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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승리 원동력, 루니 2골 1도움

 

웨인 루니(2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가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올 시즌 공격력 저하의 어려움 속에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골 생산을 보조했던 루니의 애스턴 빌라전 활약상은, 그동안 침체되었던 파괴력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드디어 부활했습니다.
 
맨유는 2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서 3-1로 승리했습니다. 루니는 전반 1분 판 데르 사르의 골킥을 상대 문전에서 이어받아 리차드 던을 제치고 선제골을 터뜨렸으며, 전반 45분에도 문전에서 루이스 나이의 크로스를 왼발로 밀어 넣으며 2골을 기록했습니다. 후반 17분에는 아크 왼쪽에 있던 네마냐 비디치에게 백패스를 밀어준 것이 추가골로 이어졌습니다. 애스턴 빌라는 후반 12분 대런 벤트가 문전 쇄도 과정에서 스튜어트 다우닝의 오른쪽 논스톱 패스를 받아 만회골을 터뜨리는데 그쳤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리그 선두(15승9무, 승점 54) 자리를 지키며 2위 아스날(15승4무5패, 승점 49)과 승점 5점 차이를 유지했습니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무패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반면 애스턴 빌라는 맨유전 패배로 리그 13위(7승7무11패, 승점 28)를 유지했습니다.

루니의 이른 선제골이 승부를 갈랐다

맨유는 애스턴 빌라에 유독 강했습니다. 지난 리그 30경기에서 단 1경기만 패했기 때문이죠. 지난 시즌이었던 2009년 12월 12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아그본라호르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을 뿐입니다. 그 이전에는 맨유가 26년 동안 올드 트래포드에서 패한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맨유는 올 시즌 리그 홈 경기가 성적이 12승1무입니다. 원정에서 3승8무로 다소 지지부진했음을 상기하면 홈에서는 그야말로 '극강' 이었습니다. 상대팀이었던 애스턴 빌라의 올 시즌 원정 성적은 2승3무7패(맨유전 이전)였기 때문에, 맨유가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물론 애스턴 빌라는 저력이 있는 팀입니다.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중위권과 중하위권을 오갔지만 지난 시즌까지는 중상위권에 속했습니다. 최근에는 선덜랜드로 부터 벤트 영입에 2400만 파운드(약 430억원)이라는 구단 최고 이적료를 지출하면서 공격력 향상을 노렸습니다. 전형적인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치는 팀으로서 빠른 템포에 강한 팀이기 때문에 지난 시즌처럼 맨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여지는 존재했습니다. 이번 맨유전에서는 4-2-3-1을 구사하며 미드필더진을 두껍게 세웠습니다. 벤트를 원톱에 놓고, 다우닝-애슐리 영-알브라이튼을 2선 미드필더로 활용하면서, 패싱력이 강한 페트로프-마쿤을 더블 볼란치에 세웠습니다. 특히 애슐리 영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것은 벤트의 골을 도와주겠다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애스턴 빌라의 작전은 경기 시작한지 1분 만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맨유의 공세를 차단한 틈을 역습으로 맞대응하면서 벤트의 한 방에 마무리짓겠다는 것이 애스턴 빌라의 당초 전략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루니에게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오히려 공격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죠. 0-1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동점골이 필요한 것은 당연했죠. 그러나 공격진은 맨유의 단단한 수비 조직에 밀렸고, 그 사이에 경기 집중력 저하가 찾아오면서 추가 실점을 허용합니다. 후반 12분 다우닝이 오른쪽 측면에서 시도했던 역습 상황에서 벤트가 골을 해결지었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면 마땅히 인상깊은 공격 장면이 없었습니다. 루니의 선제골이 승부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애스턴 빌라 관점에서 바라봤던 소감입니다.

