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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웨인 루니 재계약, 여전한 3가지 의문점

 

지난 일주일 동안 유럽 축구를 뜨겁게 달구었던 웨인 루니(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거취가 결국 잔류로 확정됐습니다. 맨유는 22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루니가 맨유와 오는 2015년 6월까지 5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며 최근에 불거졌던 루니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며칠전 맨유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루니는 레알 마드리드-FC 바르셀로나-첼시-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지만 결국 맨유에 잔류했습니다.

하지만 루니의 재계약은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맨유를 떠나겠다는 마음이 확고했던 루니를 달래는데 성공했지만, 루니 잔류 확정 소식과 더불어 느닷없이 "2015년까지 맨유와 계약"한다는 발표가 떴다는 점이 의심스럽습니다. 과연 루니가 앞으로 5년 더 맨유맨으로 뛰겠다는 의향이 진심으로 있는지,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그의 마음이 갑작스럽게 변화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맨유의 미디어 담당관 벤 힙스가 트위터를 통해 "맨유에서 8년 6개월 동안 일하면서 여러가지 기괴한 일을 겪었고 지켜봤는데 이런 사례는 처음이다"고 밝힐 정도로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루니의 재계약에 대해서 3가지 의문점을 정리했습니다.

1. "맨유는 야망이 없다"는 루니의 발언, 결국 변명이었나?

"돈 때문이 아니다. 맨유에는 야망이 없다. (데이비드 길) 단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떠나고 싶다."

루니는 맨유를 떠나겠다는 이유로 "맨유는 야망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2004년 여름 올드 트래포드 입성 이후 레드 데블스(맨유의 애칭)의 슈퍼스타로 활약했던 시기에는 맨유가 대형 선수 영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여러차례 값진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행보는 그때와 다릅니다. 맨유는 구단의 재정난 때문에 대형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올해 영입했던 4명(디우프, 에르난데스, 스몰링, 베베)은 철저한 영건입니다. 그나마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퀘이로스 전 맨유 수석코치의 추천에 의해 베베만 보강했지만, 당초에는 퍼거슨 감독이 "영입 없음"을 원칙으로 내걸었습니다.

최근 맨유의 행보를 보면 라이벌 구단 아스날과 비슷한 구석이 여럿 있습니다. 한때 프리미어리그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며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으나 첼시-맨시티의 급속한 성장에 의해 빛이 바라고 있습니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두 팀에 의해 순위 경쟁에서 밀렸죠. 또한 맨유와 아스날은 구단 재정난 때문에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적자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선수 영입에 막대한 돈을 쓸 여유가 없으며 전력 보강에 취약한 약점을 안게 됐습니다. 그리고 두 팀은 유망주 발굴 및 육성에 초점을 맞추죠. 물론 맨유는 아스날에 비해 빅 스타를 영입한 전례가 많았지만, 첼시-맨시티에 비하면 선수 키우기에 주력합니다.

여기서 아스날을 거론하는 이유는, 맨유의 앞날 모습이 아스날과 비슷한 행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력 보강에 소극적인 팀은 뚜렷한 성적 효과를 거두기 힘듭니다. 오히려 퇴보하죠. 맨유는 지난해 여름 호날두-테베스와 작별하면서 공격의 파괴력이 감소했고, 그나마 루니의 포텐이 터지면서 시즌 막판까지 잘 버텼지만 결국 그 한계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8경기 3승5무에 그쳤습니다. 현 시점에서 리그 우승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아스날은 최근 몇 시즌 동안 리그 우승보다는 빅4를 지키는데 안간힘을 다했지만(지난 시즌은 예외였지만), 외부에서 "야망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루니가 맨유를 가리켜 "야망이 없다"고 발언한 것은 마치 맨유를 아스날로 바라보는 듯한 늬앙스가 짙었습니다.

그런데 루니의 "야망이 없다" 발언은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게 있습니다. 맨유는 우승 혹은 빅 샤이닝 영입에 욕심이 없는 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기력 저하로 주춤했던 지난 시즌 성적이 결코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첼시에게 우승 타이틀을 허용했으나 승점은 1점 차이였고,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고, 칼링컵 우승으로 무관을 면했습니다. 4관왕을 달성했던 2008/09시즌에 비하면 성적이 떨어졌지만 적어도 끝없이 추락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우승을 달성했고, 아직 퍼거슨 감독이 건재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녔습니다. 90년대에는 베컴-스콜스-긱스-버트-네빌 형제 같은 황금세대를 배출하면서 화려한 역사를 썼던 것이 퍼거슨 감독의 최대 업적 이었습니다.

오히려 야망이 부족한 것은 루니였습니다. 지난 시즌 막판 발목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경기 내내 무기력한 움직임을 일관하며 골을 넣으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드록바(첼시)에게 득점왕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 흐름은 올 시즌에도 다를 바 없었죠. 평소의 경기 감각을 회복하여 슬럼프에 탈출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미 루니의 잠재력은 지난 시즌 거의 매 경기에 골을 넣으면서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메시(FC 바르셀로나)의 아성을 무너뜨릴 라이벌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좀 더 분발했다면 지금쯤 슬럼프를 이겨냈을지 모릅니다. 결국, 루니의 "야망이 없다" 발언은 변명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루니는 야망이 없다고 지적했던 팀과 5년이나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쪽에 무게감이 실리죠.

2. 맨유 떠나겠다던 루니, 돈 때문에 잔류했나?

