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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홈에서 선덜랜드에게 0-3 완패한 이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대의 충격패로 회자 될 경기입니다. 또한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인수 이후 최악의 홈 경기로 꼽을만 합니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었던 경기에서 약체팀에게 0-3으로 완패당했고 경기 내용에서도 밀렸습니다.

첼시가 홈에서 선덜랜드에게 0-3이라는 치명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15일 오전 1시 10분(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선덜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0-3으로 패했습니다. 전반 45분 네둠 오누오하에게 결승골을 허용했고 후반 7분 아사모아 기안, 후반 42분 '맨유 출신' 대니 웰백에게 추가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첼시는 선덜랜드전에서 올 시즌 3패를 허용했고, 9승1무3패(승점 28)를 기록하며 2위 아스날(8승2무3패, 승점 26)과의 승점 차이가 2점으로 좁혀졌습니다. 반면 선덜랜드는 6위(4승7무2패)로 뛰어 올랐습니다.

첼시의 선덜랜드전 패배, 얼마만큼 충격적인가?

우선, 첼시는 홈 구장 스탬포드 브릿지에 강하기로 유명합니다. 불과 2년 전까지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86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렸습니다. 프리미어리그만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첼시는 지난 2년 동안 홈에서 단 3번만 패했으며 리버풀-아스날-맨시티 같은 강팀들에게 희생양이 됐습니다.(여기서 말하는 리버풀은 2008/09시즌) 그래서 이번 선덜랜드전은 첼시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 됐습니다. 선덜랜드는 항상 중하위권에 있었던 약체였고, 첼시는 그동안 홈에서 약팀에 전형적으로 강했던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첼시는 선덜랜드에게 0-3으로 패했습니다. 홈에서 실점한 것은 프리미어리그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 3월 27일 애스턴 빌라전(7-1 승) 이후 7개월 보름 만입니다. 그 이후 프리미어리그 10경기 연속 실점이 없었지만 끝내 선덜랜드에게 발목이 잡혔습니다. 지난 9월 22일 뉴캐슬과의 홈 경기에서 3-4로 패했으나 그 경기는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칼링컵 3라운드(32강) 였고 최정예 멤버들이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뉴캐슬전은 빠듯한 일정 속에서 중요하지 않은 대회를 걸러내는 '2보 전진 1보 후퇴'라는 명분이 작용했지만, 선덜랜드전은 프리미어리그 경기였기 때문에 패배 만으로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덜랜드가 첼시전 승리로 6위에 올랐다고 해서 갑자기 전력이 강해진 것은 아닙니다. 선덜랜드의 올 시즌 첫 프리미어리그 원정 승리 상대가 첼시였으며 그 장소가 스탬포드 브릿지 였습니다. 홈에서는 3승3무의 무난한 성적을 올렸지만 원정에서는 이번 첼시전 이전까지 4무2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또한 첼시와 경기하기 전까지는 벤트(6골) 기안(4골, 첼시전 이전 기록)만이 팀에서 유일하게 골을 기록했습니다. 홈과 원정에 따른 기복이 심했고, 득점 루트가 벤트-기안에만 의존했습니다. 수비 조직력, 개인 기량은 빅4와 견줄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그랬던 팀이 첼시를 원정에서 물리쳤습니다.

첼시,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직면한 패배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첼시의 선덜랜드전 패배는 윌킨스 전 수석코치가 떠난 직후에 벌어진 경기라는 점입니다. 윌킨스 전 수석코치는 1970년대 첼시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던 인물이었으며, 2년 전 첼시 수석코치로 부임하면서 선수들과 활발한 교감을 나누고 안첼로티 감독을 잘 보좌하며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냈던 지도자입니다. 그가 첼시를 떠난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에 따른 책임 및 첼시 보드진과의 불화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팀의 어수선한 상황 때문에 충분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첼시는 선덜랜드전에서 점유율 59-41(%), 패스 시도 417-277(개, 패스 성공 346-212)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슈팅 숫자에서는 14-21(개)로 밀렸고 유효 슈팅에서 3-9(개)로 밀렸습니다. 공격 시도가 많았을 뿐 경기를 결정짓는 힘에서 상대팀에게 밀렸습니다. 활발한 공격 작업을 펼치면서 유효 슈팅이 3개에 불과했다는 점은 경기를 효율적으로 지배하지 못했음을 뜻합니다. 선덜랜드 특유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음을 여질히 증명합니다.

