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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바르사-맨유가 실패한 판타스틱4, AC밀란은?


이탈리아 세리에A의 현 최강자는 인터 밀란입니다. 2005/06시즌 유벤투스가 칼치오폴리(승부조작)로 세리에A 챔피언 자격이 박탈된 이후부터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우승컵을 치켜 세웠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이탈리아 클럽 최초로 유로피언 트레블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무리뉴에서 베니테즈 체제로 바뀌면서 개인 기량-팀 전술-팀 워크가 무뎌진 것을 비롯, 세리에A 5연패 및 트레블처럼 선수 구성원을 자극할 동기부여가 마땅찮습니다. 시즌 초반임을 감안하더라도 스타트가 불안합니다.

반면 인터 밀란의 지역 라이벌인 AC밀란은 인터 밀란과 대조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 및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을 여럿 영입하여 스쿼드의 퀄리티를 끌어올리고 감독까지 교체했습니다. 특히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임대 영입한 것은 '그의 친정팀이었던' 인터 밀란을 넘어서겠다는 AC밀란의 의중을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호비뉴까지 새롭게 가세하면서 브라질 대표팀 출신의 호나우지뉴-파투와 재회하여 유럽 축구 판도를 뜨겁게 달굴 네 명의 공격수들이 뭉쳤습니다. '판타스틱4'의 이름으로 인터 밀란을 넘어 세리에A를 제패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접수하겠다는 각오입니다.

AC밀란이 반면교사 삼아야 할 바르사-맨유의 실패 원인

하지만 최근 유럽 축구에서 판타스틱4가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지구촌 축구팬들의 이목을 끄는 '환상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공격수 네 명을 보유했지만 그것이 완벽한 성공으로 귀결되지 못했습니다. 투톱과 스리톱(비슷한 범주의 원톱 포함)이 대세인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 네 명을 거의 매 경기에 동시에 기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부 선수가 주전 경쟁 탈락으로 벤치를 뜨겁게 달굴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공격수 파트너를 비롯한 팀원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거나 이전 시즌에 비해 폼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타스틱4는 대중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자극적인 키워드이지만, 오히려 팀 전력에 독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띄고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와 실망스러움이 교차되기 쉬운 '모 아니면 도', '빛과 그림자'로 표현되는 특징이 있죠. AC밀란은 즐라탄-호나우지뉴-호비뉴-파투가 서로 합체된 판타스틱4를 구성하며 매스컴 및 축구팬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만약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발휘하거나 누군가 부정적으로 어긋나면 외부의 실망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AC밀란의 판타스틱4가 성공하려면 판타스틱4 효과가 짭짤하지 못했던 두 팀을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그들입니다.

바르사는 지난 2007년 여름 앙리를 아스날에서 영입하면서 에토-호나우지뉴-메시-앙리로 짜인 판타스틱4를 탄생 시켰습니다. 유럽 최강의 스리톱 조합이었던 'REM(호나우지뉴-에토-메시)'에서 앙리까지 가세하면서 2007/08시즌에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예견했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격언이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호나우지뉴가 과체중 논란-사생활 문란-잔부상-잦은 훈련 지각에 따른 팀 워크 저해 요소가 서로 맞물린 끝에 끝 없는 슬럼프에 빠지면서 판타스틱4의 동력 하나를 잃었습니다. 앙리는 왼쪽 윙 포워드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아스날 시절 타겟맨으로서 화끈한 공격력을 펼쳤던 포스에 비해 무게감이 부족했습니다. 시즌 중반에는 아킬레스건과 등 부위에 잔부상을 당하면서 폼이 들쭉날쭉 했습니다. 그래서 바르사의 공격은 에토-메시에게 기대감이 쏠렸으나 두 선수의 명불허전만으로는 부족했고, 결국 무관에 빠지면서 레이카르트 감독을 경질하고 호나우지뉴를 AC밀란으로 방출성 이적을 보냈습니다. 판타스틱4가 실패한 순간 이었습니다.

