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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2개월 전 벨라미를 영입하려던 까닭?

 

지난 시즌까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서 활약했던 크레이그 벨라미(31, 카디프 시티)가 올해 여름 '맨시티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러브콜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맨유 이적설을 완전히 시인하지 않았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은 영입 제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맨유 공식 홈페이지 에서 벨라미의 영입설을 공개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우선, 벨라미는 2009/10시즌까지 맨시티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지만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의 전술적인 괴리감 및 25인 로스터 도입에 의해 지난 8월 팀을 떠났습니다. 토트넘과 풀럼 등의 영입 공세를 받았지만 그 행선지는 자신의 고향팀이자 잉글리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에 속한 카디프 시티 였습니다. 당시 입단 기자회견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팀을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맨시티가 벨라미를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 이적시키면 팀의 성적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염려감 때문에 카디프 시티로 임대 보냈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그래서 벨라미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토트넘 이적은 지지부진했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약간 혼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그 팀으로 가고 싶다고 밝히면 맨시티에서의 삶이 힘들 것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스카이스포츠측은 그 팀이 맨유가 아니냐고 물었는데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몇 주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만약 그것이 성사되었다면 기적이었을 것이다. 에이전트와 함께 앉아서 의논했지만, 맨시티가 공황 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결국 카디프 시티로 가게 됐다"며 맨유의 관심을 받은 것을 우회적으로 시인하는 늬앙스를 취했습니다.

그런데 벨라미의 발언이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 실리면서 그 인터뷰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는 그동안 구단과 직접 관련된 현지 언론 기사 및 이적설을 공식 홈페이지에 알려왔습니다. 물론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서 반영되는 기사는 구단의 공식적인 입장과 관계 없지만, 벨라미의 인터뷰가 실렸다는 점은 다른 기사에 비해 신빙성 있는 정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맨유 홈페이지에서는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과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서 공개했지만, 더 선과 스카이스포츠의 인터뷰 내용은 서로 비슷합니다.

현지 언론의 기사를 놓고 보면, 맨유는 벨라미를 영입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벨라미는 악동적인 기질 및 빅 클럽에서의 꾸준하지 못했던 커리어, 저니맨 이미지 때문에 저평가 될 수 밖에 없었지만, 기량 하나 만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손꼽히는 공격력을 자랑했습니다. 지난 시즌 맨시티의 4-3-3과 4-4-2에서 왼쪽 윙어 역할을 맡아 팀 공격의 젖줄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직선적이고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기반으로 화려한 개인기와 강력한 몸싸움까지 더해지면서 상대 수비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것이 벨라미의 진가였습니다.

벨라미의 최대 강점은 그라운드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며 열심히 뛴다는 것입니다. 팀을 위해 뛰겠다는 정열적인 자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다른 클럽들의 시선을 사로잡기가 쉽습니다. 맨유도 그 중에 하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개인기에 집착하는 선수보다는 팀 플레이에 강점을 두는 선수를 선호하기 때문에 벨라미에 곁눈질을 했을지 모릅니다. 또한 벨라미는 지난해 9월 20일 맨유 원정 2골, 지난 1월 19일과 27일 맨유와의 칼링컵 1~2차전에서 각각 1도움을 기록하며 맨유에 강한 기질을 발휘했습니다. 맨유는 벨라미의 특출난 실력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맨유가 벨라미를 영입하려던 의도는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윙어를 보강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여름 호날두-테베스와 작별하면서 웨인 루니 이외에는 팀 공격력을 끌어올릴 공격 옵션이 없었고, 베르바토프-발렌시아-나니 같은 또 다른 공격 옵션들은 루니의 무게감을 대신하기에는 아우라가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루니가 지난 3월말 발목 부상으로 신음하자 맨유의 공격력이 눈에 뜨게 다운되면서 결국 첼시에게 프리미어리그 우승 타이틀을 내줬습니다. 또한 루니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최악의 부진에 빠지자 공격 옵션을 보강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입니다.

벨라미 같은 경우에는 오랜 기간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두각을 떨쳤던 '검증된 자원' 입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뉴캐슬에서 앨런 시어러와 투톱 공격수로 활약했던 경험까지 맞물리면 맨유에서 공격수와 윙어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맨유의 오른쪽 윙어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 및 미숙한 왼발 능력 때문에 상대 수비에 읽히기 쉬운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루이스 나니는 좌우 측면에 모두 기용 될 수 있지만 기복이 심한 아쉬움이 있었죠. 두 선수가 맨유의 파괴력을 강화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올 시즌의 나니는 크게 성장했지만)

만약 벨라미가 맨유로 이적했다면 왼쪽 윙어로서 꾸준한 출전 기회를 보장받았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속한 라이언 긱스는 체력적인 어려움 때문에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없으며, 박지성은 나니-발렌시아와 타입이 다른 전형적인 팀 플레이어입니다. 반면 벨라미는 팀의 페너트레이션을 주도하며 좌우 측면에서 나니 또는 발렌시아와 장단을 맞추며 공격의 파괴력을 끌어올렸을지 모릅니다. 맨시티가 지난 시즌 벨라미의 존재감에 힘입어 측면 공격을 강화했던 것 처럼, 맨유도 경기력 퀄리티를 높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벨라미의 맨유 이적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매우 낮았습니다. 맨시티와 맨유는 앙숙 관계이자 지역 라이벌이기 때문에 남이 잘 되는 꼴을 보기 싫어합니다. 지난해 여름 맨유에서 맨시티로 이적한 카를로스 테베스는 맨유 임대 계약이 종료되었던 신분이었기 때문에 맨시티 이적에 어려움이 없었죠.

그러나 벨라미는 프리미어리그 빅4 클럽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에 '빅4 진입을 꿈꾸던' 맨시티가 자신의 존재감을 껄끄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챔피언십리그의 카디프 시티로 임대보냈죠. 그 내막이 2개월 뒤 벨라미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만약 맨유 이적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졌다면 프리미어리그를 뜨겁게 달구는 엄청난 이슈로 거듭났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