그런 첼시의 선덜랜드전 스쿼드를 살펴보면 0-3 패배 원인을 읽을 수 있습니다. 첼시는 선덜랜드전에서 체흐가 골키퍼, 보싱와-페레이라-이바노비치-애슐리 콜이 수비수, 하미레스-미켈-지르코프가 미드필더, 아넬카-드록바-말루다가 공격수로 활약했습니다. 테리-알렉스-램퍼드가 부상으로 결장했고 에시엔은 지난 11일 풀럼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바람에 선덜랜드전에 뛰지 못했습니다. 특히 페레이라-이바노비치 같은 풀백 자원들이 테리-알렉스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센터백으로 전환했지만 중앙 수비를 맡기에는 경기 운영이 능숙하지 못했습니다. 위치선정 및 밸런스 조절 부터 어려움을 겪은 끝에 상대 빠른 공격에 의해 뒷 공간을 자주 뚫리는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이바노비치는 센터백이 가능하지만 첼시에서 풀백으로 더 많이 기용되었죠.)

램퍼드-에시엔의 결장은 첼시 미드필더들이 선덜랜드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리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두 선수의 대안이었던 지르코프-하미레스의 동시 기용이 문제였습니다. 지르코프는 실전 경험이 부족한 단점이 있었기 때문에 연계 플레이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고 하미레스는 공격을 풀어가는 창의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선덜랜드의 압박에 맥을 못추는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펼치고 말았고 미켈의 패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하미레스가 후반 24분, 지르코프가 후반 30분에 교체 된 것도 이러한 맥락 입니다.

특히 하미레스의 선덜랜드전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상대 미드필더들에게 피지컬 경합에서 밀리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개인기, 순발력 같은 브라질 선수 특유의 강점이 빛을 발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69분 출전을 감안하더라도 오른쪽 인사이드 미드필더로서 패스 횟수가 27개(23개 성공)에 불과했다는 점은 공격에서도 적극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그 자리에서는 에시엔이 적극적인 패스를 펼치면서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리거나 연계 플레이를 엮어내는 모습이 두드러졌는데 하미레스에게 그런 포스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대 압박에 밀려 첼시가 선덜랜드에게 끌려다니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첼시의 지난 여름 이적시장이 실패작임을 상징합니다. 조 콜-발라크-데쿠를 대체하는 미드필더가 하미레스-베나윤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램퍼드-에시엔의 부상이 은근히 잦았고 노령화된 선수층을 감안하면 대형 미드필더가 더 필요했습니다. 램퍼드와 맞먹을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 대상자를 영입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베나윤은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리버풀에서 붙박이 주전 확보에 실패했던 선수였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유스 선수를 과감히 발탁하기에는 안첼로티 감독의 로테이션이 유연하지 못했던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미드필더들의 취약점은 공격수들의 동반 부진으로 이어집니다. 미드필더들이 중원 싸움에서 밀리면서 3톱의 위치가 하프라인쪽으로 내려오는 문제점이 나타납니다. 그 과정에서 드록바는 여러차례 패스 미스를 범하는 문제점을 나타냈고, 말루다-아넬카는 무거운 몸놀림에 발목이 잡혀 이렇다할 공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지르코프-하미레스가 활동 폭을 넓히는데 어려움을 겪다보니 말루다-아넬카가 엄청난 기동력을 요구받게 되었는데, 두 선수는 그동안 많은 시간을 뛰었기 때문에 체력 저하가 두드러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드록바도 상황은 다를 바 없었죠. 시즌 초반보다 폼이 떨어졌으며 특유의 파괴력도 무뎌졌습니다. 결국, 첼시는 총체적인 패배 속에서 선덜랜드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