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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3승3무' 맨유의 불안 요소 10가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시즌 초반부터 강팀 답지 못한 행보를 거듭중입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승3무를 기록하면서 '슬로우 스타터' 악령을 떨치지 못했죠. 리그 판도가 평준화 추세로 바뀌었기 때문에 2위에 있는 것에 위안 삼을 수 있지만, 공수 양면에 걸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는 엄연히 우승을 노리는 팀이고 '디펜딩 챔피언' 첼시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분발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까지 발동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맨유의 불안 요소 1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3승은 홈, 3무는 원정 경기 전적

맨유는 올 시즌 홈에서 뉴캐슬-웨스트햄-리버풀을 상대로 3승, 원정에서 풀럼-에버턴-볼턴을 상대로 3무를 기록했습니다. 홈 경기에 강하고 원정 경기에 약한 면모가 뚜렷합니다. 원정 경기는 홈 경기보다 불리할 수 밖에 없겠지만, 맨유는 리그 우승을 해야 하는 팀이기 때문에 원정에서 승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풀럼-에버턴 원정에서는 방심한 끝에 후반 막판에 동점골을 허용했고 볼턴 원정에서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팀의 카운트 어택에 흔들렸습니다. 원정 경기에서의 맨유는 강팀 답지 못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2. '37세' 긱스-'36세' 스콜스에 의지하는 현실

30대 후반의 선수가 빅 클럽의 붙박이 주전 필드 플레이어로 뛰는 것은 드문 일 입니다. '37세' 긱스-'36세' 스콜스가 노익장을 과시하는 맨유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두 선수가 실전에서 비중있게 기용되는 것을 부정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맨유 스쿼드의 동맥경화 현상이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긱스-스콜스의 대체자가 아직까지 발굴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두 선수를 대안을 여럿 영입했지만 대부분 실패했고, 나니 같은 경우에는 주력 선수로 거듭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못했습니다. 세대교체 속도가 더딘 맨유는 최소 올 시즌까지 긱스-스콜스에 의지할 것이 분명하지만 마냥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3. 발렌시아-긱스의 부상, 측면 로테이션 '와르르'

발렌시아와 긱스 같은 측면 옵션들의 부상은 박지성의 출전 기회가 늘어나는 결정타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맨유 입장에서는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로테이션 시스템이 측면에서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박지성-나니-발렌시아-긱스 체제에서 두 명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박지성-나니에게 체력적으로 기대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무릎이 안좋기 때문에 무리한 기용이 독이 될 수 있고, 다음달 12일 A매치 일본전 차출 후유증까지 이겨내야 합니다. 나니는 발렌시아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지만 맨유의 공격이 자신에게 치중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선수의 체력 부담을 덜기 위해 누군가가 포지션 전환하거나 베베가 1군 경기에 뛸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4. 돌아오지 않는 4번

유럽 축구의 대표적인 '유리몸'으로 잘 알려진 하그리브스는 '돌아오지 않는 4번'이라는 불명예스런 수식어를 달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9월 21일 첼시 원정 이후 거듭된 무릎 부상 때문에 2년 동안 엔트리에 꾸준히 이름을 내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민 것은 단 1경기 뿐입니다. 지난 5월 2일 선덜랜드전에서 후반 45분 교체 투입하여 2분 동안 뛴 것이 전부입니다. 그 이후 다시 부상에 빠져 아직까지 모습을 내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없는 동안 맨유는 투쟁심과 왕성한 움직임을 앞세워 터프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중앙 미드필더 부재를 안고 있습니다. 올 시즌 맨유의 4번 선수를 몇 경기 동안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5. 베르바토프, 새로운 문제점에 빠졌다

맨유가 침체된 행보 속에서도 리그 2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베르바토프가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리버풀전까지 리그 5경기에서 6골 1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1위로 거듭났고 루니의 부진을 덜어줬습니다. 조율에 치중했던 쉐도우에서 타겟맨으로 올라오면서 골 감각에 눈을 떴던 것이 '먹튀 탈출'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6일 볼턴전에서는 새로운 문제점에 직면했습니다. 상대 수비라인이 전진하지 않다보니 박스 안에서 골을 노리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끈질긴 견제에 취약한 베르바토프의 단점이 볼턴에게 읽힌 것입니다. 더구나 맨유는 베르바토프의 공격 부담을 덜어줄 사정이 마땅치 않습니다. 루니가 슬럼프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6. 루니의 부진이 심각하다

