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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나들이

쿤스트할레 광주를 빛낸 이토이 코퍼레이션

 

우리는 예술품을 두 눈으로 바라보면서 '과연 작가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노래 가사가 무엇을 의미하고 드라마 및 영화에서는 연출진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궁금하게 여깁니다. 예술은 작가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들 입장에서는 흔히 말하는 '작가적 관점'에 치우치기 쉽죠. 작가가 무엇인가를 전시하면 사람들이 그 존재를 들여다보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사진=지난 7일까지 광주광역시 구도청 앞에서 개최되었던 쿤스트할레 광주의 컨테이너 조립 건물 전경 (C) 효리사랑]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중들과 작가 사이의 거리감이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미술관 같은 경우에는 그림만 둘러보고 나오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림을 그린 작가가 누구인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모르거나 관심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그것을 알지만 나중에 머릿속에서 잊혀지게 되는 것도 인지해야 할 부분입니다. 저 같은 예술에 대한 깊이가 부족한 사람 관점에서는 이렇게 행동하기 쉽습니다. 예술은 인간의 삶과 감성을 풍족하게 살찌우며 센스까지 키울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 예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저 같은 대중들이 아닐까 합니다.

[사진=쿤스트할레 광주 내부의 모습 (C) 효리사랑]

이토이 코퍼레이션이 매력적이었던 이유

지난 7일에 막을 내린 '쿤스트할레 광주'는 예술에 대한 물음을 제기합니다. "작가 관점을 중시해야 하느냐? 아니면 대중의 입맛에 맞는 예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냐?"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쿤스트할레 광주가 내놓은 대답은 '둘 다 중요' 하다는 것입니다. 대중들과 작가가 서로 눈높이를 맞추면서 현 시대가 요구하는 트렌드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작가가 대중들이 친숙하게 생각하거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하면, 대중은 그 작품을 즐기며 작가의 세계관에 알게 되고 그 매력에 흠뻑 젖을 수 있습니다.

그 모범 답안은 쿤스트할레 광주를 통해 작품을 전시했던 스위스 아티스트 그룹 이토이 코퍼레이션(etoy. Corporation, 이하 이토이)이 제시했습니다. 이토이는 1994년에 결성된 예술 집단입니다. 우리들이 바라보는 사회, 정치, 인생 관념 같은 생각들을 바꾸는 것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중들이 참여하면서 예술에 대한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죠. 대중들이 그저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작품을 만들면 그 메시지를 확고하게 심어줄 수 있도록 대중들이 빠져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의도가 있죠. 그 의미는 결코 가벼운 대상이 아닙니다.

이토이는 단순히 미술을 기초로 두지 않습니다. 전기, 전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공동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쿤스트할레 광주 큐레이터의 설명에 의하면 "전선이 널부러져 있으면 예술적인 눈에서 보면 '어지러움 속에서의 질서'라는 작품으로 느낄 수 있다"고 전합니다. 특정 범위의 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들이 쓸 수 있는 모든 물건 또는 그 존재들이 작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그뜻입니다. 그래서 이토이는 그것을 하나의 설치물로 만들거나, 사진을 전시하거나, LED 조명 등을 이용합니다. 관람객들이 작품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그 대상을 확장시킨 것입니다.

[사진=타마다 (C) 효리사랑]

쿤스트할레 광주에서 전시된 작품들을 예로 들면 타마다를 들 수 있습니다. 타마다는 16개의 공이 중심이 된 설치물입니다. 디지털 데이터를 표현하는 미션 이터니티(Mission Eternity, 미션 무한대, 이토이식 기호로 하면 M∞)에서 모은것을 디지털 정보로 구현합니다. 그래서 표현된 인생의 차원을 보여줍니다. 16개의 공은 하나의 인간이라고 합니다. 공 안에는 사람의 영혼, 성격이 담겨져 있는데 일상 생활 속에서는 그런 부분이 충돌합니다. 이토이는 그것을 아이디어 삼아서 타마다를 통해 공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다른 공과 부딪치도록 했습니다. 작품에서는 김중만 사진작가의 목소리를 담았는데 그것을 들을 수 있도록 설정했습니다. 목소리는 말이 나오면 바로 없어지지만 디지털을 통해서 다시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진=컨테이너 석관 (C) 효리사랑]



