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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4경기 1승' 리버풀, 무엇이 문제인가?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빅4 재진입을 꿈꾸는 리버풀의 시즌 초반 행보가 좋지 못합니다. 지난 시즌 리그 7위 추락 및 감독 교체 영향에 자극을 받아 올 시즌 부활 가능성이 예상되었지만,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경기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리버풀은 13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세인트 앤드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버밍엄 시티(이하 버밍엄) 원정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슈팅 18-17(유효 슈팅 3-2, 개) 점유율 56-44(%), 패스 404-331(패스 성공 331-231, 개)로 상대팀보다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끝내 골문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90분 동안 상대의 거센 수비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맥을 못춘끝에 답답한 공격력을 일관하는 졸전을 펼쳤습니다. 올 시즌 4경기에서 1승에 그친것을 비롯 4경기 모두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빅4 재진입에 있어 불안 요소가 수북히 쌓였습니다.

버밍엄전에서 드러난 리버풀의 문제점은?

우선, 리버풀은 버밍엄전 0-0 무승부를 통해 올 시즌 1승2무1패로 리그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지금까지 치렀던 4경기 행보가 좋지 못했던 것은 올 시즌 전망이 위태롭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지난달 15일 아스날전 1-1 무승부는 조 콜의 퇴장 및 레이나의 치명적인 자책골이 아쉬웠고, 지난달 23일 맨시티전 0-3 완패는 경기 내용에서 철저히 무너졌으며, 지난달 29일 웨스트 브로미치전 1-0 승리는 결과가 좋았음에도 중원 장악 실패 및 불안한 측면 공격이 찜찜했던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버밍엄전에서는 90분 동안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상대의 거센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끝에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버밍엄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후방에 많은 인원들을 포진시키는 밀집수비를 펼쳤기 때문에 리버풀의 공격이 무딜 수 밖에 없었죠. 점유율에서 56-44(%)로 앞섰지만 후반 15분에 46-54로 밀렸다는 것은 공격력이 매끄럽지 못했음을 말합니다. 버밍엄 박스쪽을 겨냥한 패스들이 연이어 차단되고 상대가 볼을 돌리는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리버풀이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가지 못했죠. 그 이후에는 버밍엄이 잠그기에 돌입하면서 리버풀이 점유율을 회복했지만 상대의 밀집수비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버밍엄은 홈에서 17연속 무패, 리버풀을 상대로 7연속 무승부(이번 경기 포함한 전적)를 거둔 팀이기 때문에 리버풀의 고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18개의 슈팅을 날렸음에도 유효 슈팅이 3개에 불과한 것은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방법이 효율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나마 토레스가 후반 18분 박스 오른쪽 구석에서 강렬한 로빙슛을 날려 버밍엄 골문을 위협했지만, 지난 8일 A매치 아르헨티나 원정 스케줄에 따른 피로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몸이 무거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후반전에는 상대 수비에 일방적으로 고립되면서 지속적으로 볼을 터치하지 못해 후반 18분을 제외하고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의 문제점은 토레스 한 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팀 전력을 지탱하는 미드필더진이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리버풀 몰락의 결정적인 배경 또한 미드필더진에 있었습니다. 리그 2위를 기록했던 2008/09시즌에는 알론소-마스체라노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역량 및 호흡이 리그에서 으뜸이었고, 리에라-제라드-카위트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의 공격력은 토레스와의 성공적인 공존에 힘입어 리그 최다 득점 기록의 밑바탕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론소-마스체라노-리에라가 떠났고, 제라드-카위트의 폼이 2008/09시즌보다 주춤하며, 백업 멤버들의 부실한 역량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힙니다.

리버풀 미드필더진은 버밍엄전 졸전의 결정타 역할을 했습니다. 루카스-폴센으로 짜인 더블 볼란치는 의미없는 패스를 남발하며 상대 수비에게 공격이 읽히는 문제점을 드러냈고 볼 컨트롤 및 위치선정까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특히 수비 상황에서 위치가 종종 겹치면서 상대에게 뒷 공간이 뚫렸을 뿐만 아니라 2선 미드필더와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수 밸런스에 적잖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2선 미드필더들이 상대의 거센 압박에 시달렸기 때문에 루카스-폴센에게 과감하고 직선적인 공격 패턴이 요구되었지만, 두 선수 모두 수비 중심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인지 공격 상황에서 활동폭을 넓히지 못했습니다. 공격의 흐름을 읽는 판단력 및 시야, 경기를 리드하는 힘이 두 선수에게 떨어집니다.

요바노비치-막시로 구성된 좌우 윙어 또한 경기력 저하를 부추겼습니다. 문전으로 연결되는 패스 중에 대부분이 부정확했을 뿐만 아니라 제라드-토레스와의 연계 플레이를 엮어내는 재치있는 움직임이 살아나지 못했죠. 그 이유는 두 선수가 상대팀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바노비치는 스스로 공격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볼 배급 역할에 충실한 선수이며, 막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에 비해 폼이 떨어진데다 상대팀의 강한 견제를 받으면 맥없이 무너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요바노비치가 팀 전력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리버풀의 향후 행보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전망입니다.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비롯 연계 플레이에서 기존 동료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습니다.

루카스-폴센, 요바노비치-막시 콤비의 부진은 '자연스럽게' 제라드-토레스의 공격 부담을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공격 옵션이 훌륭하더라도 그들을 뒷받침하는 미드필더진의 역량이 든든히 뒷받침하지 않으면 그 팀은 좋은 경기 내용 및 결과를 모두 잡지 못합니다. 제라드-토레스가 그 예 입니다. 두 선수는 상대의 강한 압박에 시달렸을 뿐만 아니라 후방 및 측면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볼 배급 및 간격 유지 실패 때문에 활동 폭에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토레스는 A매치 출전 여파 때문에 몸이 무거웠지만, 그나마 제라드가 2선과 최전방을 부지런히 오가면서 팀의 공격 물꼬를 키웠습니다. 문제는 제라드 혼자서 리버풀 공격을 짊어지기에는 여러가지 불안 요소들을 안고 싸워야 하는 상황에 몰렸죠.

그래서 리버풀은 의미없는 공격 패턴을 연발하며 힘겹게 경기를 치렀습니다. 짧은 패스가 통하지 않으면 후방에서 전방으로 롱볼을 띄울 정도로 경기력의 비효율을 키우고 말았죠. 그 이유는 버밍엄 센터백을 형성하는 로저 존슨과 스콧 던이 각각 191cm, 188cm의 높은 신장을 강점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후반 30분 루카스를 빼고 메이렐레스를 교체 투입하면서 '상대팀의 잠그기와 맞물려' 공격의 활발함이 살아났지만 교체 타이밍이 늦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메이렐레스를 투입하기 전까지 75분 동안 어느 누구도 교체하지 않았던 호지슨 감독의 매끄럽지 못한 교체 타이밍은 리버풀의 답답한 공격력을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메이렐레스가 교체 멤버로서 제 몫을 다했다는 점은 리버풀의 앞날 행보에 위안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리버풀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스쿼드의 변화 폭이 컸기 때문에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는 불안 요소가 있으며 메이렐레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할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합니다. 문제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히려 경기력이 더 주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버밍엄전에서의 졸전이 앞으로 계속 될 경우 리버풀의 올 시즌 빅4 재진입이 어려워질 것임에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