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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vs터키, 관전 포인트 7가지는?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A매치 터키 원정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스타트라 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터키전은 '한국 축구의 두 기둥' 박지성-이영표가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에 치르는 첫번째 경기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전력 약화 우려에서 벗어나려면 터키전에서 긍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여야 합니다. 태극 전사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이유입니다.

한국은 10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간) 터키 트라브존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터키와 평가전을 치릅니다. 터키와의 역대 전적에서는 6전 1승1무4패의 열세를 나타냈으며, 터키가 최근 A매치 홈 경기 8연승을 달렸다는 점, 터키 열성 축구팬들의 광적인 응원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터키 원정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2014년을 위한 희망을 얻으려면 터키 원정에서 값진 보람을 얻어야 합니다. 앞으로 브라질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아시아 팀들과 경기가 많아질 것임을 상기하면, 터키 원정은 우리 선수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1. 조광래vs히딩크, 승리가 절실한 이유

흔히 평가전 승리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아무리 평가전에서 승승장구해도 메이져 대회에서 부진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입니다. 평가전은 승리 못지않게 경기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과 히딩크 감독은 서로의 맞대결에서 승리가 필요합니다. 공교롭게도, 히딩크 감독이 2000년대 초반 한국 대표팀 사령탑 시절에 전술적인 반기를 든 국내 지도자 중에 한 명이 조광래 당시 안양(현 FC서울) 감독 이었습니다.

먼저, 조광래 감독은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지 못한 책임을 안고 있습니다. 한국의 아시아 제패를 목표로 대회에 임했지만 끝내 실패했죠. 탄탄한 세대교체, 패스 축구 정착, 제로톱 및 포어 리베로 활용 성공을 통해 2014년 월드컵을 위한 희망을 얻으면서 조광래 감독을 향한 여론의 반응이 긍정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시안컵 우승 실패를 이유로 조광래 감독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죠. 조광래 감독이 그 분위기를 무마하려면 터키전 승리로 대처해야 합니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과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동기 부여를 안고 있죠.

반면 히딩크 감독의 최근 행보는 한마디로 '위기' 입니다. 최근 A매치 3경기 무승 및 3연패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유로 2012 A조 예선에서 독일(4승) 오스트리아(2승1패)에 밀려 3위(2승2패)를 기록중이죠. 터키는 유로 2008 본선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지만, 자칫 유로 2012 본선 진출 티켓을 획득하지 못할 수 있는 고비에 처했습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한국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터키 사령탑으로서 롱런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해집니다. 그동안 감독으로서 화려했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한국전 승리가 필요한 운명입니다.

2. 한국의 패스 축구, 터키의 압박 축구를 극복하라

한국과 터키의 대결은 '패스 축구vs압박 축구'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세계 축구의 패러다임이 압박 축구에서 패스 축구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선호하는 압박 축구는 견고한 수비력 및 강력한 협력 수비를 펼치면서 3선의 무게 중심을 후방쪽으로 낮춥니다. 하지만 패스 축구가 세계 축구의 대세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압박의 힘을 이겨내는 세밀한 패스 플레이 및 공간 활용을 통해 상대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서 추구하는 전략과 일치하죠. 이미 아시안컵에서 성공 가능성을 봤지만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좀 더 정확하고 빠른 패스 연결, 경기 흐름을 단숨에 뒤집을 피니시를 창출해야 합니다.

물론 한국의 패스 축구는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고전할 수 있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지난해 9월 7일 이란전 0-1 패배가 그 예 입니다. 허리가 튼튼하지 않으면 패스 축구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죠. 그래서 아시안컵 8강 이란전에서 기성용을 포어 리베로로 활용하면서 상대의 포어 체킹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고 그 결과는 1-0 승리로 끝났습니다. 터키가 한국을 상대로 허리에서 끈질긴 압박을 펼칠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기성용-이용래(또는 윤빛가람)의 공간 점유 및 볼 배급을 끌어올리면서 두 선수 중에 누군가가 수비쪽에서 공헌도를 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은 필수입니다.

