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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혼다의 빅 클럽 이적 실패, '당연한 결과'

 

'일본 축구 에이스' 혼다 케이스케(24, CSKA 모스크바)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의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월드컵 스타' 입니다. 본선 1차전 카메룬전에서 마쓰이 다이스케의 크로스를 받아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고, 본선 3차전 덴마크전에서는 왼발 무회전 프리킥으로 상대 골망을 흔드는 강렬한 장면을 선사했죠. 2골을 넣으며 일본의 고질적 문제였던 킬러 부재를 해결하며 자국 축구팬들의 영웅 같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혼다는 유럽 빅 클럽들의 이적설 주요 대상자로 떠오르면서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맨유, 맨시티, 리버풀, 아스날, 토트넘 같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을 비롯해서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발렌시아, 도르트문트, 마르세유, AC밀란 등에 이르기까지 무려 10개가 넘는 빅 클럽 및 그에 준하는 클럽들의 이적설에 직면했죠. 비록 그 이적설들이 부풀려진 것은 분명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맹활약을 통해 얼마만큼 여론의 관심과 시선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이적설이 한창 나돌때까지만 하더라도 혼다의 차기 행선지는 빅 클럽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럽 축구 여름 이적시장이 종료되면서 혼다의 거취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모스크바 소속으로 뛰고 있으며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소속팀에 잔류해야 합니다. 물론 현지 언론이 제기하는 이적설 중에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거나 부풀려진 것이기 때문에 혼다의 빅 클럽 이적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 축구 최정상급 스타보다 이적설이 광범위하게 퍼졌음에도 모스크바에 잔류한 것은 '혼다의 현 주소'를 의미하는 대목입니다. 유럽 빅 클럽들이 혼다를 원하지 않았거나 또는 우선적으로 영입할 대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혼다가 남아공 월드컵이 낳은 '거품 스타'라고 주장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혼다는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그림같은 2골, 그리고 그 중에 한 골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무회전 프리킥과 견줄 가치가 있는 슈팅으로서 세계 축구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많은 빅 클럽들의 이적설이 전해졌지만 현실은 소속팀 잔류입니다. 해당 언론의 기사 중에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혼다와 같은 사례는 매우 드문일입니다. 언론들이 이적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유명 선수의 이적설을 띄우듯, 혼다는 그들의 주요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혼다의 이적설 중에는 일본 언론에서 처음 보도된 내용이 몇몇 있습니다.

우리는 혼다를 통해서 빅 클럽들이 선수 영입에 예리한 시각을 세우고, 영입 결정에 냉정한 잣대를 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빅 클럽이라고 해서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2골 장면 및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세비야전에서의 가공할 프리킥 능력만을 우선적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과연 클럽에 필요한 선수일까?'라는 기준에서 시작하면서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인지 면밀하게 검토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영입하는 것을 '아마추어 같은 발상'이라고 여길지 모릅니다.

물론 혼다는 일본 축구의 아이콘이기 때문에 빅 클럽 입장에서 짭짤한 마케팅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매 시즌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야 하는 빅 클럽 입장에서는 확실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아시아 선수의 영입을 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위 '선수 마케팅'이 꾸준하게 성공하지 못합니다. 혼다 같은 경우에는 네덜란드-러시아리그에서 활약한 경험 및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빅 클럽 입장에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혼다의 AC밀란 이적설 같은 경우에는 마케팅을 염두한 영입 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빅 클럽들은 팀에 적지 않은 마케팅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혼다를 영입하지 않았습니다. 빅 클럽에서 성공할 수 있는 선수인지 의문만 늘여놓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언론에서는 혼다의 이적설을 띄우는데 주력했지만 빅 클럽의 분위기는 냉랭했습니다. 그 이유는 빅 클럽들이 혼다의 실제 실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론과 다른 분위기를 나타낼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혼다는 다른 일본인 선수에 비해 다부진 체격(182cm, 74kg)을 지닌데다, 피지컬이 좋으며, 강인한 승부근성을 앞세워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펼칩니다. 날렵한 드리블과 유연한 볼 컨트롤를 앞세워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테크니션형 미드필더로서 일본 공격의 에이스로 거듭났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원톱이었던 오카자키 신지가 부진한데다 일본이 전통적으로 공격수가 취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다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소속팀 모스크바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것 처럼, 빅 클럽은 '공격수 혼다'가 아닌 '미드필더 혼다'를 눈여겨 봤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입니다. 빅 클럽 입장에서는 서로의 특징이 차별화 된 선수를 원하지만, 혼다는 킥력을 제외하면 나머지의 능력이 빅 클럽 선수들과 비슷하거나 부족합니다.(나카무라 슌스케 또한 마찬가지였고 대부분의 일본 선수들이 그런 예 입니다.) 아무리 일본 선수 중에서 피지컬이 좋아도 거구를 상대로 몸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는지, 경기 내내 열심히 뛰어다니며 궂은 역할까지 도맡을지 의문입니다. 혼다는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두 가지 역할을 겸비해야 하지만, 수비가담을 꺼리는데다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으로 팀의 공격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모스크바에서 종종 있었습니다. 일본 대표팀에서와 달리 모스크바에서는 경기를 조율하며 팀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재치가 부족하며 경기를 주도하는 무게감이 실리지 않습니다.

혼다의 패싱력과 기술력은 유럽 무대에서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빅 클럽에는 그런 재능이 특출난 인재들이 즐비합니다. 아무리 일본 축구가 아시아에서 패싱력과 기술력이 으뜸이지만(최근에는 한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모양새지만) 빅 클럽 선수들도 그런 능력을 기본적으로 겸비했습니다. 혼다의 장점인 킥력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빅 클럽에도 수준급의 킥력을 지닌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빅 클럽 입장에서 원하는 선수는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적인 플레이가 팀 전력에 녹아들면서 경기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성향입니다. 박지성이 오프 더 볼에서의 움직임 및 공간 창출, 왕성한 활동량을 최대 장점으로 삼으며 기존의 맨유 선수들과 차별화된 컨셉으로 6시즌 동안 커리어를 이어간 것이 그 예죠.

그래서 혼다의 빅 클럽 이적 실패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혼다를 통해서 빅 클럽 이적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빅 클럽이 선수 영입에 섣부른 자세를 취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혼다는 내년 1월 이적시장을 통해 빅 클럽 또는 다른 유럽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있지만, 남아공 월드컵 이후 엄청난 이적설에 직면했음에도 끝내 외면받은 행보를 놓고 보면 빅 클럽에서 절실하게 영입을 원했던 선수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혼다가 빅 클럽의 선택을 받으려면 모스크바에 올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