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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첫 골, 슬럼프 이겨낸 집념 강했다

 

'박 선생' 박주영(25, AS 모나코)이 15경기 연속 무득점의 슬럼프를 이겨내고 시즌 첫 골을 터뜨렸습니다. 마르세유는 지난 시즌 프랑스 리게 앙 챔피언이자, 마르세유 원정이 원정팀들에게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골을 넣은 것이 더욱 값집니다.

박주영은 13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벨로드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프랑스 리게 앙 5라운드 마르세유 원정에서 시즌 첫 골을 기록했습니다. 후반 34분 팀의 역습 상황에서 아우바메양의 스루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과감히 쇄도하여 상대 센터백 스테판 음비아를 제쳤고, 골키퍼 스티브 만단다와 1:1 경합을 벌인 끝에 왼발로 공을 밀어넣으며 골맛의 기쁨을 느꼈습니다. 박주영은 지난해 10월 5일 마르세유 원정에서도 결승골을 작렬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으며 이번에도 골을 터뜨리면서 마르세유 원정에 강한 선수임을 입증했습니다.

이로써, 모나코는 마르세유 원정에서 2-2로 비기면서 시즌 1승4무를 기록했습니다. 전반 14분 다니엘 니쿨라에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전반 42분 마티유 발부에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습니다. 후반 34분 박주영의 골로 승리가 유력한 듯 싶었으나 1분 뒤 아드리아누에게 골을 허용하면서 2-2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마르세유전에서 박주영이 그동안 무거웠던 행보를 정리하고 슬럼프 탈출에 성공했다는 점은 모나코 입장에서 큰 소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주영은 지난달 30일 옥세르전에 이어 마르세유 원정에서도 4-4-2의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2경기 연속 미드필더로 뛰었습니다. 지난 2월 8일 생테티엔전을 시작으로 지독한 골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에 음보카니-니쿨라에와의 공격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죠. 음보카니는 강력한 포스트플레이와 탄력을 자랑하는 정통 타겟맨이며 니쿨라에는 마르세유전 이전까지 2경기 연속골로 오름세를 달렸기 때문에, 박주영이 마르세유전에서도 왼쪽 윙어로 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는 음보카니-니쿨라에가 부진했습니다. 모나코가 마르세유에게 일방적으로 공격의 주도권을 허용하면서 중원 장악에 실패했고,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어오는 롱볼을 박주영이 헤딩으로 받아내면서 음보카니-니쿨라에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죠. 음보카니는 최전방에서 일방적으로 고립되었고, 니쿨라에는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공격의 맥을 못추며 음보카니의 부진을 부추겼습니다. 반면 박주영이 4-2-3-1의 원톱에서 왼쪽 윙어로 전환하면서도 롱볼을 지속적으로 받아냈다는 것은 모나코 선수들이 자신의 헤딩 솜씨를 치켜세우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박주영은 적극적인 수비 가담 및 빠른 공수 전환으로 활발히 움직이는 최상의 컨디션을 나타냈습니다.

모나코가 1-1 상황이었던 후반 29분 음보카니-니쿨라에를 모두 빼고 왼쪽 풀백 롤로, 왼쪽 윙어 말롱가를 투입한 것은 박주영의 공격력을 믿겠다는 벤치의 의중이 두드러졌습니다. 박주영이 음보카니-니쿨라에보다 경기 내용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라콤브 감독 임장에서 자신을 선호할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박주영은 아우바메양과 함께 투톱 공격수를 맡아 침투 위주의 공격 패턴을 나타냈습니다. 모나코가 선 수비-후 역습 체제의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에 박주영-아우바메양의 빠른 발을 통한 공격력이 빛을 발해야 하는 시점에 왔던 것입니다.

결국, 박주영은 후반 34분 모나코의 역습 상황에서 아우바메양의 스루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돌진한 끝에 왼발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시즌 첫 골을 작렬했습니다. 라콤브 감독이 원했던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으며 그것도 공격수로서 골을 넣었기 때문에 더욱 값졌습니다. 왼쪽 윙어보다는 공격수로서 팀에 골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킬러의 진가를 뽐낼 수 있는 선수임을 라콤브 감독에게 실력으로 입증한 것입니다. 이 골은 음보카니와의 타겟맨 경쟁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결정타로 작용했음에 분명합니다. 음보카니는 타겟맨으로서 우수한 조건을 지녔으나 아직까지 골을 넣지 못한데다 경기력이 여물지 못했음을 상기하면 박주영에게 믿음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박주영은 한 번 분위기를 타면 어김없이 골을 몰아치는 특성이 있습니다. 지난 1월 31일 니스전에서 2골을 몰아치기까지 8경기에서 6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이번 마르세유전까지 골 침묵에 시달렸지만 심리적인 자신감을 얻으면 킬러의 몫을 해내는 집념이 있습니다. 특히 마르세유전은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고 골을 넣는 것과 동시에 최상의 공격력을 발휘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심리적인 분위기에 너무 휩쓸리다보니 FC서울 시절부터 기복이 심한 약점을 안고 있었지만, '슬럼프 탈출골'을 터뜨린 현 시점이라면 앞으로의 맹활약을 기대케 합니다.

그래서 박주영의 시즌 첫 골은 자신의 힘찬 날갯짓을 위한 '터닝 포인트'로 작용했습니다. 아울러 음보카니와의 타겟맨 경쟁에서 힘을 얻게 되었으며, 모나코 소속으로서 세 시즌 연속 팀의 주력 선수에 걸맞는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잦은 부상에 따른 후유증 및 중앙 미드필더의 공격력 부재 때문에 그동안 공격력을 향상시키는데 어려움이 따랐지만, 이제는 골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팀의 공격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안기게 됐습니다. 마르세유전에서 골을 넣겠다는 절박함이 집념으로 이어졌듯, 그 마음을 꾸준히 간직하면 올 시즌 모나코의 주력 공격수로서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