루니가 며칠전까지 맨유에서 받았던 주급은 9만 파운드(약 1억 5900만원)였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자였던 야야 투레(맨시티)의 16만 파운드(약 2억 8300만원)보다 거의 절반이나 적은 규모입니다. 루니가 재계약하기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12만 파운드(약 2억 1300만원) 이상 받는 선수는 8명이며 그 중에 5명(야야 투레, 아데바요르, 테베스, 콜로 투레, 배리)이 맨시티 선수들입니다.(참고로, 야야 투레의 주급 22만 파운드-발로텔리의 주급 18만 파운드는 사실이 아니며, 발로텔리 주급은 3만 5000만 파운드입니다.)

맨시티는 맨유의 지역 라이벌 클럽이었기 때문에, 루니가 맨시티 선수들의 높은 주급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동안 루니에게 무게감이 밀렸던 아데바요르-테베스 같은 경우, 오히려 루니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현실입니다. 올 시즌에는 테베스가 리그 득점 1위로 치고 올라왔지만, 2008/09시즌에는 맨유에서 루니-베르바토프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전적이 있죠. 공교롭게도 루니의 차기 행선지로 거론된 곳 중에 하나가 맨시티였으며, 지난 22일 잉글랜드 대중지 <더선>에 따르면 맨유팬들이 루니의 집 앞에서 "맨시티와 계약하면 너는 죽는다(Sign for city and you're dead)"라는 비방성 배너를 펼쳤다고 합니다. 만치니 맨시티 감독은 루니가 맨유에 남을 것이라고 예감했으나 그 이적설이 수그러들지 않았던 이유는 돈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그런 루니가 맨유와 재계약하기 이전까지, 현지 언론에서는 루니가 맨유와의 주급 문제 때문에 팀을 떠나는 것이 아니냐고 제기했습니다. 루니가 맨유에게 주급 16만 파운드, 또는 18만 파운드(약 3억 1800만원)을 요구했으나 구단이 거절한 것이 그 요지죠. 그래서 루니는 그것에 불만을 품으며 맨유를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피웠다는 시나리오가 완성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루니와 맨유중에 그 시나리오를 부정한 쪽은 없습니다. 루니는 22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협상 과정이 매우 복잡했다"고 밝혔는데, 주급 문제에 따른 맨유와의 이견을 해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를 떠나길 원했던 루니의 마음을 맨유가 달랬던 결정타는 돈이었을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루니는 며칠전 맨유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 "돈 때문은 아니다. 맨유는 야망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을 살펴보면, 돈과 야망 중에 하나는 거짓말입니다. 루니의 주급 9만 파운드는 지난 4월 PFA(프리미어리그 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던 것 치고는 적은 액수이기 때문에 구단에 "주급 인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명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몇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자 잉글랜드 최고의 선수로 명성을 쌓아왔기 때문에 9만 파운드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자존심은 아무도 못말리죠.

하지만 루니는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거슨 감독이 맨유 잔류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가?"라는 벤 힙스의 질문에 대해 "그렇다. 물론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돈 때문에 맨유에 잔류한 것을 철저하게 부정했죠. 진심의 답변인지, 아니면 '다음에 이적 기회를 노리겠다'는 립서비스인지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맨유와 재계약을 맺은 루니의 주급은 대폭 올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3. 퍼거슨은 루니를 내치지 않았다. 루니와 무언가가 있다

루니는 예전 같았으면 퍼거슨 감독의 살생부 대상에 올랐을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자신의 절대적인 권위에 도전하는 선수를 가차없이 정리했기 때문이죠. 스탐-베컴-로이 킨-판 니스텔로이-에인세가 대표적인 예 입니다. 스탐은 자서전에서 맨유의 기밀 정보나 다름없던 사전 비밀 접촉을 폭로했고 동료 선수 및 퍼거슨 감독을 비난했습니다. 베컴은 결혼 이후 개인 연습 시간이 줄었던 것을 비롯 거짓말을 치고 훈련에 빠졌던 이력이 있죠. 로이 킨은 인터뷰에서 동료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판 니스텔로이는 호날두와 다툰 것을 비롯 출전 문제를 놓고 퍼거슨 감독과 대립했고, 에인세도 로테이션 기용에 불만을 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루니가 문제되는 이유는 "맨유는 야망이 없다"는 말이 팀을 깎아내리는 목적으로 비춰졌기 때문입니다. 팀의 명예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과 동료 선수들을 비난한 것보다 수위가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권위에 맞선 것이죠. 그럼에도 퍼거슨 감독은 22일 MUTV를 통해 "루니가 잔류를 결정해서 기쁘다. 내가 감독하면서 어느 누구도 떠나고 싶다고 요청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호날두가 유일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멘트를 놓고 보면, 루니에게 직접적으로 맨유를 떠나겠다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루니와 퍼거슨 감독 사이에서 무언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루니는 다시 "맨유를 떠나겠다"는 말을 내뱉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맨유에 대한 강렬한 충성심을 자랑했지만, "맨유는 야망이 없다"는 발언을 통해 충성심이 결여 된 선수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선수가 어느 순간에 2015년까지 맨유와의 재계약을 수락한 것은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추측을 하자면, 퍼거슨 감독은 루니를 이적시키기 위해 일부러 계약을 연장하면서 다른 팀에게 거액의 이적료를 얻겠다는 속셈으로 보입니다. 팀 분위기를 흐트린 선수를 계속 잔류시키기에는 퍼거슨 감독이 그동안 쌓아왔던 권위에 흠집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은 추측일 뿐이죠. 그것이 아니라면, 예전의 퍼거슨 감독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