[사진=웨인 루니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는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지 않았습니다. 슈팅 23-12(유효 슈팅 10-4)로 앞섰지만, 점유율 44-56(%) 패스 시도 446-565(패스 성공 342-453, 개)로 열세였습니다. 슈팅은 맨유가 더 많았지만 공격 기회는 애스턴 빌라가 더 적극적이었죠. 그렇다고 맨유가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죠. 루니가 전반 1분에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일찌감치 애스턴 빌라의 기세를 제압했습니다. 만약 1-0으로 앞선지 얼마되지 않아 추가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면 상대에게 역습으로 일격을 당했을지 모릅니다. 애스턴 빌라가 그 허점을 파고드는 본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애스턴 빌라전 패배, 후반 12분 벤트에게 골을 내줬던 것이 그 예 입니다.

오히려 맨유는 수비를 강화했습니다. 애스턴 빌라가 반격을 펼치지 못하도록 캐릭-플래쳐(전반 34분 이후 안데르손)를 포백과 밀착 간격을 유지했고, 긱스-나니의 활동 반경까지 밑으로 내렸죠. 애스턴 빌라의 벤트가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짓는 생산력 이외에는 특출난 장점이 없기 때문에, 맨유 미드필더들이 벤트에게 향하는 볼의 접근을 차단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래서 애스턴 빌라는 벤트와 다우닝-애슐리 영-알브라이튼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결국 벤트가 최전방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4-2-3-1의 약점이 원톱의 고립임을 상기하면 맨유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한 가지 오점이라면, 후반 12분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당하면서 수비진이 정비되지 못했는데 그때 벤트에게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맨유가 애스턴 빌라에 비해 공격 분위기를 잡는 기회가 적었던 이유는 상대 미드필더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애스턴 빌라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이적생' 마쿤의 경기 지배력을 맨유 선수들이 제어하지 못했죠. 마쿤은 양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하며(94개 시도 85개 성공) 애스턴 빌라의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캐릭-플래쳐(안데르손)가 주로 밑선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마쿤의 볼 배급이 많았던 원인도 없지 않지만, 베르바토프가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돌아서는 패턴을 취했던 것이(이번 경기에서는 타겟맨이 아니었습니다.) 맨유 공격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단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마쿤이 볼을 따낼 기회가 많아지면서 베르바토프의 영향력이 지지부진 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가 승리했던 원동력은 '루니의 힘'이 컸습니다. 애스턴 빌라 문전에서 연출했던 두 개의 슈팅과 한 개의 백패스가 맨유의 골로 연결됐습니다. 전반 1분 판 데르 사르의 골킥을 받아내는 완벽한 퍼스트 터치로 리차드 던의 뒷 공간을 파고들며 선제골을 연출했습니다. 리차드 던이 볼의 궤적을 읽지 못할 정도로 퍼스트 터치가 안정적이었죠. 전반 45분에는 나니에게 크로스를 받을때의 볼 예측 능력 및 위치선정이 돋보였습니다. 나니가 문전 왼쪽 깊숙한 곳으로 크로스를 낙하할 것이라 예측하고 콜린스 뒷 공간에 자리잡았던 것이 그대로 추가골로 연결됐습니다. 후반 17분 비디치에게 백패스를 내줬을 때는 상대 수비가 문전 중앙으로 몰렸던 단점을 노렸죠.

세 번의 장면을 놓고 보면, 루니의 파괴력이 지난 시즌 포스를 되찾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루니가 부진했던 원인은 발목 부상 후유증 및 문전에서 상대 수비진을 비벼주는 자신감 결여 였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베르바토프의 골을 맞춰주는 이타적인 패턴을 취하면서 서서히 경기 감각을 회복했고, 애스턴 빌라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더욱 과감하게 공격을 펼칠 수 있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무패우승 도전 및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를 앞두고 있다는 점, 베르바토프가 강팀에 약한 특성을 미루어보면 루니의 부활이 퍼거슨 감독의 전술 역량에 힘을 실어주게 됐습니다. 루니는 역시 루니였고, 맨유는 리그 1위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