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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인천 유병수, 공격력 변화를 기대하는 이유

 

'월미도 호날두' 유병수(23, 인천)는 국내에서 톱클래스 공격수로 손꼽힙니다. 지난해 K리그 최연소 득점왕(28경기 22골)의 결과가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K리그 11위 팀 인천에서 이렇다할 특급 도우미 없이 득점왕을 달성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아무리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지만 K리그에서의 활약만큼은 경이적 이었습니다. 그런 유병수를 과소평가 하면서 K리그를 깎아내리는 일각의 편협한 반응은 씁쓸합니다.

하지만 유병수는 K리그라는 틀에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대표팀에서 두각을 떨쳐야 할 시기가 왔기 때문입니다. 축구 선수가 내실있게 성장하려면 되도록이면 큰 물에서 뛰어야 합니다. 아시안컵에 참가했으나 지난 2월 10일 터키전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을 놓고봐도, 아직 유병수는 갈길이 멉니다. 유럽 진출을 목표로 하는 입장이라면 대표팀에서의 행보는 중요할 수 밖에 없죠. 아시안컵 기간 중에 미니홈피 구설수가 있었지만 그 화살은 조광래 감독에게 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병수가 조광래 감독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전술적인 괴리감 때문입니다.

유병수 업그레이드, 대표팀 공격에 반드시 도움 될 것

유병수의 스타일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박스 안에서 골을 노리는 냄새가 탁월한 공격수입니다. 본프레레-아드보카트호 시절의 이동국 이후로 대표팀에서 보기 드물었던 유형이죠. 그 이후에 박스 안을 지켰던 공격수들이 등장했지만 상대 수비와의 경합에서 밀리거나 골 부족에 시달리며 대표팀에서 낙마했습니다. 지금의 박주영 같은 경우에는 필드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아시안컵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던 지동원은 제로톱을 소화하면서 왼쪽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에 익숙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타겟맨을 두지 않은 전술이 적중한 케이스죠.

그런 유병수가 아시안컵 호주전에서 제로톱에 적응하는 것은 버거웠습니다. 후반 21분 지동원을 대신해서 교체 투입했지만, 지동원처럼 최전방-2선-왼쪽 측면을 활발히 오가며 다른 동료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주고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패턴이 자신의 옷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인천에서 골을 노리는 타겟맨으로 활용되더니 실전에서 시행착오가 나타났죠. 그 이전에 대표팀에서 제로톱에 대한 훈련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교체 멤버로 출전했기 때문에 슈퍼 서브의 존재감을 발휘하기에는 어려웠습니다. 자신의 공격력에 의해 경기 흐름을 결정짓는 기질 보다는 선발 선수로서 골에 익숙한 타입이었기 때문이죠.

결국 유병수는 후반 44분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호주전 승리를 이끌 조커로 투입되었으나 다시 벤치로 돌아오는 굴욕을 당했죠. 엄연히 질책성 교체 였습니다. 그 이후로 A매치에 뛰지 못했죠. 자신의 공격 스타일이 조광래 감독 전술에 어울리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무리 최전방 공격수라도 박스 바깥 쪽에서의 움직임이 중요함을 조광래 감독이 주문하고 있죠. 그 전술을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는 유병수가 아닌 지동원 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유병수가 대표팀에서 낙마한 원인을 미니홈피로 꼽을지 모르겠지만, 조광래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전술적 이유일 뿐이죠. 축구는 감독 성향에 맞는 선수들이 입지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표팀은 유병수의 장점(골)을 대체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이 없습니다. '아시안컵 득점왕' 구자철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엄연히 미드필더 입니다. 터키전이 적절한 예 입니다. 지동원이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밀리거나, 최전방에서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여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도하지 못하면서 구자철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박스쪽으로 침투해서 골을 노리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구자철은 경기 초반 왼쪽 윙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죠. 지동원이 제로톱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면 구자철의 득점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것이 조광래호 제로톱의 문제점입니다. 또한 제로톱은 수준 높은 개인 기량을 갖춘 공격 옵션들이 뭉쳐있을 때 유리한 전술입니다. 지동원-구자철은 더 발전해야 하는 선수들입니다.

조광래호는 플랜B가 필요합니다. 제로톱이 안되면 다른 패턴의 공격 전술을 구사해서 상대 골망을 흔들어야 합니다. 박스 안에서 골을 책임질 수 있는 공격수를 보강하는 것이죠. 최근에는 김신욱을 활용했지만 196cm의 장신을 활용한 포스트플레이에 익숙한 체질입니다. 또한 지동원이 올해 U-20 월드컵, 런던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조광래호에 꾸준히 전념하기에는 체력적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대표팀 중복 차출이 이루어지지 않는 전제 조건에서 말입니다. 조광래호가 지동원의 제로톱에 의존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유병수가 조광래호에 필요한 선수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다른 옵션들과 차별화된 '골' 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조광래 감독이 유병수의 골 생산을 키워주는 전술로 변경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의 세밀하고 빠른 패스 플레이를 주문하며 선수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하는 것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겁니다. 스페인식 패스 게임의 성공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유병수는 조광래 감독을 흡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공격 재능을 겸비해야 합니다. 때로는 박스 바깥에서 동료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공존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박스쪽을 비집으며 골을 노리는 패턴으로 말입니다. 지금까지 타겟맨에 익숙했다면 이제는 만능형 공격수로 진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난해 K리그 득점왕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유병수의 공격력 변화를 기대하는 이유는 한국 축구의 킬러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K리그 득점왕에 오르면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죠. 올해 23세로서 아직 젊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룰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K리그 득점왕을 이루어낸 만큼, 올 시즌 인천에서는 자신의 공격력 변화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물론 득점왕 2연패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공격 패턴에 안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 나아가면 인천의 에이스로서 K리그 돌풍을 주도해야 하는 숙명이 있죠. 허정무 인천 감독도 유병수가 직면한 현실을 충분히 인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유병수의 대표팀 합류를 결정짓는 기준은 바로 '인천' 입니다. 올 시즌 인천에서 얼마만큼 공격력이 달라지느냐에 따라 대표팀에서의 승선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발상을 전환하면, 축구팬들의 K리그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유병수의 업그레이드는 대표팀 공격력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