맨유의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의 차이점은 루니의 활약입니다. 루니는 지난 시즌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넣는 신출귀물같은 아우라를 뽐내며 메시(FC 바르셀로나)의 라이벌로 부각 됐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발목 부상 후유증-남아공 월드컵 부진-스캔들 파문 악재에 시달린 끝에 6경기(커뮤니티 실드, 챔스 포함) 1골에 그쳤습니다. 그 1골도 페널티킥으로 넣었을 뿐입니다. 시즌 초반에는 쉐도우로서 이타적인 경기력에 힘을 실으며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스캔들 파문 이후 무기력함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볼턴전에서는 후반 15분 교체 될 정도로 붙박이 주전까지 위태로워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루니의 벤치 전락 가능성은 낮습니다. 루니를 대체할 백업 공격수가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7. 존재감 없는 에르난데스-마케다

오언은 슈퍼 조커로서 어느 정도 제 몫을 했지만 에르난데스-마케다의 '존재감 부족'은 맨유의 세대교체가 정체되는 결정타로 작용합니다. 두 선수가 맨유 공격력에 이렇다할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에르난데스는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발해슛'을 터뜨린 것 이외에는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육중한 피지컬과 빠른 공격 템포가 중심이 되는 프리미어리그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케다는 유연한 경기 운영 능력, 적극적인 움직임, 골을 넣으려는 강렬한 임펙트가 결여된 듯한 인상입니다. 그나마 볼턴전에서는 30분 동안 9개의 패스를 정확히 연결하며 연계 플레이 부족에 대한 약점을 덜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8. 에브라-오셰이의 부진, 2008/09시즌 포스 어디로?

맨유의 좌우 풀백을 맡는 에브라-오셰이의 폼은 시즌 초반부터 저조합니다. 그래서 상대 윙어들에게 배후 공간을 쉽게 내주면서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허용하는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두 선수가 나란히 붙박이 주전으로 뛰었던 2008/09시즌 같았으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입니다. 맨유가 수비 조직력 저하에 시달리는 원인 중에 하나로서 두 선수의 부진을 꼽을만 합니다. 에브라는 그동안 많은 경기에 뛰면서 체력적인 과부하에 걸렸고, 프랑스 대표팀에서의 내분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오셰이는 지난 시즌 장기간 부상으로 이탈했던 여파 때문에 예전의 왕성했던 몸놀림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커버 플레이 및 위치선정 또한 매끄럽지 못하면서 맨유의 오른쪽 풀백 문제를 부추겼습니다.

9. '불안한' 에반스, '부상 많은' 퍼디난드

센터백 문제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디치가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반스가 여러차례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상대 공격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는 것을 비롯 매끄럽지 못한 커버 플레이, 좁은 시야, 불안한 볼 처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 공격을 끊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럼에도 에반스가 주전으로 모습을 내미는 이유는 퍼디난드가 잦은 부상으로 폼이 저하되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비디치와 철벽호흡을 자랑했지만 지난 시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올 시즌에는 실전 감각까지 저하된 상태입니다. 에반스-퍼디난드의 불안 요소를 해결할 것으로 보였던 스몰링은 1군 무대에서 아직까지 두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10. 퍼거슨 감독의 교체 미스는 여전하다

퍼거슨 감독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명장입니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속담이 있듯, 퍼거슨 감독도 전술적인 패착이 적지 않았습니다. 교체 대상 선수 또는 타이밍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그 중에 하나죠. 지난 볼턴전이 그랬습니다. 후반 15분 루니 대신에 마케다, 25분 플래쳐 대신에 오언을 투입했지만 더 먼저 그라운드를 밟았어야 할 선수는 오언 이었습니다. 오언은 슈퍼 서브로 줄기차게 기용되었고 종종 골까지 넣었기 때문에 마케다보다 조커로서의 가치가 큽니다. 반면 마케다는 부지런히 공간을 누비지 못한데다 상대 수비에 발이 묶이면서 맨유 공격력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퍼거슨 감독의 교체 미스 장면을 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