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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볼턴의 스터리지 임대, 최고의 선택이었다

 

볼턴은 6일 토트넘전에서 1-2로 패했지만 앞날의 희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월 이적시장 마감 당일에 첼시에서 임대했던 다니엘 스터리지(22)가 토트넘전을 비롯해서 2경기 연속골(2골)을 터뜨렸습니다. 지난달 24일 첼시전까지 5경기에서 1무4패로 부진했던 볼턴에게 스터리지의 임펙트는 신선합니다. 이청용이 아시안컵에서 복귀한 현 상황을 미루어보면 시즌 후반기 도약이 기대됩니다.

우선, 스터리지는 볼턴에서의 첫 경기였던 지난 3일 울버햄턴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문전으로 쇄도할 때 오른쪽 측면에 있던 로날드 주바르의 백패스를 가로채면서 오른발로 상대 골망을 갈랐죠. 지난달 24일 첼시전까지 5경기에서 1무4패로 부진했던 볼턴의 부진이 끝나는 순간 이었습니다. 6일 토트넘전에서는 후반 10분 아크 오른쪽에서 마크 데이비스(M. 데이비스)의 대각선 패스를 왼발 인사이드 논스톱 슈팅으로 동점골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2경기 연속골로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과시했습니다.

스터리지의 공격력이 눈에 띄는 이유는 기존의 케빈 데이비스(K. 데이비스)-엘만더 투톱과 다른 차원의 공격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K.데이비스가 타겟맨으로서 공중볼 및 몸싸움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놓는 성향이라면, 엘만더는 최전방-측면-2선을 넓게 커버하면서 이청용 같은 동료 미드필더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치는 이타적인 장점을 비롯 슈팅 능력까지 있습니다. K.데이비스와 더불어 타겟맨까지 소화할 수 있죠. 반면 스터리지는 반격형 입니다. 박스쪽에서 종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골을 노리는 패턴입니다. 상대 수비 빈 공간이 열릴 때 지체없이 그 지역으로 침투합니다. 울버햄턴전 골 과정이 대표적 예 입니다.

물론 스터리지는 원 소속팀 첼시에서 윙 포워드를 소화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 입니다. 왼발을 주무기로 골 결정력이 뛰어난 이점을 지녔죠.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 사이를 파고드는 스피드까지 빠릅니다. 첼시에서는 선발 출전 기회가 꾸준히 주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교체 자원으로서 윙 포워드를 맡았던 기회가 즐비했지만, 볼턴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꾸준히 기용될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됐습니다. 코일 감독 입장에서는 부임 이후 1년 동안 K.데이비스-엘만더 투톱 체제를 고수했기 때문에 또 다른 공격수를 활용할 수 있는 힘을 얻었죠. K.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의 활동 반경이 상대팀들에게 읽혔기 때문입니다.

[사진=다니엘 스터리지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특히 이청용이 체력 저하로 힘들어하는 현 시점에서는 스터리지의 투톱 공격수 출전이 계속 될 것입니다. 엘만더가 토트넘전에서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기 때문이죠. 토트넘전에서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힘이 부족했지만, 스터리지를 공격수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은 볼턴에게 반가운 일입니다. 엘만더-K.데이비스-스터리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이유죠. 스터리지는 아직 볼턴에 합류한지 일주일도 안되었기 때문에 팀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하지만 계속 발을 맞추면 K.데이비스가 떨구는 패스를 받으며 골 기회를 노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이청용과의 호흡이 기대됩니다. 볼턴의 문제점은 이청용이 칼날같이 찔러줬던 골 기회를 다른 동료 선수들이 문전에서 골 결정력 불안으로 놓치는 장면이 빈번합니다. 지난 시즌에도 마찬가지 였죠. 하지만 스터리지는 첼시에서 수준 높은 선수들과 함께 뛰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청용이 연결하는 볼을 받으며 골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청용의 체력이 정상적으로 올라오거나, 스터리지가 팀 플레이에 적응해야 가능한 시나리오죠. 볼턴이 앞으로 이청용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스터리지의 피니시가 중요합니다.

분명한 것은, 볼턴이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 후반기에도 빅 클럽 임대 선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잭 윌셔(아스날) 블라디미르 바이스(당시 맨체스터 시티, 현 레인져스)를 임대하면서 강등권 탈출에 성공하는 명분을 얻었습니다. 윌셔를 왼쪽 윙어로 기용하면서 테일러 경기력 저하, 이청용 체력 저하의 약점을 막은 것을 비롯 코일 감독이 추구하는 패스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바이스는 오른쪽 윙어로서 이청용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만약 볼턴에서 일정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이청용의 체력이 더 힘들었을지 모릅니다.

그런 볼턴은 올 시즌 후반기에 첼시의 백업 멤버였던 스터리지를 임대했습니다. 이청용이 아시안컵에서 차출 되면서 침체의 늪에 빠졌기 때문에 공격 옵션 보강이 불가피했죠. 지난해 12월에 이르러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폼이 떨어진 K.데이비스-엘만더 투톱으로 후반기를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한때는 카를로스 벨라(아스날, 현 웨스트 브로미치 임대)를 데려오려고 했으나 결국 선택한 카드는 스터리지 입니다. 벨라가 약 10개 클럽의 영입 또는 임대 제의를 받으면서 볼턴 유니폼 착용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스터리지로 눈을 돌렸죠. 그 결과는 스터리지의 2경기 연속골로 이어지면서 볼턴이 후반기 성적 향상에 힘을 쏟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볼턴은 프리미어리그 8위를 기록중입니다. 5~7위를 기록중인 토트넘-선덜랜드-리버풀이 꾸준히 중상위권을 지키고 있거나 4위권으로 진입하는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에 볼턴의 순위가 더 올라갈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리버풀 35점, 볼턴 33점) 하지만 지난해 11월에 한때 4위까지 진입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경험이 빛 바래지 않으려면 후반기가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거쳐왔던 과정이 헛수고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순위 향상을 통해 체면을 세워야 합니다. 스터리지를 임대한 것은 지난해 11월의 기세를 다시 재현하겠다는 의도죠.

스터리지는 올 시즌까지 볼턴에서 임대로 뛰기로 계약을 맺었던 선수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첼시에서 마땅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지는 의문입니다. 첼시가 페르난도 토레스를 영입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토레스와 함께 공격진을 구성할 새로운 옵션을 데려올 여지가 존재합니다. 만약 스터리지가 첼시행을 원하지 않거나, 또는 첼시가 스터리지를 포기하면 볼턴에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루어지면 볼턴이 스터리지를 완전 영입할지 모릅니다. 그런 볼턴의 스터리지 임대는 최고의 선택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