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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vs맨시티, 결정적 승부처 5가지는?

 

세계 축구의 대표적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더비'는 다른 경기에서 보기 드문 팽팽한 긴장감을 나타냈습니다. 올 시즌 리그 우승을 노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팽팽한 접전이 90분 동안 계속되었죠. 골을 넣기 위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웨인 루니의 바이시클 킥은 올 시즌 최고의 골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맨체스터 더비의 승자는 맨유였습니다. 12일 저녁 9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에서 맨시티를 2-1로 제압했습니다. 전반 40분 루이스 나니가 문전 쇄도 과정에서 라이언 긱스의 원터치 패스를 받아 왼발로 선제골을 밀어넣었고, 후반 20분에는 에딘 제코가 문전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던 것이 다비드 실바의 엉덩이를 맞고 동점골이 됐습니다.(기록상 실바의 동점골) 그리고 후반 32분에는 루니가 문전 중앙에서 나니의 크로스를 오른발 바이시클 킥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맨시티전 승리로 리그 1위(16승9무1패, 승점 57)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울버햄턴을 2-0으로 제압한 2위 아스날과 승점 4점 차이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맨시티는 리그 3위(14승7무6패, 승점 49)에 머물렀으며 맨유와의 승점이 8점으로 벌어졌습니다. 사실상, 맨유-아스날과의 리그 우승 경쟁 레이스에서 밀렸습니다.

[사진=맨시티전 2-1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1. 박지성 부상vs데 용 부상, 맨시티가 치명적이었다

맨유와 맨시티는 주력 선수 부상이라는 공통된 불안 요소가 있었습니다. 맨유의 박지성은 경기 하루 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복귀전이 늦쳐졌고, 맨시티 데 용은 지난 12일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에 출전했지만 여전히 발목이 좋지 못했죠. 맨체스터 더비의 관건은 긱스-밀너가 박지성-데 용 공백을 메우느냐 입니다. 긱스는 그동안 아시안컵에 차출되었던 박지성을 대체하는 기간이 늘어났지만, 밀너는 올 시즌 수비형 미드필더 보다는 윙어로서의 출전 횟수가 더 많았다는 점이 변수였습니다. 또한 맨유는 나니 같은 또 다른 걸출한 윙어를 보유했고, 맨시티는 데 용 같은 투쟁적인 홀딩맨이 없는 차이점이 있었죠.

결국, 맨시티는 데 용 공백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밀너가 데 용 같은 역할을 하기에는 수비쪽에서의 공헌도가 떨어졌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60분 출전하면서 두 번의 인터셉트를 기록한 것을 간과할 수 없겠지만, 데 용처럼 중원에서 끈적한 수비력을 펼치면서 상대 미드필더를 괴롭히는 포스를 밀너에게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패스 플레이가 활발했지만 배리와의 컨셉이 겹치는 단점이 나타났죠. 올 시즌 맨시티에서 주로 윙어로 출전했던 특성이 없지 않지만 공격을 조율하는 능력 또한 위력적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밀너가 후반 15분 교체되면서 맨시티의 패스 플레이가 매끄럽게 살아났죠. 그리고 긱스는 박지성 공백을 메우면서 맨유의 승리를 이끕니다.

2. 맨시티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긱스의 회춘

맨시티는 거물급 선수 영입이 잦은 클럽 입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전력 보강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단 하나는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1990년 맨유에 입단했던 '원 클럽맨' 긱스처럼 풍부한 경험을 통해서 팀 전력에 무게감을 실어줄 수 있는 레전드가 없습니다. 맨유로서는 나니의 1골 1도움이 값졌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긱스의 회춘이 맨유 승리 과정의 탄력이 됐습니다. 사실, 긱스의 맨시티전 맹활약은 의외였습니다. 과거에 비해 몸놀림이 느리고 체력적인 부담이 있기 때문에 맨시티의 터프한 수비에 밀릴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긱스의 선발 출전은 박지성 부상에 의해 급조된 것이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긱스는 맨시티전을 지배했습니다. 맨시티 수비수들이 압박을 펼치지 않는 공간쪽으로 빠지면서 안정적인 볼 컨트롤, 너른 시야를 활용한 날카로운 패싱력으로 팀 공격의 템포를 조절하는 아우라를 내뿜었습니다. 오른쪽 윙어로 뛰었던 나니(40개)보다 더 많은 패스(62개)를 연결하면서 볼 배급의 적극성을 발휘했습니다. 특히 전반 40분에는 문전쪽으로 파고들던 나니에게 왼발 원터치 패스를 밀어주면서 선제골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맨유가 스콜스 공격력이 평소보다 의기소침했고, 박지성 부상 공백의 불안 요소를 만회했던 것은 긱스의 맹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3. 루니의 바이시클 킥vs테베스 부진

