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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메수트 외질, 맨유가 후회하게 될 그 이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있어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발목 골절 부상은 치명적입니다. 발렌시아는 지난 15일 레인저스전 도중에 발목이 90도 꺾이는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맨유는 내년 1월 이적시장이 개장하기 전까지 박지성-긱스-나니를 앞세워 측면을 꾸려야 하는 버거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박지성이 대표팀 차출 여파에 따른 컨디션 저하 및 다음달 12일 A매치 일본전 차출 가능성, 긱스가 올해 37세로서 체력적인 한계를 안고 있음을 상기하면 세 선수만으로는 발렌시아 공백을 메우기가 힘듭니다.

물론 맨유는 오베르탕-베베 같은 또 다른 측면 백업 멤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가 맨유 1군에서 무난한 경기력을 선보일지는 의문입니다. 오베르탕은 지난 시즌 맨유에서 이렇다할 두각을 떨치지 못하고 리저브팀으로 내려갔으며, 공격 성향의 윙어임에도 돌파력-개인기-경기 조율-볼 처리 같은 전반적인 공격력이 미흡합니다. '노숙자 출신' 베베는 지난 여름 740만 파운드(약 134억원)의 이적료로 맨유에 입성했지만 즉시 전력감이 아닌 철저한 영건입니다.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여론의 회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문제는 맨유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보강했던 유일한 선수가 베베라는 점입니다. 지난 7월 부터 맨유 스쿼드에 가세했던 스몰링-에르난데스는 각각 1월과 4월에 영입이 확정된 선수이기 때문에 베베만이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했습니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여름 이적시장 계획은 '선수 영입 없음' 이었습니다. 구단의 재정난 때문에 대형 선수를 영입할 수 없었고,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맨체스터 시티가 이적시장에서 무리하게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이적 대상자들의 몸값이 뛰어 올랐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선수 영입 종료를 일찌감치 선언하여 기존 스쿼드로 올 시즌은 준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패착은 여기서부터 시작 됐습니다. 선수 영입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깨고 지난 8월 중순 베베를 영입한 것입니다. 2년 전까지 맨유 수석코치로 몸담았던 '퍼거슨 브레인' 카를로스 퀘이로스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의 추천을 받아 수혈했지만, 빅 클럽에서 통할 수 있는 레벨인지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740만 파운드를 쏟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프리시즌에서 두각을 떨쳤던 톰 클레버리를 위건으로 임대 보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왼쪽 윙어 자원이기 때문에 교통정리가 필요했죠. 박지성-긱스-발렌시아-나니로 구축된 맨유 측면 로테이션 체제가 올 시즌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을 했기 때문에 베베를 백업 멤버로 두면서 클레버리를 보낸 것입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의 계산은 발렌시아가 발목 골절을 당하면서 완전히 틀어졌습니다. 베베를 1군에 올려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영입 성공 및 실패 여부를 놓고 어수선한 잡음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베에게 경기 출전 기회를 주기에는 조심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반면 클레버리는 프리시즌을 통해 공수 양면에 걸친 착실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클레버리가 더 많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위건 임대를 결정했지만, 정작 클레버리가 있었어야 하는 팀은 맨유였습니다. 만약 클레버리가 남았다면 발렌시아 부상에 따른 측면 자원 부족은 어느 정도 만회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클레버리는 철저한 백업 자원이기 때문에 즉시 전력감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한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맨유가 '월드컵 스타' 메수트 외질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입니다. 외질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맹활약을 펼친 뒤 여러 빅 클럽들의 이적설에 직면했고 그 중 하나가 맨유였습니다. 맨유의 영입 대상자로 거론된 선수들 중에서 이름이 많이 노출된 경우였죠.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지난달 9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가 끝난 뒤 "외질 영입에 관심 없다"고 외면했고 선수 영입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했지만, 3일 뒤 베베 영입을 확정지으면서 그 원칙을 깼습니다.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외질의 차기 행선지는 결국 레알로 결정 됐습니다. 지난달 17일 옵션을 포함한 1500만 유로(약 227억원)의 이적료로 베르더 브레멘에서 레알로 팀을 옮겼입니다. 1500만 유로는 파운드로 환산하면 1247만 파운드이기 때문에 결코 비싼 이적료가 아닙니다. 외질이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전반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었고,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두드러진 맹활약, 훗날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거듭날 잠재력이 있음을 미루어보면 레알은 비교적 저렴하게 영입했습니다.

외질이 맨유 이적을 원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레알에 의해 1500만 유로로 산티아구 베르나베우에 입성한 사실을 놓고 보면 맨유도 외질을 영입할 역량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베베에게 쏟았던 이적료와 그 외 자금을 합해서 외질 영입을 시도했다면 말이죠.(베베 영입을 포기한다는 가정하에) 베베-클레버리에 비해서 외질은 맨유 전력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뛸 수 있고 팀 공격의 새로운 중심으로 거듭날 자질이 있었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영입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구단의 재정난을 너무 의식했던 탓인지 외질 영입에 대한 모험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베베의 경기를 보지도 않고 퀘이로스 전 감독의 추천을 받아 영입한 것은 무모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맨유가 선택하지 않았던 외질은 레알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레알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감각적인 경기 조율 및 여러 형태의 과감한 패싱력으로 팀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팀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레알은 외질의 존재감에 힘입어 더 이상 카카 부상 공백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고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의 행보가 탄력을 얻을 것입니다. 22세의 젊은 선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꾸준한 맹활약을 펼칠 경우 적어도 10년 동안 레알 전력에 없어선 안 될 옵션으로 거듭날지 모릅니다.

만약 맨유가 외질을 영입했다면 지금의 발렌시아 문제는 걱정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외질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독일 대표팀에서 4-4-2의 오른쪽 윙어로 뛰었던 선수였고, 전 소속팀 베르더 브레멘에서는 왼쪽 윙어로 활약했던 전천후 미드필더 자원 이었습니다. 외질이 맨유맨이었다면 지금쯤 오른쪽 윙어로 뛰고 있었겠죠. 또한 외질은 맨유 미드필더의 또 다른 불안 요소였던 스콜스 후계자 부재 및 꾸준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의 엷은 선수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이었다는 점에서, 맨유가 그의 영입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언젠가 후회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