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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시즌 첫 골, '공격력 발전'의 쾌거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마침내 시즌 첫 골을 넣으며 볼턴 에이스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그 골은 볼턴이 잦은 무승부 속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는 쾌거로 이어졌습니다.

이청용은 16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스토크 시티와의 홈 경기에 86분 동안 출전하여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전반 22분 박스 바깥 중앙에서 케빈 데이비스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상대 수비수 압둘라예 파예가 넘어진 것을 틈타, 오른발로 재빨리 공을 갇다대며 상대 골대 오른쪽 윗 구석을 가르며 골을 기록했습니다. 이청용의 선제골로 앞서갔던 볼턴은 후반 2분 로리 델랍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46분 이반 클라스니치가 결승골을 성공시켜 2-1로 승리했습니다.

이로써, 볼턴은 시즌 2승5무1패를 기록하며 리그 12위에서 7위로 올라섰습니다. 스토크 시티전 이전까지 시즌 7경기에서 5번의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3점 획득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경기에서 이청용의 골을 발판으로 시즌 2승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이청용은 경기 종료 후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훌륭한 피니쉬(Great finish)'라는 평가와 함께 평점 7점을 기록했습니다. 볼턴에서는 스튜어트 홀든(8점)에 이어 팀 내에서 두번째로 많은 평점입니다.

이청용의 훌륭한 피니쉬, 매우 각별한 이유

이청용에게는 스토크 시티전 선제골이 각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1월 26일 번리전 결승골 이후 소속팀에서 9개월 만에 골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번리전 이후 빠듯한 경기 일정에 따른 체력 저하에 시달리며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고, 올 시즌 스토크 시티전 이전까지는 7경기에서 슈팅이 5개에 불과했습니다. 측면에서 최전방으로 볼을 공급하는데 집중하다보니 골을 넣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공격 성향의 윙어로서 골이 없는 것은 아쉬움에 남았습니다. 골에 대한 욕심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하죠. 볼턴의 득점 패턴이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에게 쏠렸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실, 볼턴의 스토크 시티전 경기 내용은 평소보다 좋지 못했습니다. 스토크 시티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포백과 미드필더의 폭을 좁히면서, 데이비스-엘만더를 밀착 견제하는데 집중했죠. 물론 두 선수는 최전방-2선-측면을 골고루 번갈아가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데 집중했지만 너무 많은 인원들과 상대하다보니 골 넣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한 공격이 시작되는 타이밍에 상대의 타이트한 전방 압박에 시달리면서 경기 내용을 유리하게 이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반전 점유율에서 45-55(%)로 밀렸습니다.

하지만 볼턴은 전반전을 1-0으로 마쳤습니다. 이청용의 '에이스 본능'에 의해 값진 골을 수확하게 됐죠. 이청용은 전반 22분 박스 중앙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데이비스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작렬했습니다. 스토크 시티가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상황속에서 상대 수비의 집중력이 떨어졌을거라 판단하여, 쇄도-패스-슈팅을 골고루 겸비한 과감함을 발휘했죠. 오직 개인의 힘으로 골을 넣으려는 집념이 강한데다 창의성까지 더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실수가 없었다는 것은, 이청용의 축구 센스가 얼마만큼 뛰어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선제골만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이청용의 전반 26분과 전반 41분 패스는 상대 수비 밸런스를 와해시키는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전반 26분에 하프라인 오른쪽 부근에서 페트로프에게 얼리 크로스를 띄웠고, 41분에는 2선 중앙에서 데이비스에게 로빙 패스를 이어줬는데 그 타이밍이 빨랐고 세기가 제법 날카로웠습니다. 상대 수비진이 이청용의 패스를 걷어내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으며 한 순간에 위치가 흐트러지게 됐습니다. 아쉬운 것은, 페트로프는 퍼스트 터치가 길었던 바람에 상대 수비수에게 저지당했고 데이비스가 볼을 잡은 이후에는 더 이상의 2차-3차 공격이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청용은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패스를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자신의 공격력이 얼마만큼 특출난지를 보여줘야했지만(게리 멕슨 전 감독 체제) 그 이후에는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은데다 팀 플레이에 녹아들고 수비 가담이 많아지면서 볼 터치가 적어졌죠. 스토크 시티전 같은 경우에도, 이청용의 패스 횟수는 볼턴의 선발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적었습니다.(홀든 33개, 페트로프 27개, 무암바 23개, 이청용 20개) 그럼에도 이청용은 올 시즌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지 않고 지난 시즌보다 공격력이 더 좋아졌습니다. 실력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하죠.