루니의 골 장면은 '하트신이 막을 수 없는 루니의 바이시클 킥'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올 시즌 맨시티에서 철벽 선방을 과시했던 하트신(골키퍼 조 하트 별명)은 루니의 오른발 바이시클 킥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스콜스가 나니에게 오른쪽에서 찔러주는 대각선 패스 타이밍이 빨랐고, 나니의 오른쪽 크로스를 사발레타가 막아내지 못하면서 하트의 판단 대응이 늦어졌죠. 그리고 루니는 맨시티 수비가 정돈되지 않은 약점을 노리면서 바이시클 킥으로 슈팅을 노리는 기회를 얻었고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지난 시즌 무수하게 많은 골을 넣었던 그때의 본능을 다시 되찾았습니다. 맨시티전 결승골은 시즌 후반 대도약을 위한 자신감 성취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테베스는 '맨유 킬러'로서의 위용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내내 스몰링에게 봉쇄당했기 때문이죠. 맨유 진영을 파고들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나타냈고 동료 미드필더와 활발히 연계 플레이를 펼쳤지만, 끝내 스몰링을 제치지 못하고 골을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비디치의 커버 플레이까지 견뎌낼 정도로 집중 견제를 받았죠. 후반 15분에는 제코가 교체 투입하면서 왼쪽 윙어로 내려갔습니다(테베스는 제코와 함께 뛸 때는 항상 윙어였습니다.) 왼쪽 측면과 2선 중앙을 활발히 오가면서 패스에 주력했지만 맨유 선수들을 제치지 못하면서 끝내 골 갈증을 풀지 못했습니다. 이타적으로 움직였던 제코와의 콤비 플레이도 별 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죠. 맨시티로서는 테베스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4. 맨시티의 새로운 고민, 존슨의 부상 공백

맨시티는 맨유전에서 의외의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왼쪽 윙어에 콜라로프, 수비형 미드필더에 밀너가 배치되었죠. 데 용이 부상으로 빠졌던 공백을 밀너로 대체했지만, 밀너가 주로 담당했던 측면 미드필더에는 '풀백' 콜라로프가 대신 맡았습니다. 그러면서 실바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했죠. 하지만 콜라로프의 왼쪽 윙어 전환은 맨시티에게 좋지 않은 흐름으로 직결됐습니다. 왼쪽에서 공격의 맥을 짚지 못했기 때문이죠. 18개 패스 중에 10개가 부정확하게 연결되었을 정도로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맨시티 공격은 야야 투레-실바쪽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죠. 그런 콜라로프는 후반 7분에 교체 됐습니다.

그런 맨시티는 맨유전에서 존슨의 부상 공백을 실감했습니다. 존슨은 지난 1월말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3개월 동안 결장하게 됐죠. 실바가 왼쪽과 중앙을 오가며 팀 공격의 창의력을 키우고, 존슨이 크로스 및 돌파로 오른쪽 공격에 활기를 띄웠던 맨시티 주 공격 전술이 사라졌습니다. 밀너를 윙어로 활용하기에는 경기 흐름이 수비쪽으로 힘이 실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콜라로프를 왼쪽 윙어에 기용했습니다. 또한 콜라로프를 윙어로 올렸던 것은 왼쪽 풀백 사발레타와 함께 나니를 봉쇄하기 위한 맞춤형 전술 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나니의 맹활약을 키워주고 말았죠. 콜라로프는 박지성 같은 '수비형 윙어'가 아니었습니다.

5. 맨유는 역시 홈에 강했고 퍼거슨 저력이 느껴졌다

이번 맨체스터 더비는 맨유의 승리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맨유가 맨시티와의 최근 리그 5경기에서 4승1무로 앞섰기 때문입니다. 리그 원정에서는 3승8무1패로 부진했지만 홈에서는 12승1무의 '천하무적' 행보를 나타냈습니다.(통계는 27라운드 이전까지를 말함) 적어도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어느 누구도 맨유를 넘볼 수 없었으며 상대팀에게는 부담 요소 였습니다.

그 여파는 맨체스터 더비에서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실바가 동점골을 기록했던 후반 20분 1-1 이후의 상황이 그랬죠. 맨유는 후반 21분 안데르손을 빼고 베르바토프를 투입했지만 오히려 맨시티가 경기 흐름에서 앞섰습니다. 맨시티는 테베스가 왼쪽 윙어로 가세하면서 4-2-3-1의 틀을 유지했으며(제코 원톱) 미드필더들이 수없이 패스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맨유 미드필더들의 활동 반경이 후방쪽에 처질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맨시티는 맨유 박스쪽을 흔들어주는 연계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맨유 미드필더 뒷 공간을 파고드는 침투 패스의 타이밍 및 틈새를 못찾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맨유의 압박 작전이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후반 21분 베르바토프 투입과 동시에 4-4-2로 전환하면서 미드필더 전체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으며 루니까지 수비 범위를 넓혔습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깊은 수비를 펼치면서 맨시티의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끌어내렸죠. 맨시티가 션 라이트-필립스, 제코를 후반전에 교체 투입하면서 공격에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에 맨유가 수비를 강화하면서 카운트 어택으로 반격의 기회를 노렸던 겁니다. 그 전략은 성공했습니다. 루니가 결승골을 넣었을 때 맨시티 수비진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죠. 맨시티는 스콜스 대각선 패스-나니 크로스-루니 바이시클 킥을 모두 놓치고 말았습니다. 역시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은 대단했습니다.

-맨유vs맨시티, 골닷컴 영문판 평점(10점 만점)-

맨유(4-2-3-1) 판 데르 사르(6)/에브라(7)-비디치(8.5)-스몰링(8)-오셰이(6)/스콜스(6)-플래쳐(6)/긱스(7)-안데르손(6.5)-나니(8)/루니(8)/교체 : 베르바토프, 캐릭(이상 6)

맨시티(4-2-3-1) : 조 하트(6)/사발레타(6.5)-레스콧(6)-콤파니(7.5)-리차즈(7)/배리(6.5)-밀너(6.5)/콜라로프(6)-야야 투레(6)-실바(8)/테베스(6)/교체 : 션 라이트 필립스(6.5) 제코(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