3. 윤석영vs홍철, '넥스트 이영표' 10년 전쟁

'21세 동갑내기' 윤석영-홍철은 이영표 후계자로 꼽히는 왼쪽 풀백 입니다.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홍명보호에 이어 조광래호에서 주전을 다투게 됐죠. 당시 아시안게임에서는 윤석영이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홍철은 왼쪽 풀백 및 윙어로서 투지 넘치는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그런 두 선수는 A매치 데뷔전이 될 터키전 선발 출전 및 맹활약을 벼르고 있으며, 앞으로의 성장 기대치를 놓고 보면 적어도 10년 동안 대표팀에서 주전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한마디로 '10년 전쟁'에 비유할 수 있죠. 특히 터키전은 국가 대표팀에서의 첫번째 경쟁이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터키전에서는 어느 선수가 선발 출전할지 알 수 없습니다. 서로 고른 기량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다만 두 선수는 스타일이 다릅니다. 윤석영이 수비력 및 정교한 볼 배급에 장점을 지녔다면 홍철은 기동력 및 체력이 강합니다. 적어도 터키전을 놓고 봤을 때, 차두리가 공격에 강한 특성을 놓고 보면 윤석영이 수비쪽에서 좌우 밸런스를 맞출 수 있습니다. 수비력 안정에서도 윤석영이 기여할 수 있는 몫이 크죠. 하지만 한국이 공격쪽에서 승부수를 띄울 경우에는 홍철이 더 유리합니다. 또한 홍철은 지난해 12월 성남 소속으로 FIFA 클럽 월드컵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터키 원정에서 주늑들지 않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조광래 감독이 누구를 선발로 기용할지 주목됩니다.

4. 'New No.7' 손흥민-'New Face' 남태희, 조커 반란 일으킬까?

한국이 터키전에서 박빙의 경기를 펼치거나 고비에 몰릴 경우, 손흥민-남태희 같은 조커 카드의 중요성이 큽니다. '19세' 손흥민은 박지성의 등번호 7번을 물려 받았고, '20세' 남태희는 프랑스 발랑시엔에서 두각을 떨친 것을 인정받아 국가 대표팀에 첫 합류했습니다. 두 선수는 전방으로 치고드는 빠른 스피드 및 경쾌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 사이를 파고드는 성향입니다. 그리고 상대 압박을 분산시킬 수 있는 볼 컨트롤이 안정적이고 무게 중심이 낮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광래호의 패스 축구가 후반전에도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두 선수의 조커 카드가 효과를 얻어야 합니다.

다만, 남태희는 터키전에서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터키전 포메이션을 4-1-4-1에서 4-2-3-1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태희가 오른쪽 윙어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죠. 당초에는 이청용 부상을 박주영 카드로 극복할 예정이었으나, 4-2-3-1로 돌아서면서 박주영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검토하게 됐죠. 그러면서 남태희가 이청용 부상 갈증을 풀어야 할 적임자로 떠올랐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경기 당일 남태희를 선발로 낙점할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남태희가 기술적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터키전 활약이 기대됩니다. 국내 축구팬들에게 낯익은 선수로 이미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터키전에서 첫 인상을 강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5. 매치업 대결 (1) 차두리vs알틴톱, 측면 대결 빅뱅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한 사힌(도르트문트)이 발목 부상으로 한국전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한국의 터키전 경계 대상 1호는 하밋 알틴톱(바이에른 뮌헨, 하릴 알틴톱 쌍둥이 동생)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쳤던 측면 미드필더이며 유로 2008에서는 오른쪽 풀백으로서 터키의 4강 진출을 이끈 핵심 주역입니다. 최근 터키 대표팀에서는 왼쪽 윙어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10일 독일전에서는 하릴 알틴톱과 함께 공격진을 구축했습니다. 공수 양면에서의 너른 활약 및 왕성한 기동력을 강점으로 삼고 있으며 강력하고 날카로운 슈팅이 주무기입니다. 터키의 파괴력 향상에 없어선 안 될 선수죠.

