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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맨시티전 골이 기대되는 이유

 

이번 주말 유럽 축구의 최대 화두는 '맨체스터 더비' 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지역 라이벌전에서 맨체스터의 진정한 주인을 가리겠다는 각오입니다. 각각 프리미어리그 1위, 3위를 기록중인 두 팀의 대결은 시즌 후반기 상위권 판도를 뒤흔들 전망입니다.

맨유와 맨시티는 12일 저녁 9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에서 숙명의 맞대결을 펼칩니다. 맨유는 맨시티전 승리로 26라운드 울버햄턴전 역전패 만회 및 리그 선두를 확고하게 유지하기를 바랄 것이며, 맨시티는 원정에서 맨유를 제압하여 리그 우승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산소탱크' 박지성(30)이 맨시티전에서 맨유 복귀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맨유 11-12월의 선수로 선정된 박지성의 저력이 맨체스터 더비에서 뜨겁게 달아오를지 기대됩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 복귀' 박지성, 시즌 7호골 기록할까?

맨유는 맨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최근 5경기에서 4승1무를 기록했습니다. 리그 패권을 장악하려는 맨시티의 야심찬 의욕에 흔들리지 않고 라이벌전에서 우세를 거듭했죠. 다만, 지난해 11월 11일 맨시티 원정에서 0-0으로 비겼고 공격력이 답답했던 것이 흠입니다. 그 아쉬움을 이번 경기에서 만회할지 주목됩니다. 또한 맨유는 맨시티를 상대로 최근 4경기에서 4-4-2를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 칼링컵 4강 1~2차전 및 지난해 4월 17일 맨시티전에서 4-2-3-1, 지난해 11월 11일 맨시티전에서는 4-3-3을 구사했습니다. 윙어의 공격 임무를 강화하며 맨시티 골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 맨유가 이번 맨시티전에서 4-4-2를 꺼내들지는 의문입니다. 베르바토프가 2008년 여름 맨유 이적 후 맨시티전에서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올 시즌 리그 득점 1위(19골)를 기록했으나 약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몰아쳤던 한계가 있죠. 강팀에 약한 면모가 맨시티전에서 그대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11월 11일 경기에서도 부진했습니다. 특히 그 날은 박지성의 빠른 패스를 받아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볼을 지키거나 연계 플레이를 노리는 경기 패턴이 무뎠습니다. 엄연히 리그 득점 1위이기 때문에 맨시티전에서 루니와 투톱을 맡을 수 있으나, 만약 선발에서 제외되면 맨유는 루니를 원톱으로 활용하는 4-2-3-1 또는 4-3-3이 유력합니다.

만약 맨유가 루니를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면 박지성-나니가 좌우 윙어를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루니의 파괴력이 꾸준하지 않기 때문에 윙어의 득점력이 중요하죠. 박지성-나니는 올 시즌 6골, 9골을 작렬하며 맨유 입단 이후 시즌 최다골을 기록했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아시안컵 차출 영향에 의해 지난해 12월 14일 아스날전 결승골 이후 2개월 동안 골 소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 이르러 '골 부족' 약점에서 벗어나 맨유의 주축 선수로 확고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 기세를 시즌 후반기에 이어가려면 맨시티전에서의 골이 기대되죠.

박지성은 지금까지 맨시티를 상대로 골을 터뜨린 경험이 없습니다. 아스날-첼시-리버풀-AC밀란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상대 골망을 갈랐거나 또는 다른 강팀을 상대로 공수 양면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펼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적어도 맨시티 같은 강팀과의 경기라면 '강팀 킬러' 박지성의 골이 기대됩니다. '리그 3위' 맨시티 선수들의 개인 역량 및 이적시장 지출 규모를 바라보면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올해 1월 이적시장에서는 리버풀-첼시보다 지출이 적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놓고 보면 빅4 진입이 유력하기 때문에 이제는 강팀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맨시티전에서 골을 기록하면 '강팀 킬러'의 저력을 또 한번 발휘하게 됩니다.

이번 맨시티전에 출전하면 왼쪽 윙어로서 측면 및 중앙, 수비 지역쪽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공수 양면에서 너른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맨시티 수비가 견고하기 때문에 루니-나니 같은 공격 성향의 옵션들이 봉쇄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이 넓은 활동 폭으로 상대 수비 밸런스에 부담을 주면 루니-나니가 최전방 지역에서 침투를 시도하는데 탄력을 받는 이점이 생깁니다. 그 과정에서 박지성이 상대 박스쪽을 비집으면 슈팅 타이밍이 열립니다.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가르는 성향이 아닌 만큼, 시즌 7호골의 관건은 박스쪽에서 얼마만큼 움직이면서 골 기회를 포착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루니의 이타적인 경기력도 박지성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8일 블랙번전이 그 예 입니다. 박스 왼쪽에서 루니와의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끝에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지난 시즌 같았으면 박지성이 루니를 도와주는 체제였지만, 올 시즌에는 루니가 베르바토프를 비롯한 다른 공격 옵션들의 골 역량을 키워주면서 박지성의 골이 늘어나는 명분이 생겼습니다. 또한 루니는 상대 센터백 콤파니-콜로 투레와 매치업을 펼치면서 상대 집중 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선과의 연계 플레이에 주력할 것입니다. 지난 시즌보다 파워가 떨어지면서 팀 플레이로 승부수를 띄우게 됐죠. 박지성이 박스쪽으로 침투하는데 부담감을 덜을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긱스보다는 박지성이 맨유 공격에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긱스는 최근 박지성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을 메우는데 성공했지만, 순발력이 느려졌기 때문에 맨시티의 터프한 수비를 견딜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맨시티의 오른쪽 풀백으로 나설 수 있는 보아텡-사발레타는 투지 넘치는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입니다.(얼마전에 부상당한 리차즈는 논외) 2009년 9월 20일 맨시티전에서는 3도움을 기록하며 맨유의 4-3 대승을 주도했지만, 당시의 맨시티는 휴즈 체제에서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시달렸던 때였습니다. 지금의 만치니 체제에서는 리그 최소 실점 1위(26경기 22실점)의 수비력을 자랑합니다. 박지성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힘을 얻죠.

박지성에게 맨시티전은 아시안컵 이후에 치르는 복귀전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시즌 후반기에 그 몫까지 다해야 합니다. 맨유가 그동안 자신의 공백을 메우느라 4-3-3으로 전환하거나, 루니를 왼쪽 윙 포워드로 놓거나, 긱스의 활용 빈도를 높였기 때문에 앞으로 팀을 위해 더욱 열의를 다해야 합니다. 한 가지 변수는 컨디션 입니다. 국내에서 잉글랜드로 이동하여 맨유에 복귀한지 일주일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2월 A매치를 치르지 않았던 것은 컨디션 조절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습니다. 과연 박지성이 맨시티전에서 시즌 7호골을 넣으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지 축구팬들의 시선은 올드 트래포드에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