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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3월 A매치 2경기, 유럽파 없이 치러보자

 

조광래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11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K리그 선수 2~3명을 대표팀에 추가 발탁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간급 선수 및 그동안 폼이 떨어졌던 선수를 다시 대표팀에 불러들여 전력 보강헤 나서겠다는 뜻입니다. 대표팀은 '최고참' 이정수-차두리(1980년생)에서 '주장' 박주영(1985년생) 사이에서 팀 전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해답을 K리그 선수의 발탁으로 풀겠다는 뜻입니다.

더 깊게 생각하면, 조광래 감독이 K리그 선수 발탁 폭을 넓힌 것은 유럽파 차출 빈도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유럽파 중용을 놓고 여론에서 논란이 많았고, 앞으로 다가올 3월 A매치 2경기(25일 콜롬비아전, 29일 몬테네그로전)가 국내에서 치러지면서 유럽파들이 장시간 비행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때는 시즌 후반이기 때문에 유럽파들의 체력 및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표팀에 합류합니다. 얼마전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박지성의 경우, 국내 또는 중국에서 치러졌던 3~4월 A매치에서 부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2007년 우루과이전, 2008~2009년 북한전)

지난 10일 터키전 명단에 포함되었던 유럽파들은 7명입니다. 차두리, 기성용(이상 셀틱) 이청용(볼턴)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손흥민(함부르크) 박주영(AS 모나코) 남태희(발랑시엔)이 바로 그들입니다. 만약 K리그 선수 2~3명을 대표팀에 추가 발탁하면 유럽파들이 그 숫자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몇몇 유럽파들이 제외되면 다른 유럽파들이 귀국하여 3월 A매치 2경기에 임해야 합니다. 자칫 여론에서 형평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를지 모릅니다.

2009년 8월 12일 국내에서 열렸던 파라과이전이 대표적 예 입니다. 허정무호는 박지성-이청용을 체력 안배 및 2009/10시즌을 준비하는 배려 차원에서 명단에 제외했습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의 생존 경쟁, 이청용은 볼턴에 입단한지 얼마되지 않은 특수성이 있었죠. 그러나 파라과이전 명단에는 박주영-조원희-김동진 같은 또 다른 유럽파들이 있었습니다. 김동진의 경우에는 러시아리그가 춘추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유럽파에 비해 경기 감각이 올라온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대표팀 소집 첫 날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끝내 하차했습니다. 만성피로 및 위장장애가 원인으로 거론되었죠.

문제는 박주영-조원희 였습니다. 두 선수도 박지성-이청용과 더불어 2009/10시즌을 앞두고 있던 상황 이었습니다. 더욱이 조원희는 박지성-이청용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파라과이전 이후의 행보가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박주영은 8월 중순에 왼쪽 팔꿈치 탈골을 당했고, 조원희는 당시 소속팀 위건에서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그 여파는 이듬해 1월 K리그로 유턴하는 시나리오로 이어졌죠. 파라과이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것은 아니지만, 8월 A매치를 치르지 않았다면 보다 여유롭게 새 시즌을 맞이했을지 모릅니다.

지금의 조광래호 유럽파들도 다를 바 없습니다. 7명 모두가 시즌 후반 일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팀의 우승을 위해 또는 중상위권 진입을 위해 싸울 것이며(차두리,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 남태희, 구자철) 또 다른 누군가는 팀을 강등권에서 구출해야 하는 숙명에 직면했습니다.(박주영) 하지만 이들 중에 일부가 3월 A매치에 임하고 다른 일부가 소속팀에 전념하면 파라과이전 처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지 모릅니다. 7명이 소속팀에서 입지를 키우면서 다음 시즌의 밝은 전망을 가늠케하고, 더 좋은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는 올 시즌 후반 만큼 중요한 기간이 없습니다.

물론 손흥민-남태희 같은 20세 신예들은 대표팀에서 계속 뛰기를 희망할 것입니다. 손흥민은 자신의 아시안컵 차출을 반대하려는 함부르크의 뜻을 거두면서 대표팀 합류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남태희는 A매치 데뷔전이었던 터키전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3월 A매치 2경기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할지 모르죠. 하지만 손흥민-남태희는 보호가 필요합니다. 올해 U-20 월드컵, 런던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전남의 지동원을 포함해서) 각급 대표팀과의 교통정리가 진행되지 않으면 청소년-올림픽 대표팀 경기까지 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혹사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죠.

이청용-차두리-기성용의 경우는 이미 여론에서 많이 전파됐습니다. 소속팀 감독들이 대표팀 차출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청용의 혹사는 거의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계속 대표팀에 포함시키면, 최악의 경우에는 볼턴이 이청용 혹사를 덮기 위해 걸출한 실력을 자랑하는 오른쪽 윙어를 영입할지 모릅니다. 극단적인 생각이겠지만 언제까지 이청용 혹사를 방치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차두리-기성용도 그 범주에 속할지 모릅니다. 또한 박주영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특수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아시안컵에서는 무릎 부상으로 불참했지만, 모나코 전력에서 꾸준히 공헌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모나코의 과오도 있었음) 박주영은 모나코의 강등권 탈출에 전념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죠.

구자철도 최근에는 이청용 못지 않게 혹사를 당했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부상을 참고 K리그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 일주일 휴식기를 가진 뒤 대표팀에 합류한 것, 볼프스부르크 입단 등을 꼽을 수 있죠. 아시안컵에서 체력 저하에 시달렸던 원인은 무리한 일정 소화가 컸습니다. 그 여파는 터키전까지 영향을 끼쳤고요. 최근에는 컨디션 저하에 의해 링거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볼프스부르크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몸 상태를 놓고 보면 3월 A매치 2경기를 위해 국내에 불러들이는 것은 혹사를 키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구자철에게 필요한 것은 팀 적응 및 컨디션 회복, 그리고 휴식입니다.

결국, 조광래호가 3월 A매치 2경기에서 유럽파를 합류하는 것은 무리한 선택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조광래 감독은 K리그 2~3명의 선수를 더 발탁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그 폭을 더 늘려야 합니다. K리그와의 차출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지 않는 팀에서 추가 발탁을 검토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를 대표팀에 뽑지 말자는 것은 아님) 챔피언스리그는 6월-8월에 일정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한 3월은 K리그가 개막하는 시기입니다. K리그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3월 A매치 2경기를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점을 조광래 감독 및 대한축구협회가 K리그에 설득해야 합니다.

어쨌든, 3월 A매치 2경기는 유럽파 없이 치르는 것이 나을지 모릅니다. 오는 9월 부터 시작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을 대비하는 입장이라면(한국은 3차 예선부터 시작) 6월-8월 A매치에서 대비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선수 보호가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