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면 떠오르는 것은 음악, 미술 같은 학교에서 배웠던 친숙한 키워드 입니다. 국영수 같은 중심 과목 뿐만 아니라 예술을 접하면서 삶의 다양한 시야와 창의성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상위 학년에 진입할 수록 예술의 묘미를 즐길 기회는 점점 없어집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미술을 고1, 음악을 고2때 마지막으로 배우면서 입시 체제에 직면했으니까요. 그래서 예술에 대한 감각이 주변 사람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쿤스트할레 광주>를 알게 되면서 현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쿤스트할레(Kunsthalle)는 독일어 입니다. Kunst는 예술, Halle는 홀이나 공간 같은 개념을 의미하죠. 영어로 치면 'Art Hall(예술 공간)'을 뜻합니다. 머릿속에서는 전시회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미술 작품이 실내에서 전시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쿤스트할레가 특별한 이유는 전시품만 볼 수 있는 아트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를 통해서 커피, 음료수, 술을 마시는 '펍(Pub) 문화 공간'이라 할 수 있죠.

쿤스트할레는 우리들이 떠올리기 쉬운 딱딱한 전시회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서 갤러리를 둘러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생활속에 예술이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공합니다. "자기야, 우리 쿤스트할레에서 만나자"와 같은 대화체처럼 말입니다. 때로는 이곳이 제가 즐겨찾는 커피숍을 떠올리게 합니다. 커피숍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술품을 바라보면, 커피의 진한 맛을 음미하면서 머릿속에 잠재된 감성과 재생능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이 쿤스트할레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우리들이 한 가지 궁금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은 '왜 쿤스트할레는 광주에 있어?'라는 것입니다. 쿤스트할레 1호점은 독일 베를린, 2호점은 서울, 3호점은 광주에 있습니다. 특히 광주에서는 쿤스트할레의 영향력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쿤스트할레는 광주 금남로 구도청 광장 앞 컨테이너 박스 29개로 조성된 공간입니다. 구도청은 과거의 전남도청 이었으며 5.18 민주화운동(광주민중항쟁)을 떠올리는 키워드 중에 하나입니다. 그 위치 가까운 곳에 쿤스트할레가 있으며, 쿤스트할레 컨테이너 건물 뒷쪽에는 2014년 완공 예정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섭니다. 국내 및 아시아 작가들이 모여서 아시아 문화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광주 시민들이 예술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곳이죠. 그 기능을 먼저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쿤스트할레 입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광주까지 내려가면서 쿤스트할레를 다녀왔던 이유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기 위해서 였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예술을 즐기고, 예술과 함께 호흡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예술의 무한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쿤스트할레입니다. 현대적인 예술과 거리감을 맞추면서 미래적인 메시지를 지향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쿤스트할레는 예술에 대한 감각에 배고픔을 느껴왔던 저의 부족함을 채워줬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과의 소통과 호흡을 강조했다는 점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쿤스트할레 광주는 예술과 생활의 '오묘한 조화'가 키 포인트였죠.


지난 5일 금요일 이었습니다. 광주에 당일치기로 이동하기 위해 아침일찍부터 부랴부랴 집을 나섰습니다. 가을의 맑은 공기를 느끼면서 광주에 가고 싶었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안개가 잔뜩 끼었기 때문입니다.


5일 오전 8시 서울 강남역 모습입니다. 서울의 시가지가 안개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순간 입니다. 안개 때문에 가을 향기를 느끼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사라졌습니다. 고속도로로 내려갈 때도 안개와 마주칠 수 밖에 없었죠. 인천공항이 안개 때문에 항공기가 결항되고 있다는 소식을 스마트폰을 통해 들었을 때는 '빨리 수도권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쪽 지역의 맑은 공기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광주 쿤스트할레에 빨리 가고 싶다는 뜻이죠.


광주에 도착한 것은 12시 30분 즈음 이었습니다. 광주의 시가지를 보니까 은행나무로 둘러쌓인 가로수가 마음에 들더군요. 같은 날 서울 강남역과 비교하면, 광주에서 가을 향기를 자극받기 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광주에 처음 방문하기 때문에 도시가 어떤 첫인상을 주는지 궁금했는데, 도시의 단점인 '삭막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은행나무 덕분에 '가을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이 저의 머릿속에 각인됐습니다.


