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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안첼로티 첼시 감독, 언젠가 경질될지 모른다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던 첼시의 행보가 위태롭습니다. 최근 리그 4경기 1승3패 및 2연패 수렁에 빠졌습니다. 지난 15일 선덜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0-3으로 완패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21일 버밍엄 원정에서 0-1로 패했습니다. 당시 버밍엄전에서는 무려 32개의 슈팅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1골도 성공시키지 못했고, 버밍엄은 첼시를 상대로 3개의 슈팅 중에 1개를 골로 연결했습니다. 첼시는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알렉스를 선발 출전시켰고 90분 동안 활발한 공격을 펼치며 승리를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사임설이 잉글랜드 언론에 나돌았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이 구단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루머가 제기되었지만 첼시측은 이를 부정하며 추측이라고 넘겼습니다. 여전히 1위를 기록중이면서 최근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안좋은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리기 쉬운 현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습니다. 첼시의 감독 교체가 잦았다는 것 말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사임설은 어쩌면 그가 머지않아 팀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각인 시켰습니다. 물론 그 형식은 경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안첼로티 감독 사임설 통해 본 첼시의 태생적 한계

첼시의 부진 원인은 다섯 가지 입니다. 첫째로 램퍼드-에시엔-테리-알렉스 같은 주축 선수의 부상이 대체 불가능한 것, 둘째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격 성향의 중앙 미드필더-센터백 영입이 부실했던 것, 세번째는 안첼로티 감독의 로테이션이 유연하지 못하면서 말루다-드록바-아넬카가 무리하게 출전했던 것, 네번째는 '이적생' 하미레스의 침체, 다섯번째는 윌킨스 전 수석코치의 경질 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다섯번째 입니다. 첼시의 침체는 그들 내부에 있었던 것이죠.

공교롭게도, 첼시는 윌킨스 전 수석코치가 팀을 떠난 이후 2경기에서 모두 패했습니다. 윌킨스 전 수석코치의 경질 이유는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책임, 첼시 보드진과의 마찰, 일부 선수와의 불화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하면서 친분을 나누었던 지도자였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안좋아졌는지는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윌킨스 전 수석코치가 첼시를 상대로 "부당해고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윌킨스 전 수석코치의 경질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은 안첼로티 감독입니다. 자신의 오른팔과 다름 없는 존재가 윌킨스 전 수석코치였고 이탈리아어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안첼로티 감독이 이탈리아 국적) 그래서 안첼로티 감독은 지난 22일 <가디언><더 선> 같은 현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처우를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과 비교하며 "퍼거슨 감독이 팀 전체를 운영하는 것과 다르다. 나는 단지 기술적 지시만 할 뿐이다"며 첼시에서의 제약된 역할을 강조하며 팀에 불만을 품은 듯한 늬앙스의 발언을 했습니다. 윌킨스 전 수석코치 경질이 그 발단이 되었죠. 자신이 선호했던 수석코치였지만 구단의 뜻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작별 했습니다. 첼시는 안첼로티 감독의 팀이 아니고, 될 수도 없는 팀이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팀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첼시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정인의 팀이라고 간주하면, 안첼로티 감독이 아닌 '조만장자'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팀입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2003년 여름 첼시를 인수하면서 대형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으며 팀을 강하게 키웠던 것은 축구팬들이 익히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2003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7년 넘는 시간 동안 첼시 사령탑을 맡았던 감독은 6명 입니다. 라니에리-무리뉴-그랜트-스콜라리-히딩크-안첼로티가 그들입니다. '임시직' 히딩크 감독, '현직' 안첼로티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감독들은 성적 부진 및 전술적 괴리감에 의해 경질된 인물들입니다.

첼시의 문제는 감독 교체가 잦습니다. 라니에리-스콜라리 감독 경질은 납득할 수 있겠지만, 무리뉴 감독 같은 경우에는 2007/08시즌 초반 성적 부진 및 수비 축구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흡족시키지 못했습니다.(참고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FC 바르셀로나 같은 4-3-3 공격 축구를 선호하는 인물입니다. 3년 전 호나우지뉴-레이카르트 감독 영입 시도한 전례 있음) 그랜트 감독 경질은 첼시에게 안좋은 전례를 남겼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가 그 원인이죠. 하지만 테리가 승부차기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골을 넣었다면 그랜트 감독은 잔류했을지 모릅니다. 물론 그랜트 감독 전술은 답답했지만,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서 이루지 못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그랜트 감독은 해냈습니다. 결국, 그의 경질은 첼시 사령탑이 독이 든 성배임을 알린 꼴이 됐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인내심 부족을 아쉬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잦은 감독 교체를 단행하는 이유는 '성과 지향적인 마인드'가 투철하기 때문입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러시아 석유회사 시브네프티 회장입니다. 기업의 생명이 수익이라면 축구팀은 성적이 중요하며 경영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논리 입니다. 첼시는 자신이 키웠던 팀이기 때문에 늘 최고의 성적을 원했고 특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간절히 바랬습니다.(무리뉴 감독과 대립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은 '두 명의 야심가'가 한 팀에서 공존하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여름 안첼로티 감독을 영입한 것은 그가 두 번씩이나(2002/03, 2006/07시즌) 유럽을 제패했던 경험이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안첼로티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격 성향의 중앙 미드필더, 센터백 영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조 콜-데쿠-발라크의 대체자로 하미레스 영입에 그쳤고 카르발류가 떠난 빈 자리는 No.3 센터백 알렉스를 No.2로 올리는 조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는 첼시가 최근 성적 부진에 빠진 원인으로 귀결됐습니다. 선수 영입 최종 권한을 행사하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성적 부진을 결코 안첼로티 감독 탓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물론 안첼로티 감독의 로테이션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팀 내 유망주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지금까지는 어떠한 성과가 없었습니다. 벤치를 지키다가 후반전에 교체 투입하여 짧은 시간 동안 경기에 뛰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입니다. 선발 출전을 하면 경기 적응력, 전술 이해도를 높이면서 개인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첼시 유망주들은 그렇지 않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늘리면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문제점도 있습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의식해서 거의 매 경기 주전을 풀었을지 모르죠. 하지만 말라리아 감염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진 드록바가 계속 선발 출전하는 현실은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어쨌든, 첼시는 내년 1월 이적시장이 중요합니다. 기존의 노령화를 비롯 잠재적 부상 가능성을 안고 있는 현 스쿼드로는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팀의 취약 포지션에 이적생을 보강하여 전력 향상을 기대해야 합니다. 첼시가 이적시장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 안첼로티 감독이 잔류할 명분이 실리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태롭습니다. 물론 안첼로티 감독은 2012년까지 첼시와 계약을 맺고 있지만, 그 계약이라는 것은 충분히 해지 될 수 있습니다. 첼시는 감독 교체가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뜻에 움직이는 첼시의 태생적 한계이며, 안첼로티 감독은 경질 될 위험성이 있는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