그 당시 바르사를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물리치고 우승까지 차지했던 맨유는 베르바토프를 영입하며 2008/09시즌을 향한 야심찬 출발을 했습니다. 2007/08시즌 맨유의 더블 우승을 견인했던 호날두-루니-테베스를 비롯하여 베르바토프까지 가세하면서 맨유판 판타스틱4를 구성했습니다. 물론 호날두는 오른쪽 윙어였지만 루니-테베스-베르바토프보다 골 생산을 잘하는 선수였고, 4-3-3 전환시에는 중앙 공격수로 뛰었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공격수로 간주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맨유도 바르사가 직면했던 판타스틱4의 문제점을 그대로 직면했습니다. 테베스가 베르바토프 영입과 동시에 벤치로 밀리면서 실전 감각이 무뎌진 끝에 리그 5골에 그쳤죠. 하지만 맨유판 판타스틱4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공격수 4명의 폼이 이전보다 좋지 못했습니다. 테베스는 앞서 언급했고, 이적생 베르바토프는 팀의 빠른 공격 템포에 녹아들지 못한데다 토트넘 시절의 포스를 맘껏 발휘하지 못하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호날두는 상대의 집중 견제를 당한 끝에 시즌 중반 슬럼프에 빠졌고 2007/08시즌에 비해 골 숫자가 부쩍 줄었습니다. 루니는 이타적인 플레이에서 빛을 발했으나 골 결정력 불안에 시달리며 '성장이 멈춘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감수했습니다. 물론 2008/09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수비력의 승리'에 의해 거둔 결과물 이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C밀란도 바르사-맨유와 더불어 4명의 대형 공격수들을 모두 선발로 내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알레그리 감독은 전 소속팀 칼리아니에서 즐겨 구사했던 4-3-1-2를 AC밀란에서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에, 4명의 공격수 중에 누군가가 벤치를 지킬 수 밖에 없습니다. 즐라탄을 붙박이 주전으로 활용하면서 호나우지뉴-호비뉴-파투를 컨디션에 따라 로테이션으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파투가 넓적다리 부상을 당하면서 호비뉴의 출전 빈도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시도로프가 지난달 28일 아약스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면서 호나우지뉴가 벤치로 내려갔습니다.

냉정히 말해, 호나우지뉴-호비뉴-파투는 시즌 내내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뛰기에는 몸이 따라주지 못합니다. 호나우지뉴는 과거에 비해 체력 및 몸놀림이 저하된 상태이며 호비뉴-파투는 그동안의 부상 여파 때문에 무리한 출전이 자칫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호나우지뉴-호비뉴-파투가 경이적인 포스를 발휘하기에는 들쭉날쭉한 출전 시간 때문에 실전 감각의 리듬을 잃기 쉬운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테베스가 맨유에서 경기력 저하에 시달렸던 것도 그 이유죠. 그래서 유벤투스-인터 밀란 공격수로서 세리에A 무대를 평정한 경험이 있는 즐라탄의 공격력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즐라탄의 폼은 AC밀란 공격진 중에서 가장 우수합니다. 지난달 11일 크세나전 이후 7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여 5골을 넣었습니다. 골을 기록하는 해결사적 기질 뿐만 아니라 195cm의 다부진 체격 조건과 강력한 몸싸움, 안정된 퍼스트 터치 및 키핑력까지 가미된 개인 능력의 탁월함을 통해 상대 수비를 제압했습니다. 바르사 소속으로 몸담았던 프리메라리가보다 거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활용하며 플레이에 자신감이 붙었죠. 과거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 호나우지뉴, 기복이 심한 호비뉴, 축구 신동으로 불렸던 2~3년 전에 비해 성장이 다소 정체된 파투보다는 즐라탄이 더 믿음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즐라탄이 2003/04시즌 아약스 시절부터 지난 시즌 바르사에 이르기까지 소속팀의 정규리그 8연패(비록 유벤투스는 칼치오폴리로 2004/05, 2005/06시즌 우승 자격 박탈)를 이끌었던 행보는 AC밀란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호나우지뉴가 조력자로서 팀 공격에 힘이 되어주고, 호비뉴가 세리에A 적응에 최선을 다하면서, 파투가 탐욕스런 포스를 발휘하면 즐라탄에게 치우치는 공격 패턴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즐라탄이 바르사에서 AC밀란으로 임대된 것까지 포함하면, 네 명 모두 올 시즌은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올 시즌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기를 치를 수록 서로의 호흡이 척척 잘 맞으면 올 시즌 AC밀란의 판타스틱4는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