드디어 광주의 쿤스트할레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수출용 컨테이너 29개를 가공해서 구조물을 지었다고 하는데, 그 발상 자체가 독특했습니다. 건설을 전공했던 저로서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죠. 그 뒷쪽에는 크레인이 있는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세워지는 곳입니다. 아직은 기초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더군요.


쿤스트할레의 주변 모습들 입니다. 광주 지하철 문화전당역 바로 옆에 쿤스트할레가 있죠. 지하철을 가까이에서 끼고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편리합니다. 그리고 옆에는 구도청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TV 및 인터넷을 통해서 5.18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쿤스트할레를 보기 위해 광주에 내려왔는데 5.18 현장까지 두 눈으로 보게 됐습니다. 쿤스트할레 관계자에 의하면 구도청은 아직 총알이 박혀있다고 합니다. 또한 광주 시가지와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광주 풍경'을 만끽하기 쉬운 특징이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 밑은 쿤스트할레 출입구 입니다. 저 곳을 지나기 전에 계단을 봤는데, '뭔가 독특한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쿤스트할레 구조물 안에 있는 '쿤스트할레 광주' 알파벳 글자입니다. 글자 색깔이 주황색 이었는데, 멀리서 보니까 돋보일 수 밖에 없었더군요. 글자 부터가 쿤스트할레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에게 무언가의 메시지를 심어주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죠.


쿤스트할레 내부에 있는 전시품들 입니다. 쿤스트할레 관계자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을 바라봤기 때문에 그저 단순한 사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곳이 사진을 전시하는 곳이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쿤스트할레 광주를 통해 소개되는 스위스 아티스트 그룹 이토이(etoy)라는 예술 집단이 활동했던 사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토이는 쿤스트할레 광주를 통해서 자신들이 만들었던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관람객 입장에서는, 쿤스트할레를 비롯 이토이를 통해서 예술에 대한 개념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게 됐죠.


쿤스트할레는 펍(Pub) 문화 공간이 있습니다. 축구팬들이라면 펍하면 유럽 축구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축구장 티켓 가격이 비싸고 TV를 통해 축구를 시청하려면 유료로 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어떤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유럽보다 TV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를 즐기기 쉽습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럽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서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펍을 찾으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축구팬들과 함께 응원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A매치를 보기 위해 호프집을 찾는 것과 비슷한 이치 입니다. 쿤스트할레가 그런 이점을 활용했죠.


저는 쿤스트할레에서 커피 라떼를 마셨습니다. 가격이 얼마냐고 하니까 무료라고 하더군요. 아직 허가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무료로 음료를 제공했습니다. 돈 여부를 떠나, 이것이 바로 쿤스트할레의 매력입니다. 무엇인가를 마시면서 쿤스트할레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커피의 진한 맛과 함께 쿤스트할레에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돈으로 추정되는 종이 였습니다. 이토이가 중국에서 따왔던 아이디어를 이용해서 쿤스트할레에 전시했더군요. 중국에서 사람이 죽으면 조상들을 위해서 가짜 돈을 태우며 소원을 빈다고 합니다. 그 컨셉을 자신들의 심벌(M∞)(=Mission Eternity, 미션 무한대)을 넣으며 종이 돈을 제작했죠. 건물 바깥에서는 드럼통이 있는데, 관객들과 함께 같이 태우면서 소원을 빌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제가 갔을때는 가짜 돈을 태우는 행사는 없었지만 그 잔해가 남아있더군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이토이의 메시지가 쿤스트할레를 통해 느껴집니다. 예술은 곧 사람들과 호흡한다는 뜻이죠.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헤드셋을 귀에 끼고 영상을 볼 수 있죠. 서울에 있는 대형 레코드 점에서는 헤드셋을 통해 가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쿤스트할레에서 적용되고 있더군요. 예술이 우리 생활속에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바로 효리사랑입니다.


사다리도 있었습니다. 계단을 통해서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올라가는 재미를 스릴있게 느낄 수 있도록 사다리까지 설치되었습니다.


이곳은 '이토이 브루드'로 불립니다. 어린이들이 미술, 미래, 무한성을 탐험할 수 있는 실험실이라고 합니다. 5~11세 사이의 어린이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이 장착된 공간속에 직접 들어가서 무한적인 존재를 체험할 수 있도록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하수관을 기어서 통과하는 방식처럼 작품을 만들었죠. 성인 같은 경우에는 몸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컴퓨터 안까지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합니다. 기어가면서 컴퓨터 앞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 석관은 길이 6m, 넓이 2.4m, 높이 2.6m의 크기로 4t 무게가 나간다고 합니다. 2004년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200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수정되었죠. 작품은 전 대륙의 산자와 죽은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며, 다른 컨테이너와 함께 지구를 떠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컨테이너는 글로벌화된 시장의 예술적 수요를 충족시키도록 했습니다.

