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즐라탄-에토 맞트레이드, 바르사가 패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3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카카 같은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를 영입한 것, 둘째는 맨체스터 시티가 이적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며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것, 그리고 세번째는 유럽 최정상급 공격수였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사뮈엘 에토가 맞트레이드 된 것입니다. 각각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소속이었던 두 선수의 소속팀이 서로 바뀐 것이죠.

두 선수의 맞트레이드가 이루어진 계기는 바르사-인테르가 공격수 보강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바르사는 2008/09시즌 유로피언 트레블의 기세를 2009/10시즌에도 이어가기 위해 스쿼드의 느슨함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고,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관계가 좋지 못했던 에토를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인테르는 45년 만의 유럽 제패를 노려야 하는 숙명에 있었지만 즐라탄이 고질적으로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바르사 입장에서는 195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즐라탄이 타겟맨으로서 공격 패턴의 다양화를 키울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제공권 장악 능력을 비롯 골문에서의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을 창출할 수 있는데다 상대 수비를 흔들며 메시를 향한 집중 견제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인테르는 에토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두 번이나 이끌었던 경험이 유럽 제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바르사에서 많은 골을 터뜨리며 승승장구했기 때문에 즐라탄 공백을 메우기에 적절한 카드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르사와 인테르는 지난해 여름 즐라탄과 에토를 서로 바꾸면서, 바르사가 인테르에게 4000만 유로(약 608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4000만 유로의 돈은 2년 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맨체스터 시티로 둥지를 틀었던 호비뉴의 3250만 파운드(약 603억원)를 근소하게 능가하는 막대한 금액 이었습니다. 바르사는 즐라탄을 영입하기 위해 에토를 내주면서 4000만 유로를 투자하는 엄청난 출혈을 감수했습니다. 이에 인테르는 4000만 유로를 통해 스네이더르-루시우-밀리토-모따 영입에 탄력을 얻으며 스쿼드를 대폭 보강한 끝에 2009/10시즌 유로피언 트레블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물론 에토는 바르사 시절과는 달리 인테르에서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르사에서는 메시-사비-이니에스타 같은 2선에서의 활발한 공격 지원 및 70%대의 점유율을 앞세운 허리의 강력함에 힘입어 많은 골을 기록할 수 있었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인테르는 선 수비-후 역습의 공격 패턴을 즐기기 때문에 골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못했던 측면도 있지만 선수 본인이 최전방에서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했을 뿐더러 기복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인테르 팬들에게 골 부족에 대한 질타를 피해갈 수 밖에 없었고, 즐라탄-에토 맞트레이드 손익은 바르사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인테르는 에토가 없었다면 그토록 염원했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테르가 지난 1월 판 데프를 영입하면서 밀리토를 원톱으로 놓고 에토-스네이더르-판 데프를 2선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4-2-3-1로 전환하면서 에토를 측면 미드필더로 활용했습니다. 에토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에 따른 물셀틈 없는 방어력으로 상대 측면 공격을 끊었고, 종적인 움직임을 통한 날카로운 볼배급으로 팀의 역습을 끌어올리며 밀리토를 보조했습니다. 바르사 시절에 비해 골이 부족해졌지만 오히려 이타적인 경기력에 눈을 뜨면서 팀의 우승을 위해 헌신했죠.

반면 즐라탄은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슈투트가르트전 1골, 8강 1차전 아스날전 2골을 통해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듯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2경기 모두 원정 경기였기 때문에 바르사 입장에서 값지게 여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메시-페드로와 성공적으로 공존했고, 상대 수비를 윗선으로 끌어올리며 메시의 문전 침투를 최대화 시키는 결정적 발판 역할을 하면서 바르사 공격에 힘을 불어 넣었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즐라탄-에토 맞트레이드의 승자는 바르사 였습니다.

그런 즐라탄의 한계는 '친정팀' 인테르와의 4강 1~2차전에서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강력한 대인방어를 자랑하는 루시우, 철저한 커버 플레이를 펼치는 사무엘에게 일방적으로 고립되면서 팀 공격의 맥을 끊는 무기력함을 일관하며 바르사 탈락의 결정적 원인제공 역할을 했습니다. 195cm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지만 전형적으로 강력한 파워를 통해 수비수를 몰아붙이는 성향이 아니었고, 사무엘의 견제까지 견뎌내기에는 최전방에서 원톱 역할을 수행하기가 버거웠습니다. 그리고 인테르 선수들이 그동안 한솥밥을 먹고 지냈던 즐라탄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어하기가 결코 어렵지 않았습니다. 바르사가 최전방에서의 공격이 번번이 끊어진 이유가 이 때문이죠.

그 이후 즐라탄은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외면을 받을 정도로 서로 말을 나누지 않으며 교감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바르사는 중앙 공격수로 활용할 수 있는 다비드 비야를 영입하면서 즐라탄의 경쟁 자원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비야의 영입은 메시-페드로와 더불어 바르사의 주전 공격수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작용했기 때문에 즐라탄이 가시 방석에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즐라탄은 지난 4일 K리그 올스타전에서 바르사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주전 확보를 위한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신뢰 회복에 실패하면서 결국 다른 팀으로 떠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즐라탄은 지난 29일 AC밀란으로 1년 임대 후 완전 이적 계약을 맺으며 다시 이탈리아 세리에A로 되돌아갔습니다. AC밀란과 4년 계약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에 2011년 여름에는 바르사가 AC밀란으로부터 2400만 유로(약 364억원)의 돈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즐라탄 영입을 위해 에토를 비롯한 4000만 유로를 인테르에 지불하면서 엄청난 댓가를 치렀지만 결국 헛돈을 쓰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인테르는 즐라탄을 바르사로 보내면서 자금 이득을 챙기며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는 바르사를 4강에서 제압하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넘어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즐라탄-에토 맞트레이드의 손익은 바르사의 패배로 확정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