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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vs리버풀, 대결은 끝나지 않았다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토레스 더비'는 리버풀의 1-0 승리로 끝났습니다. 결승골을 터뜨렸던 하울 메이렐레스는 최근 5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리버풀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일주일전 리버풀에서 첼시로 이적했던 페르난도 토레스는 친정팀 선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당하면서 고개를 떨궜죠. 그러면서 리버풀은 지난해 11월 8일 첼시전 2-0 승리(토레스 2골)까지 포함해서 올 시즌 첼시와의 두 경기를 스윕했습니다. 첼시가 리버풀전에서 복수하려면 다음 시즌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첼시와 리버풀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두 팀과의 매치업은 올 시즌 끝났지만, 현실적으로 두 팀은 프리미어리그 4위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첼시는 리그 4위(13승5무7패, 승점 44) 리버풀은 6위(11승5무10패, 승점 38)를 기록중입니다. 5위 토트넘(12승8무5패, 승점 44, 골득실에서 첼시에 16골 부족)도 리그 4위를 노릴 수 있는 팀이지만, 분명한 것은 리버풀이 첼시전 승리를 계기로 4위 경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리그 4연승 무실점 중인 현 상황을 놓고 보면 4위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EPL 4위 경쟁의 화두, 첼시의 체력 저하vs리버풀 임기응변


[사진=첼시의 후반기 운명을 가늠할 디디에 드록바-페르난도 토레스 (C) 유럽축구연맹,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uefa.com / chelseafc.com]

프리미어리그 후반기 판도가 어떻게 변화될지 알 수 없지만, 첼시의 오름세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노령화 및 두께가 얇은 선수층으로 시즌 일정을 소화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으며 체력 저하에 시달릴 위험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및 FA컵 일정을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1월 이적시장에서 토레스-루이스를 영입하면서 일부 포지션에 여유가 생겼지만 기존 선수들의 폼이 떨어질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죠.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의 공통점은 과도한 일정에 시달리는 시기에 부진했습니다. 지난 시즌 인터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을 전후로 체력이 고갈되면서 맨유와의 리그 선두 경쟁이 힘겨워졌고, 올 시즌 중반에 부진했던 원인 중에 하나는 체력 저하 였습니다. 칼링컵에서 조기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선수들의 부상 및 징계 결장, 안첼로티 감독의 유연하지 못한 로테이션 정책 때문에 주력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가중 되었습니다. 말루다-드록바-아넬카 같은 30대 공격수들이 대표적이었죠. 같은 시기에는 애슐리 콜-페레이라로 짜인 30대 좌우 풀백들의 활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첼시 측면 공격의 불균형이 찾아왔습니다.

첼시는 이번 리버풀전 이전까지 리그 3연승을 달성했습니다. 박싱데이가 끝났던 체력적 여유 때문에 몇몇 선수들이 폼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앞날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얼마만큼 분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리버풀전 패배를 통해 '체력과 관련된' 세 가지의 고민을 걱정하게 됐죠. 첫째는 애슐리 콜의 부진입니다. 지난 시즌보다 오버래핑의 위력이 반감된 것도 문제지만, 대인마크 및 수비 뒷 공간을 커버하는 플레이가 느슨한 약점을 리버풀전에서 노출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겨워하고 있음을 뜻하죠. 둘째는 미드필더들의 혹사 위험성 입니다. 램퍼드-미켈-에시엔 조합만으로 중원을 운영하기에는 벅찹니다. 램퍼드-미켈의 최근 폼은 들쭉날쭉하죠. 하미레스-맥키크란이 대체하기에는 경험 및 임펙트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세번째가 토레스-드록바 투톱 입니다. 두 명은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으나 한 가지의 공통된 문제가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일정에 따른 휴식 부족 및 부상 후유증(드록바는 말라리아 감염) 때문에 올 시즌 폼이 안좋았죠. 그럼에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시즌 후반기 체력 저하가 염려됩니다. 물론 첼시가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두 선수가 분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토레스는 잦은 사타구니 부상 및 폼이 완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첼시로 이적한 것, 드록바는 지난 시즌 이맘때 체력 저하로 고전했던 이력이 있으며 올해 33세 입니다. 앞날의 행보에 대해서는 양면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첼시의 후반기 행보를 밝게 비추는 존재는 바로 조직력입니다. 주력 선수들이 그동안 꾸준히 발을 맞추었기 때문에 서로의 특징을 잘 알고 있죠. 토레스-루이스는 현 시점에서 존재감만으로 첼시 스쿼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저력이 있으며 내부 결속력이 있는 팀이기 때문에 리그 4위 밑으로 시즌을 마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체력 저하는 로테이션 또는 볼 배급의 효율성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죠. 하지만 그 불안 요소가 총체적 부진의 도화선이 되면 앞으로의 행보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리버풀은 리그 4연승 행진이 계속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리그 5경기 일정을 덧붙이면, 위건(홈, 12일)-웨스트햄(원정, 27일)-맨유(홈, 3월 6일)-선덜랜드(원정, 20일)-웨스트 브로미치(원정, 4월 2일, 날짜는 현지 기준)와 상대합니다. 위건-웨스트햄-웨스트 브로미치는 올 시즌 강등권 후보로 꼽히는 팀들이며 선덜랜드는 벤트의 애스턴 빌라 이적 공백이 변수입니다. 맨유와는 홈에서 상대하는 이점이 있죠. 리버풀이 안필드에 강하고 맨유가 올 시즌 원정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리버풀이 승점 관리에 착실한 자세를 나타내면 5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리버풀은 유로파리그 일정을 병행하는 체력적 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로파리그는 챔피언스리그 보다 비중이 떨어집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4강에서 탈락하면서 올 시즌 우승 욕심을 낼 수 있겠지만, 유로파리그 보다는 프리미어리그 4위권 합류가 더 중요합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획득하기 때문이죠. 최근 몇 년 동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갈망했던 첼시에 비하면 유럽 대항전에 나서는 마음이 여유롭습니다. 또한 켈리 같은 유망주를 키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로테이션이 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죠.

리버풀이 가장 무서운 것은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부임하면서 다양한 전략 및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는 임기응변에 의해 4연승을 달성했습니다. 4-3-3 및 4-2-3-1, 3-5-2, 3-4-2-1 같은 여러가지 포메이션을 소화했으며 경기 상황에 따라 수비수-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유동적입니다. 그리고 패스 축구가 성공하면서 루카스의 성장이 눈에 띄며, 폴센까지 부진에서 탈출했습니다.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공격 패턴이 단조롭고 롱볼에 의지했던 호지슨 체제와 정반대죠. 앞으로 리버풀이 어떤 전술을 구사하여 상대팀을 괴롭힐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팀의 부활을 위해 새미 리, 클락 코치와 머리를 맞댔던 점을 상기하면 코칭 스태프의 노고가 큽니다.

또한 리버풀은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4연승 달성의 또 다른 비결은 수비력 안정이었죠. 최근에는 3백으로 전환하고 수비수들의 커버 플레이를 강화하면서 '지지 않는' 팀 컬러가 살아났습니다. 첼시전에서는 캐러거가 부상에서 복귀하여 토레스-드록바의 공세를 막아냈죠. 미드필더진이 안정을 되찾은 지금의 흐름을 놓고 보면, 앞으로 리버풀과 상대하는 팀들이 공격쪽에서 힘겨운 모습을 나타낼 가능성이 큽니다. 수비가 강한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리버풀의 향후 행보는 긍정적입니다. 첼시와 승점 6점 차이지만 4위 경쟁에서 쉽게 밀릴 팀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