구조물의 내부를 보면 벽과 천장, 방문객들이 걸을 수 있는 바닥 모두가 1만 7000픽셀의 LED 조명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핸드폰, 터치 스크린, 웹 브라우저들을 통해 디지털 유해를 담고 있는 알카늄 캡슐과 소통할 수 있답니다.


이 작품의 이름은 <타마다>라고 합니다. 16개의 공이 하나의 인간으로 보면 된다고 하더군요. 하나의 인간과 사람이지만 이 안에는 여러가지의 영혼,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것들도 있고, 가만히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움직이는 것들이 가만히 있는 것과 부딪히면 서로 성격이 충돌하는 그런 것을 뜻합니다. 이 안에는 김중만 사진작가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목소리와 영혼은 볼 수 없는 것이지만, 볼 수 있도록 작품을 설정했죠. 목소리는 한 번 내뱉으면 없어지는 것인데, 저렇게 안에 들면 보존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동영상] 타마다의 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생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토이 히스토리라는 작품입니다. 1994년 부터 작가 7명으로 시작을 했답니다. 스위스 이토이 코퍼레이션이 컨테이너 박스를 가지고 작업을 했습니다. 문화 공간을 컨테이너 박스로 이용하고 싶다며 1996년 부터 컨테이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답니다.
 
전시나 프로젝트가 많았던 해는 그래프가 올라갔답니다. 안좋은 상황이거나 전시가 미진했던 해는 그래프가 내려갔다네요. 스위스 주식 시장에 2007년 상장되었고 현재는 하나의 주식회사로서 등록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컨테이너 박스를 시작한 이유는 이동이 쉽기 때문입니다. 만약 전시를 시작하면 그 공간 배치가 바뀌지만 컨테이너 박스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전시를 해서 옮겨놓고 다시 전시를 하면 또 하나의 전시장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컨테이너 박스 전시의 편리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초원 한 가운데에 비스듬히 설치한 적도 있었고, 광장 위에 자체적으로 컨네이너 박스를 올려놓으며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토이가 2007년 상장될 때의 그 증서입니다. 쿤스트할레에 전시되어 있으니까 가치가 크게 느껴집니다.


이 사진은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있었던 '버닝맨 축제' 현장 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10일 동안 도시가 되고 10일이 지나면 아무것도 없는 축제가 있었다고 하네요. 당시 이토이 작가들이 참여해서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했습니다. 사진 오른쪽에는 구글어스를 통해서 촬영한 사진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죠.


사진속에 있는 사람들이 이토이 작가들입니다. 이토이 작가들은 작업을 할때 주황색, 검정색, 흰색 색깔의 옷을 입는다고 합니다. 옷, 양말, 신발, 속옷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자신들만의 흥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기에는 7명 전원이 삭발을 했던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사진 오른쪽 밑에 있는 작가 분은 여성입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이토이가 예술에 대한 흥미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뜻보면 자판기를 형성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토이가 전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작품의 윗쪽, 오른쪽 사진은 작품 아랫쪽입니다. 위에 있는 것은 진통제입니다.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서 진통제를 두었죠. 그 밑에 있는 것이 아까 봤던 가짜 돈 입니다. 중국에서 누군가 죽으면 불멸을 위해서 가짜 돈을 태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종이를 자신들 나름대로 바꾸었다고 하네요. 아랫쪽에 있는 것은 주황색 물감입니다. 폭발적인 예술을 하라는 뜻에서 넣었다고 합니다. 진통제와 가짜돈이 관람객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도구였다면, 주황색 물감은 이토이가 좋은 작품 발굴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쿤스트할레 뒷쪽 바깥 공간은 전망대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현장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저 곳이 완공되면 광주 사람들은 멋진 문화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도 언젠가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쿤스트할레에서 작품들을 둘러본 뒤에 구도청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컨테이너 바깥으로 나오면서 구도청을 보니까 예술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음악과 미술만이 예술이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의 사소한 존재와 인생 관념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토이의 작품을 통해 깨달았고 쿤스트할레를 통해 각인됐습니다. 물론 예술이라는 것이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인지하면 '아, 그렇구나!'라는 감탄사를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쿤스트할레 광주를 통해서 예술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