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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볼턴, EPL 다크호스로 떠오를 조짐 보인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6경기 1승4무1패. 리그 12위를 기록중인 볼턴의 성적입니다. 지난 시즌 리그 14위(10승9무19패)보다 두 계단 앞서있지만 여전히 10위권 안에 포함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단순한 순위만을 놓고 보면 올 시즌 성적은 '뻔할뻔'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볼턴에게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18일 애스턴 빌라전 1-1 무승부, 2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 2-2 무승부를 통해 예전 경기력에서 찾아보기 힘든 견고함과 끈끈함의 온기가가 느껴졌습니다. 한때는 롱볼 또는 하이볼 위주의 축구 방식 때문에 뻥축구의 대명사로 지탄받았지만 이제는 '과거속의 추억'으로 돌려 놓으며 패스 게임에 눈을 떳습니다. 특히 애스턴 빌라-맨유전에서의 경기력을 놓고 보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 에이스로서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긍정적 행보가 기대됩니다.

볼턴이 긍정적으로 달라지게 된 배경

볼턴의 두드러진 성적 향상이 기대되는 이유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평준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약팀이 강팀 또는 다크호스의 발목을 잡거나, 기존 강팀들이 약팀에게 고전하는 흐름에 익숙해진 요즘이죠. 리그 6라운드가 진행되면서 3승 이상의 성적을 올린 팀은 6팀 뿐이며 올 시즌 유력한 강등 후보인 웨스트 브로미치가 3승1무2패로 6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TOP 10안에 포함 될 가능성이 있는 팀들이 힘을 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강팀 및 다크호스가 고전하는 흐름은 지난 시즌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볼턴은 지난 11일 아스날전에서 1-4로 대패하기까지 올 시즌 전망이 그저 그럴 것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수비가 문제였습니다. 볼턴의 '구멍'이라 할 수 있는 나이트의 미흡한 볼 처리 및 불안한 커버 플레이는 여전했고 팀의 수비 조직력이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부족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 뛰는 무암바는 상대 중앙 공격에 의해 뒷 공간을 자주 허용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던 점도 불안 요소로 꼽을 수 있었죠. 골키퍼 야스켈라이넨과 센터백 케이힐이 각각 버밍엄 시티전과 아스날전에서 퇴장 당했던 여파도 작용했죠.

하지만 볼턴의 응집력은 애스턴 빌라 원정을 계기로 부쩍 물이 올랐습니다. 그 경기에서는 1-1로 비겼지만 그동안 빌라 파크에서 맥없이 무너졌던 과거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경기력이 좋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4월 5일 0-4, 2008년 12월 13일 2-4, 지난해 11월 7일 1-5로 대량 실점 패배를 허용했지만, 이번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는 상대에게 유효 슈팅 2개만 허용할 정도로 미드필더진에서의 강한 압박이 주효했습니다. 끈질긴 수비력과 철저한 커버 플레이를 자랑하는 홀든이 무암바의 파트너로 가세하면서 볼턴의 허리가 튼튼해졌죠. 그래서 포백의 불안한 수비력을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는 상대에게 2골을 내줬음에도 수비력에서 '절반 이상의 성과'를 냈습니다. 그동안 불안한 수비력을 거듭했던 나이트가 시즌 초반 가파른 행보를 질주했던 맨유 공격수 베르바토프를 봉쇄했기 때문입니다. 볼턴의 수비진이 박스쪽에서 정지된 형태의 라인을 구성하면서 베르바토프가 전방으로 질주할 수 있는 틈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상대 수비의 강한 견제에 무너지기 쉬운 타입이기 때문에 나이트의 육중한 체격을 부담스러워 할 수 밖에 없었죠. 베르바토프의 파트너로 뛰었던 루니의 무기력한 몸놀림까지 더해지면서 볼턴의 수비 라인은 탄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볼턴의 맨유전 2실점은 프리미어리그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데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실점을 헌납했기 때문입니다. 나니의 개인 기술에 의해 수비라인이 한 순간에 와해된 것, 무암바가 오언에게 헤딩 동점골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마크 동작이 늦은데다 공중볼 경합까지 밀렸던 것은 볼턴의 긍정적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부분입니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탄탄한 수비력이 기반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비 조직력이 지난 시즌보다 향상되었다는 점에서 칭찬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코일 감독의 지도력이 있었습니다. 코일 감독은 패싱 게임을 선호하지만 '수비가 안되면 패스도 마찬가지'라는 마인드로 무장했음을 그의 전술을 통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비가 흔들리면 후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공격이 안 풀리기 때문에 수비 조직력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볼턴은 케이힐을 제외하면 영향력이 막중한 수비수가 없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이 도와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드필더들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포백을 보호했고, 페트로프-이청용 같은 좌우 윙어들이 날카로운 볼 배급 및 드리블 돌파를 기반으로 빌드업을 전개하며 볼턴의 공격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특히 이청용이 상대의 집중 견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은 앞으로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료 선수에게 볼을 받거나, 상대 수비의 실수를 노려 허를 찌를려는 적극성이 부쩍 좋아지면서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됐죠.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기 시작할 타이밍이면 중앙으로 이동하여 볼을 터치하며 연계 플레이에 참여할 정도로 팀 공격에 기여하는 부분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는 얼리 크로스의 정확성이 향상되면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스스로 마련하는 기교를 터득했습니다. 이청용의 공격 패턴이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볼턴 입장에서도 이청용의 존재감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팀의 패스 게임을 주도하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이청용이 직선과 곡선의 공격 패턴을 골고루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을 비롯해서 경기 상황에 따라 빠른 볼 터치에 의한 다양한 패스를 시도하며 볼턴의 공격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그래서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으로 향하는 공격의 물줄기가 굵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볼턴의 성적 향상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 선수는 다부진 체격을 앞세운 선 굵은 공격력에 특화된 선수들이자 지난 시즌까지 최전방을 지키는 활동 패턴에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2선과 측면까지 커버하는 넓은 활동 영역을 부지런히 드나들고 유기적으로 패스를 전개하며 상대 수비를 위협했습니다. 지난 시즌 서로의 호흡이 맞지 못해 때때로 공격이 끊어졌음을 상기하면 올 시즌에 뚜렷한 공격력 향상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엘만더가 벌써 리그 3골(지난 시즌 리그 25경기 3골)을 넣었고 적극적으로 슈팅을 날리며 골에 대한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 욕심이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골 생산으로 이어지면 볼턴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둘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