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리버풀 3백 전환, 첼시전 맞춤형 전술?

 

케니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이끄는 리버풀은 지난 3일 스토크 시티전에서 2-0 승리 및 프리미어리그 3연승을 달성했습니다. 하울 메이렐레스, 루이스 수아레스가 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안겨줬죠. 그런 리버풀의 최근 행보를 놓고 보면 호지슨 체제보다 공수 양면에 걸친 모든 경기력이 안정적입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 부임 이후 삐걱거렸던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습니다. 리그 7위의 성적이 어디까지 치솟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리버풀이 스토크 시티전에서 3백을 구사했습니다. 지금까지 존슨-아게르-스크르텔-켈리로 짜인 4백을 활용했다면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아게르-키르기아코스-스크르텔을 수비 라인에 세웠죠. 그리고 존슨-켈리가 좌우 윙백, 아우렐리우-제라드-루카스가 중앙 미드필더, 메이렐레스가 쉐도우, 카위트가 타겟맨을 맡으면서 3-5-2 포메이션을 활용했습니다. 전형적인 3-5-2에 비하면 메이렐레스의 위치가 내려간 형태였죠. 때로는 제라드가 앞선으로 빠져나오고 메이렐레스가 2선과 폭을 좁히면서 리버풀의 전형이 3-4-2-1로 변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진=케니 달글리시 리버풀 감독 대행 (C)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liverpoolfc.tv)]

특히 달글리시 체제는 '패스 게임'을 펼치면서 호지슨 체제의 롱볼 축구 흔적을 지우는데 성공했습니다.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간격이 짧고 낮은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쳤고, 아우렐리우-루카스가 정확한 패스 워크로 중원을 확실하게 장악하면서 경기 내내 상대팀을 압도했죠. 때에 따라 아게르-스크르텔까지 미드필더진으로 올라와 연계 플레이를 펼쳤고, 메이렐레스까지 2선으로 내려오면서, 제라드가 경기 상황에 따라 2선 밑쪽으로 내려와 패스 길목을 열어주는 공급자 역할을 하면서 선수들의 위치가 톱니바퀴처럼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카위트는 전방에서 왕성한 활동량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드는데 바빴습니다.

스토크 시티전에서의 가장 큰 소득은 수비 안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스크르텔이 리버풀 박스쪽에서 불필요한 실수를 범하면서 실점 위기를 허용하거나, 켈리가 상대 측면 옵션에게 뒷 공간을 내주거나, 수비진 전체가 캐러거 부상 공백을 막지 못했던 단점을 스토크 시티전에서 3백으로 만회하는데 성공했죠. 키르기아코스가 스위퍼를 맡아 수비 라인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커버 플레이 위주의 경기를 펼쳤고, 아게르-스크르텔의 수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존슨-켈리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5백으로 변형됐습니다. 스토크 시티 공격진을 상대로 수적 우세를 점하면서 켈리의 뒷 공간이 뚫리는 단점을 이겨냈죠. 즉, 3백 전환은 수비 안정을 위한 선택 이었습니다.

물론 리버풀의 3백 전환은 아직까지 일시적이라는 느낌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시즌 내내 3백을 구사하는 팀은 최근 몇 시즌 동안 없었습니다. 몇몇 팀이 가끔 3백을 활용했으며 베니테즈 체제 시절의 리버풀도 그 대상이었지만 빈도가 극히 적었죠. 프리미어리그가 공간이 쉽게 열리는 특징이 있음을 상기하면, 4백보다 측면쪽에서의 영역이 많아지는 3백은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지금까지 4-4-2가 대세였던 것도 이 때문이죠.(최근 4-2-3-1을 도입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서 리버풀이 3백을 고수할 것 같지 않습니다.

결국, 리버풀이 스토크 시티전에서 3백을 구사한 것은 오는 7일 오전 0시 50분(이하 한국시간) 라이벌 첼시 원정을 겨냥한 '맞춤형 전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리버풀에게 첼시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죠. 첼시가 최근 리그 3연승을 달리면서 그동안의 침체를 만회했고 홈 구장 스탬포드 브릿지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지만 리버풀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죠. 최근에는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로 뛰었던 토레스가 5000만 파운드(약 898억원, 프리미어리그 1위)의 이적료로 첼시에 둥지를 틀면서 두 팀의 대립 구도가 많은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리버풀은 토레스를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3년 6개월 동안 토레스와 함께 지냈고, 달글리시 감독 대행도 부임 이후 토레스 중심의 공격 전술을 활용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스스로 토레스 부활을 공약삼아 약속했기 때문이죠.(얼마 뒤 토레스는 떠났지만) 특히 토레스는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빠른 순발력으로 두드리면서 골을 노리는 성향입니다. 수비쪽에서 리스크가 있는 스크르텔-켈리가 토레스와 상대하기에는 리버풀의 전술 운용이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스토크 시티전에서 3백을 구사하고 센터백의 커버링을 강화했죠. 첼시전에서 3백으로 토레스의 발을 묶겠다는 심산입니다.

또한 리버풀이 스토크 시티전에서 미드필더 위주로 패싱력을 강화한 것은 첼시의 직선적이고 빠른 공격 템포를 제어하겠다는 의도와 밀접합니다. 짧게 주고 받는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강화하며 첼시의 허리진을 휘어 잡겠다는 뜻이죠. 아게르-스크르텔이 스토크 시티전에서 전진 형태의 움직임으로 전방 패스를 띄웠던 패턴이라면 상대팀에게 허리 싸움에서 지지않는 탄력이 될 수 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수비 부담을 의식하지 않고 공격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첼시전에서 앞쪽으로 빠지는 기회가 많을지는 미지수이지만, 4백에 비하면 센터백의 공격 가담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3백이 수비 중심의 전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리버풀 3백 형태가 전진 수비이기 때문입니다. 아게르-스크르텔의 활동 반경이 키르기아코스보다 앞쪽으로 나오면서 공격을 시도합니다. 중원에서는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하여 수적 우세의 힘으로 압박을 펼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허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죠. 첼시전에서는 중원을 어떻게 운용할지 알 수 없지만 상대팀의 점유율 확보를 쉽게 용납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공수 밸런스를 튼튼히 다지면서 램퍼드-미켈-에시엔(하미레스)를 봉쇄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죠. 첼시전은 미드필더 공방전이 또 다른 키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물론 리버풀은 첼시전에서 3백을 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스토크 시티전 3백 전환은 첼시의 전력 탐색 혼란을 가중시키는 연막 작전으로 볼 수 있죠. 안첼로티 첼시 감독이 AC밀란 사령탑 시절에 3백을 주 전술로 활용하는 몇몇 세리에A 팀들과 대결했던 경험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스토크 시티전에서 3백이 성공하면서 수비 불안을 해소했고, 첼시전을 앞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3백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습니다. 첼시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불안 요소가 없어야 하죠. 그리고 첼시에는 토레스가 있습니다. 과연 리버풀이 첼시전에서 3백을 구사할지, 그리고 첼시를 리그 4연승의 제물로 삼을지 그 날의 경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p.s : 일부에서 토레스가 첼시와의 계약상 리버풀전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리버풀이 첼시에게 그 요청을 했지만 실제로는 결렬 되었습니다. 토레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골을 터뜨리겠다고 언급했고, 안첼로티 감독도 토레스의 리버풀전 출전 가능성을 제기했죠. 며칠전까지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던 토레스의 첼시 데뷔전 상대는 리버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