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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호날두 앞에서 No.1 과시했던 메시 2도움

 

리오넬 메시(23, 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는 역시 '세계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과의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바르사의 5-0 대승을 이끄는 명불허전을 과시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했지만, 메시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골이 아닌 패스에 있었습니다. 후반 11분과 13분 다비드 비야의 골을 돕는 킬패스를 연결하며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자신의 No.1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던 원동력 또한 2도움에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2도움 장면은 위치만 달랐을 뿐 연결 장면이 서로 똑같았습니다. 후반 11분 레알 박스 오른쪽 박스 부근에서 볼을 잡았을 때 왼쪽 진영에서 문전으로 쇄도하는 비야의 움직임을 읽었습니다. 레알 수비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었던 순간, 비야쪽으로 빠르게 킬패스를 띄웠고 이 장면이 바르사의 세번째 골이 됐습니다. 2분 뒤에는 하프라인 앞쪽에서 직접 레알 수비를 제낄 때, 이번에도 왼쪽에서 쇄도하던 비야에게 대각선 방향으로 킬패스를 연결하며 추가골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두 번이나 연출된 '메시 도움-비야 골' 장면은 0-2 열세를 만회하려던 레알에게 사실상 패배 분위기를 안겨줬습니다.

사실, 메시는 전반전에 부진했습니다. 레알이 자신에 대한 집중 견제를 가하면서 이렇다할 공격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죠. 바르사 4-3-3의 중앙 공격수로 출전했기 때문에, 자신의 본래 위치였던 오른쪽 측면보다는 중앙쪽에서의 활동 공간이 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레알 입장에서는 메시 봉쇄가 당연했기 때문에 그 흐름은 전반전에 필연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호날두가 바르사 수비진을 상대로 맥을 못추는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일관했듯 메시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두 선수였기 때문에, 전반전만을 놓고 보면 두 선수의 부진이 축구 잔치의 옥에 티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바르사가 전반전을 2-0으로 마친것을 비롯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던 배경에는 메시에 지나치게 신경썼던 레알 수비의 패착에 있었습니다. 수비수 및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메시 움직임을 의식하면서 가운데쪽으로 몰리는 라인 컨트롤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르사는 메시 이외에도 사비-이니에스타-비야-페드로 같은 경기 흐름을 단번에 해결지을 수 있는 걸출한 공격 옵션들이 두루 포진했기 때문에 메시 부진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메시는 전반전에 의기소침했지만 자신의 아우라 만큼은 상대 수비에 부담을 안겨주면서 바르사가 2골을 넣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메시는 후반전에 중앙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서로 번갈아가며 상대 수비를 교란했습니다. 중앙 지역을 활발히 누비는 프리롤 형태의 움직임으로 레알 더블 볼란치-포백 사이의 공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자신쪽에 시선이 모아질 수 밖에 없었고, 후반 11분과 13분에 그 특징을 역으로 공략하며 비야에게 대각선 킬패스를 연결하며 2골 과정을 도왔습니다. 레알 입장에서는 메시가 경계 대상 1호였겠지만, 메시 봉쇄만으로는 바르사전 승리가 역부족이라는 것을 0-5 참패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입니다.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면, 메시가 레알전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한것을 꼬집을지 모릅니다. 바르사가 레알을 5-0으로 이겼지만 메시의 골이 없었다는 점은 무언가 개운치 않게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시가 레알전 이전까지 10경기 연속 골(총 17골, A매치 제외)로 승승장구했고, 프리메라리가 13골을 기록하며 호날두(14골)를 제치고 득점 선두로 뛰어오를 수 있었기 대문에 레알전 무득점이 아쉬웠을지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메시는 레알전 무득점으로 자신의 연속 골 행진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메시는 골 하나만 강점으로 삼는 공격 옵션이 아닙니다. 바르사라는 테두리 안에서 철저히 팀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골 욕심을 부릴 때와 아닐 때를 철저히 구분하는 탄력적인 경기 운영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경기 스타일을 드러냅니다. 골 이외에도 창의적인 볼 배급과 현란한 드리블 돌파, 빼어난 공간 창출로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만능형 공격수'이기 때문에 그 특징을 마음껏 활용합니다. 팀 플레이 속에서 파괴력을 키운다는 것은, 앞으로 보여줄 능력이 잠재적으로 풍부함을 의미합니다. 좋은 팀원들과 호흡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불꽃같은 화력을 내뿜을 수 있었죠.

메시가 호날두보다 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팀 플레이가 결정타로 작용합니다. 메시는 오랜 시간 동안 바르사 팀 플레이에 녹아들며 자신의 공격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단련했고, 호날두는 맨유에 이어 레알에서 자신에 대한 공격 비중이 높았던 편입니다. 도움이 대표적 예 입니다. 메시는 지난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프리메라기가에서 10도움 이상을 기록했고, 호날두는 2006/07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4도움 이후 그 이후 시즌에서 10도움 고지를 넘지 못했습니다. '팀을 중요시하는' 메시, '이기적인 성향'의 호날두는 엄연히 다른 컨셉입니다. 하지만 팀 플레이는 엄연히 메시가 우세입니다.

물론 호날두는 올 시즌 조세 무리뉴 감독의 지도를 받아 이타적인 성향의 윙어로 변신하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과인-외질-디 마리아 같은 동료 선수들과 쉴새없이 패스를 주고 받거나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하며 팀 플레이에 녹아들었죠. 프리메라리가 도움 횟수 같은 경우에는 메시와 똑같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5도움) 호날두의 변신 과정은 바르사전 이전까지 성공적 이었습니다.

하지만 팀 플레이의 '숙성도'는 메시와 호날두가 철저히 다릅니다. 호날두는 지난 여름 레알로 이적했던 외질-디 마리아와 호흡을 맞춘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메시는 사비-이니에스타 같은 팀의 절대적인 조력자들과 오랜 시간 호흡하며 서로의 특징을 잘 읽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사비-이니에스타, 외질-디 마리아 같은 바르사와 레알 2선 미드필더들의 클래스는 철저히 다르다는 것이 이번 엘 클라시코 더비를 통해 충분히 입증 됐습니다. 어느 누구도 사비-이니에스타 콤비를 막을 수 없는 현실이며 그 아우라는 스페인의 남아공 월드컵 우승 과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메시의 명불허전이 꾸준했던 것은 사비-이니에스타의 존재감이 일정 부분 작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메시의 기량을 치켜 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조력자들이 밀어준 공격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동료 선수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얻거나 침투 패스 공간을 확보하면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집중력이 강합니다. 169cm의 작은 체구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무슨일이든지 해내겠다는 의욕이 내면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동료 선수들이 만들어준 공격 기회를 종종 놓치거나 또는 불필요하게 짜증을 내는 케이스와 철저히 다릅니다. 이러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2008/09시즌, 2009/10시즌 호날두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선수'의 위용을 과시했고, 올 시즌에도 호날두에게 No.1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