이청용은 한 번의 공격 기회를 결정적인 골 상황으로 연출할 수 있는 임펙트가 부쩍 좋아졌습니다. 동료 선수와 횡패스 및 백패스 같은 볼 배급을 주고받으며 패스 게임을 노리기보다는, 팀에 확실한 골 장면을 선사하려는 경제적인 볼 배급에 눈을 떴습니다. 지난 8월 21일 웨스트햄전에서 경기 내용상으로는 부진했으나 한 번의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로 도움을 기록했고, 지난달 11일 아스날전에서는 상대 수비수 코시엘니의 공중볼 처리 실수를 틈타 크로스로 도움을 올렸습니다. 스토크 시티전 선제골은 본인이 직접 해결하면서 데이비스와 2대1 패스까지 주고받았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않은 경기에서도 확실한 골 기회를 노리면서 상대 수비에 혼란을 가중 시켰습니다.

그런 이청용의 공격력은 지난 시즌보다 두드러지게 향상됐습니다. 지난 시즌이 자신의 존재감을 볼턴에서 심어주기 위한 시기였다면, 올 시즌은 볼턴의 팀 플레이에 녹아들며 그 속에서 임펙트를 키웠습니다. 물론 볼턴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기에는 팀의 레벨이 부응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볼턴이라는 팀이 아직 롱볼 축구의 잔재가 남아있고, 몇몇 선수들이 아기자기한 공격 패턴과 거리감이 있고, 최전방에는 데이비스-엘만더 같은 빅맨들이 선 굵은 플레이에 강합니다. 이청용은 기술 중심의 테크니션이지만, 볼턴의 컨셉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팀의 공격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청용이 팀 플레이에 익숙해졌다는 점은, 앞으로 볼턴에서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청용은 호날두-로번-리베리-월컷 같은 엄청난 스피드를 주무기로 상대 측면을 파고드는 성향의 윙어가 아닙니다. 잰걸음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상대 배후 공간을 파고들면서 기교에 승부수를 띄우는 윙어입니다. 그런 특징이 볼턴과 프리미어리그에서 빛을 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예측 불가능한 공격 상황을 연출하는 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빠른 발의 윙어는 상대의 집중 견제에 무기력하거나 평소 만큼의 공격력을 쏟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청용 같은 잰걸음 성향의 윙어는 견제를 받더라도 차분해지면서 한 번의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리는 힘이 있습니다. 경기 흐름을 읽는 판단력 및 직선과 곡선을 골고루 활용한 공격 패턴의 다양함이 임펙트를 키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페이스가 점점 떨어졌습니다. 스토크 시티와 경기를 치르기 4일전에 국내에서 일본과 숙명의 라이벌전을 펼치면서 많은 체력을 소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팀이 1-1로 팽팽히 맞섰던 후반 41분에 교체되었죠.

그럼에도 이청용은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경기 내내 부지런히 뛰면서 오버 페이스하기 보다는 완급 조절을 펼치며 효율적인 볼 배급을 노리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공격쪽에 시선이 집중되는 시점에서 과감한 공격력을 발휘하며 직접 골을 성공시킨 축구 본능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이청용의 시즌 첫 골은 '공격력 발전'의 결과이자, 힘든 일정을 치른 선수 본인에게 매우 각별한 일입니다. 최선을 다한 이청용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