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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지동원-윤빛가람, 2011 K리그 흥행 아이콘

 

1. 6년 전 K리그에서는 '박주영 효과'라는 키워드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박주영은 2005년 1월 카타르 8개국 청소년 대회에서 4경기 9골을 몰아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신들린 듯한 득점포는 골 갈증에 시달렸던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되었죠. 그리고 한달 뒤, FC서울에 입단하면서 K리그에 입성했습니다. 사람들은 '과연 박주영이 K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며 기대감을 가졌고, 그런 박주영은 2005시즌 18골(득점 2위)를 비롯 신인상을 수상하며 K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특히 2005시즌 K리그는 '박주영이 있음에 행복했던 시즌'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박주영 경기는 K리그에서 많은 관중을 보장했기 때문이죠. 서울의 홈 경기는 두말 할 필요 없으며, 박주영이 원정 경기를 치를때는 다른 구단들까지 '박주영 효과'를 누렸습니다. 원정팬들도 박주영이 활약하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겁니다. 또한 서울은 2005시즌 관중 1위(45만 8,605명)를 기록했으며 그 해 7월 10일 포항전에서는 K리그 최다 관중(4만 8,375명, 당시 기록)을 달성하며 K리그 최정상 인기 구단으로 거듭났습니다. 박주영 효과가 K리그의 흥행을 짊어졌죠.

박주영 효과는 그가 2008년 프랑스로 떠난 뒤에도 여전합니다. 지금도 박주영 팬들이 서울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팬들이 서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서로 다르겠지만, 박주영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분들이 많은 편이죠. 박주영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서울을 응원하는 팬들을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은 마케팅에 대한 여러가지 노하우를 발휘한 끝에 지난해 K리그 평균 관중 3만 시대(3만 2,576명)를 열었습니다. K리그 최초로 시즌 50만 관중 돌파(54만 6,397명) K리그 최다 관중(6만 747명) 기록까지 새롭게 경신했죠. 서울의 성공 사례는 K리그 흥행의 좋은 예가 됐습니다.

2. 그러나 지난해 K리그는 서울의 흥행 속에서 평균 관중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2009시즌 평균 관중은 1만 1,226명 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만 942명으로 소폭 떨어졌습니다.(K리그 챔피언십 제외) 서울이 평균 관중 3만 시대를 맞이했지만 K리그 전체의 인기를 짊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냉정한 관점에서 접근하면, 서울은 2010시즌에 참가했던 15개 클럽(지금은 16개) 중에 하나였습니다. 다른 클럽들의 관중이 증가해야 K리그가 흥행할 수 있다는 답을 얻을 수 있죠.(평균 관중 2만 6.163명의 수원은 논외)

지난해는 남아공 월드컵이 열렸던 해였습니다. 과거 같았으면 '월드컵 특수'를 기대할 수 있었죠.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구름 관중은 없었습니다. 월드컵 이전과 다를 바 없었죠. TV에서는 K리그 중계에 소극적이었거나 중계 취소 사태까지 빚어졌고, 언론에서는 K리그의 텅 빈 관중석 사진이 등장하면서 축구팬들의 논란 대상이 됐습니다. 그 외에도 마케팅 전략의 어려움, 승강제 부재(2013년 도입), 지역 연고제 정착의 미비 등을 거론할 수 있죠. 또한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이끈 주역들 중에는 해외파들이 즐비했습니다. 대중들의 초점이 해외파에게 쏠릴 수 밖에 없었죠. 

결국에는 스타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중요합니다. K리그가 흥행하려면 마케팅 및 지역 연고제 활성화 같은 많은 요소들을 꼽을 수 있지만, 단기적 관점에서는 스타 플레이어의 힘이 필요합니다. 대중들이 주목하기 쉬운 아이콘이 '스타'이기 때문이죠. 언론에서 네임벨류가 높은 선수를 자주 언급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또한 프로스포츠에서 스타 발굴은 필수입니다. 그것이 프로야구와 프로농구의 차이점이죠. 프로야구는 스타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지만 프로농구는 과거 농구대잔치 세대 이후에 전국구 선수로 꼽을만한 선수가 많지 않습니다.(농구를 좋아하는 저로서 아쉬운 일이지만) K리그는 선수들의 해외진출 사례가 잦기 때문에 스타 발굴에 지속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2011 K리그는 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답이 이미 제시됐습니다. 2011 아시안컵에서 K리그 선수들이 두각을 떨쳤기 때문이죠. 그동안 해외파가 사람들의 주된 관심을 받았다면 아시안컵에서는 K리거가 중심 이었습니다. 지동원-구자철(당시 제주)-이용래-윤빛가람-홍정호 등을 거론할 수 있죠. 아시안컵 득점왕에 올랐던 구자철은 독일로 떠났고, 이용래-홍정호는 살림꾼 기질이 뚜렷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K리그 신인상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지동원-윤빛가람이 올 시즌 K리그 흥행을 짊어질 아이콘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3. 지동원-윤빛가람은 국가 대표팀의 이슈를 몰고 다니는 선수들입니다. 지동원은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이며 윤빛가람은 조광래호의 황태자로 익히 알려졌습니다. 특히 윤빛가람은 최근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나이지리아전-이란전 골 장면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의 폼이 앞으로 변함없으면 꾸준히 국가 대표팀에 발탁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여론의 주된 관심을 받게 될 것입니다. 조광래호의 내공이 향상되려면 두 선수의 거침없는 성장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K리그가 올 시즌 흥행에 성공하려면 지동원-윤빛가람의 스타성을 활용해야 합니다. 관중 증가를 위한 스타 마케팅, 중계권 협상 성공을 위한 무기, K리그의 이슈를 자극하는 스토리 형성 같은 이점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동원-윤빛가람의 K리그 활약상을 담은 하이라이트를 케이블 스포츠 채널을 통해 방영하는 아이디어도 필요합니다.(다른 스타 플레이어도 마찬가지) 두 선수는 대표팀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조광래호 보다는 K리그에서의 경기 출전이 더 많다는 것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지동원-윤빛가람의 소속팀은 각각 전남, 경남 입니다. 어쩌면 일부에서는 두 선수가 지방팀 소속이기 때문에 K리그 인기 향상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남은 9년 전 김남일을 통해 월드컵 특수를 누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또한 지동원은 전남 유스 클럽인 광양제철고 출신이며 윤빛가람은 경남 창원 출생입니다. 전남과 경남의 연고지를 빛낼 프랜차이즈로 거듭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스타 플레이어를 통한 친근함에 의해 지역 연고제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이점이 있죠. 서두에서 6년 전 박주영 효과를 언급했듯, 이제는 지동원 효과-윤빛가람 효과를 기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