알틴톱은 한국전에서 왼쪽 윙어를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터키가 토룬-카짐-불루트-일마즈 같은 공격수들을 선발했기 때문에 알틴톱의 윙어 전환이 설득력을 얻죠. 그럴 경우, 차두리와의 매치업이 성사됩니다. 차두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다년간 독일에서 활약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알틴톱 특징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알틴톱이 에너지가 넘치는 윙어이자 피지컬이 발달된 이점, 패스 플레이의 세밀함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는 점에서 차두리가 매치업 상대로 적절합니다. 서로 기동력이 뛰어나면서 투박함을 특징으로 삼는 두 선수의 측면 대결은 그야말로 '빅뱅' 입니다.

6. 매치업 대결 (2) 기성용vs엠레, 중원은 내가 지배한다

중원 대결 또한 기대됩니다. 한국과 터키의 중앙 공격을 담당할 기성용과 엠레가 맞붙기 때문입니다. 기성용이 한국 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및 셀틱에서의 주전 확보를 통해 국제적인 경험을 키웠다면, 엠레는 1999/00시즌 갈라타사라이의 UEFA컵(지금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터키 축구의 신성으로 떠올랐습니다. 그 이후 인터 밀란-뉴캐슬을 거쳐 지금은 페네르바체에서 활약중이며, 터키 대표팀의 2002년 한일 월드컵 3위 및 유로 2008 4강 진출 멤버로 두각을 떨쳤습니다. 기성용 입장에서 엠레와의 대결은 유럽 무대에서 롱런할 수 있는 자신감 향상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엠레는 투박한 터키 축구 스타일 속에서 섬세한 볼 배급 및 부드러운 볼 컨트롤을 자랑합니다. 볼을 다루는 솜씨가 유연한 테크니션이죠. 그 과정에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상대 중원을 공략합니다. 비록 부상 여파 및 슬럼프 때문에 고전했던 세월이 있었지만 여전히 터키 대표팀의 주요 선수로 활약중입니다. 기성용은 이용래와 함께 더블 볼란치를 맡기 때문에 엠레의 공격을 차단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엠레의 뒷 공간을 겨냥하는 전진패스로 한국의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어느 선수가 중원을 지배하여 팀 승리를 이끌지 주목됩니다.

7. 매치업 대결 (3) 정성룡, 데미렐을 상대로 판단력 약점 극복할까?

정성룡은 한국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입니다. 하지만 김병지-이운재처럼 대표팀 주전으로 롱런하려면 자신의 약점인 판단력을 개선해야 합니다. 아시안컵 호주전에서 상대 공중볼에 머뭇거리다가 선방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실점했던 장면은 여전히 많은 축구팬들의 머릿속에 생생합니다. 그 이전에도 볼의 방향을 늦게 읽으면서 실점을 범하는 장면이 여럿 있었죠. 반면, 터키 대표팀 주전 골키퍼 데미렐(페네르바체)은 판단력이 빠르고 정확합니다. 신속한 반사신경으로 다이빙을 펼치면서, 순식간에 날아오는 상대팀 슈팅을 단번에 막아낼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공중볼에 유연하게 대처할 정도로 하체가 단단합니다. 정성룡과 다른 성향의 골키퍼죠.

그런 정성룡에게 데미렐과의 대결은 부정확한 판단력이 개선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고질적으로 판단력이 부족한 약점, 상대 골키퍼는 판단력에 강한 특징이 서로 맞물리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국이 터키전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려면 정성룡이 무실점 선방을 펼치며 팀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한국의 수비는 불안하기 때문에 자신의 분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물론 선수 본인도 판단력 부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약점 보완을 위해 착실히 훈련에 임했을 것입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값진 보람으로 이어지려면 터키전에서 데미렐을 압도하는 선방을 과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