[동영상=컨테이너 석관 내부에 있는 LED 조명을 통해 비춰진 그래픽 (C) 효리사랑]

컨테이너 석관(Sarcophagus) 같은 경우에는 전자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20회 이상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업데이트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작품을 공개했습니다. 벽과 천장, 바닥을 1만 7000픽셀의 LED 조명으로 만들며 관람객들에게 전자 세계를 안내했습니다. 바닥에 있는 빨간색 방석에 앉아서 LED 조명을 통해 소개된 그래픽을 바라볼 수 있죠.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산에서 사진 찍으면 산이 배경화면이 되고, 축구장에서 촬영하면 축구장이 마찬가지가 됩니다. 이곳에서의 배경화면은 전자 기술을 이용한 독특한 색깔과 그래픽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사진=쿤스트할레 건물 뒷쪽 바깥에서는 관객들과 함께 가짜 돈을 태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C) 효리사랑]

가짜 돈도 태울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조상들의 불멸을 위해 가짜 돈을 태우며 소원을 빕니다. 그래서 이토이는 중국에서 따왔던 아이디어를 통해 가짜 돈을 제작하여 관람객들과 함께 태울 수 있는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쿤스트할레 광주에 갔을때는 그 장면을 볼 수 없었지만, 돈이 태워진 드럼통에서 그 잔해를 봤습니다. 대중들과 작가가 서로 하나가 되어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셈이죠.

결국, 이토이는 작가 중심의 생각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거나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줍니다. 그 작품의 소재 및 실현하는 메시지는 무한대(∞)가 되는 것이죠. 우리들의 능력과 잠재력이 결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이토이 작가로 참여한 스위스 국적의 '자이' (C) 효리사랑]

그리고 쿤스트할레 광주를 통해, 스위스 국적의 이토이 작가인 '자이'라는 분의 인터뷰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쿤스트할레 광주의 큐레이터를 담당하는 정경화씨의 통역을 통해서 자이가 전하는 메시지를 알게 됐습니다. 자이는 "항상 사람들이 생각하는게 자신들과 같을수는 없다.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아는게 참으로 흥미롭다."라며 작가의 메시지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의 인격체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하고 그 눈높이에 맞춰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저의 일행중에는 '사람들이 당신 작품을 어떤 관점에서 받아들이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자이는 "아이디어에 감명받거나 공감을 해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고, 자기네들이 미션 인테네티나 타마다 같은 이미지를 담아서,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참여할 수 있기를 원한다. 결국에는 관람객이 이토이 코퍼레이션이 너무 좋아서 이토이 에이전트가 되겠다고 하면, 한 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자이는 "컨테이너 석관은 들어가서 앉아서 소리도 들어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어있다. 작품을 참여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조각품이 있다고 하자. 기존에는 조각품이 하나 세워져있고 그냥 가서 한 번 봤다. 내 생각에는 거기서 보는 느낌이 조각품과 같이 연결될 수 있다. 타마다 같은 돌아다니는 작품은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직접적으로 가깝게하는 것 같다. 타마다들이 돌아다니지만, 사람들도 돌아다니면서 귀 기울이고 들어보는 것들, 그런 행위 자체가 작품과 같이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토이에 대해서는 "한 사람의 아티스트가 전체를 다하는게 아니라, 각각의 맡은 담당이 있으면 그 사람이 모여서 아트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다. 미켈란젤로 같은 경우에는 그 사람이 작업했다고 알려졌다. 이토이 같은 경우에는 여러 사람들이 작업을 했다. 패션 디자이너, 컴퓨터 프로그래머 같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결국, 이토이가 다양한 소재와 관점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고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들의 철저한 분업화와 협력에 있었습니다. 그런 이토이의 태생적인 특성이 사람들에게 예술의 참맛을 알리면서 쿤스트할레 광주를 빛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