드록바의 공격을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토레스-드록바의 폼이 좋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요르겐센의 수비력이 코펜하겐 전력에 적잖은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들은 볼 배급의 창의성 및 순발력이 떨어집니다. 압박 과정에서 많이 뛰지만 상대의 공격 템포가 빨라지면 빈 공간을 노출하는 단점이 있죠.

코펜하겐이 16강 1차전에서 이변을 일으킬 단 하나의 '틈새'는  첼시의 페이스가 떨어졌습니다. 최근 3경기에서 승리가 없었으며 프리미어리그 5위로 추락했습니다. 지난 19일 FA컵 32강 재경기 에버턴전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탈락하면서 안첼로티 감독의 경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테리-이바노비치-하미레스-아넬카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폼이 좋지 않죠.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코펜하겐 원정에 나서는 행보 자체가 불안합니다. 그런 코펜하겐이 첼시전에서 선 수비-후 역습에 의한 전술적 준비가 완벽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첼시의 클래스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맨유와 상대하는' 마르세유는 32강 F조 본선에서 2위(4승2패)로 16강에 올랐습니다. 본선 2차전 첼시전까지 무득점 2연패에 빠졌으나 그 이후 4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승리하면서 16강 고지에 올랐죠. 본선 6경기에서는 12골 3실점을 기록했으며, 중앙 공격수 지냑의 부진속에서도 동료 선수들이 다양한 패턴에 의한 골 과정을 연출했으며 실점이 적습니다. 올 시즌 프랑스리그에서 최소 실점 2위(20실점)를 기록할 정도로 수비 조직력이 견고합니다. 주 포메이션은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으로 배치하는 4-3-3이며, 시세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그 윗선에 있는 세이유-루초가 공격을 조율하는 형태 입니다.

마르세유의 약점은 공격진 입니다. 확실하게 골을 터뜨릴 공격 자원이 없죠. 지냑이 올 시즌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친 것도 문제였지만 최근에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맨유전에 결장합니다. 마르세유의 챔피언스리그 본선 4연승 주역이었던 오른쪽 윙 포워드 발부에나도 부상에 시달리는 중입니다. 그래서 16강 1차전 맨유전에서는 에이유-브란당-레미로 짜인 스리톱을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브란당은 올 시즌 프랑스리그에서 1골에 그쳤지만 챔피언스리그 본선 5차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전-6차전 첼시전에서 골을 터뜨렸던 인물입니다. 에이유-레미 같은 신예 공격 자원들은 올 시즌에 폼이 올라오면서 팀 공격 전개의 감초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마르세유의 맨유전 승리를 책임질 키 플레이어는 루초 입니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패싱력 및 유연한 공수 완급 조절, 강력한 킥력을 자랑하는 선수로서 특히 킬러 패스가 으뜸입니다.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보다는 앵커맨에 가까운 성향으로서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수비시에는 적절한 커버 플레이로 압박 과정에 참여하며 팀의 수비력 향상에 기여했죠.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안데르손 부상-캐릭의 부진-스콜스의 잠재적 체력 저하를 직면했기 때문에 루초 봉쇄에 성공할지 의문입니다. 다만, 맨유 입장에서는 마르세유가 역삼각형 형태의 허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세이유-루초의 뒷 공간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르세유는 데샹 감독의 내공이 비범합니다. 2003/04시즌 AS모나코의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06/07시즌 유벤투스의 세리에A 승격, 2009/10시즌 마르세유의 프랑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지도자입니다. 승부조작으로 2부리그에 추락했던 유벤투스를 한 시즌 만에 세리에A로 복귀시켰고, '또 다른 승부조작 팀' 마르세유는 18년 만에 리그 우승을 견인했습니다. 지금까지 거둔 결과물을 놓고 보면 퍼거슨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패할 인물은 아닙니다. 올 시즌 킬러 부재 속에서도 스쿼드의 응집력을 강화하며 '지지않는 축구'의 컨셉을 강화했죠.

물론 마르세유는 맨유에게 무게감에서 밀립니다. 객관적인 전력상 맨유의 우세가 두드러지죠. 하지만 16강 1차전은 마르세유의 홈에서 치르며 맨유에게는 원정 경기입니다. 맨유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에서 3승8무1패의 강팀답지 못한 행보를 거듭했고, 지난 6일 '리그 최하위' 울버햄턴 원정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원정에서의 불안함은 마르세유에게 이변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맨유에게는 방심하지 않는 경기 자세가 요구되죠. 지난 20일 5부리그 크롤리 타운과의 FA컵 16강에서 1-0으로 이겼으나 답답한 공격을 일관했던 경기 내용이 매끄럽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