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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웨스트햄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웨스트햄전 승리를 통해 '슬로우 스타터' 극복에 나섭니다. 지난 23일 풀럼 원정에서 2-2로 비긴데다 디펜딩 챔피언 첼시가 시즌 2경기 연속 6골 넣었다는 점에서 웨스트햄전 분발이 필요합니다.

맨유는 29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웨스트햄전을 치릅니다. 최근 12번의 홈 경기 중에 11번을 이겼고 경기 당 3.25골을 넣는 폭발적인 화력을 과시했던 맨유에게 있어 웨스트햄전은 대량 득점 승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웨스트햄과의 최근 5경기를 모두 이겼던 만큼, 약팀을 상대로 방심하지 않으면 무난한 승리가 예상됩니다.

우선, 맨유의 상대인 웨스트햄은 올 시즌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지난 14일 애스턴 빌라와의 개막전에서 0-3으로 완패했고 22일 볼턴전에서는 1-3으로 패하면서 2경기 모두 패했습니다. 특히 볼턴전에서는 전반전에 경기 내용에서 뚜렷한 우세를 점했으나, 후반 3분 매튜 업슨이 자책골을 허용한 이후 갑작스럽게 무너지면서 두 번의 추가 실점을 내줬고 후반 34분 마크 노블의 페널티킥 골에 만족했습니다. 2경기 모두 3실점을 허용했기 때문에 수비력이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간판 공격수였던 칼튼 콜은 무기력한 경기력을 거듭하며 아브람 그랜트 감독을 고민에 빠뜨리게 했습니다.

더욱이 웨스트햄은 지난 시즌 19번의 리그 원정 경기에서 1승6무12패, 17골 37실점으로 극심하게 부진했습니다. 원정에서 1골을 넣는데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고 실점 또한 잦습니다. 지난 시즌 강등당했던 헐 시티(6무13패) 번리(1승1무17패)에 이어 원정 경기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죠. 홈 경기에서 7승5무7패를 기록하며 리그 17위로 간신히 강등을 면했고, 시즌 종료 후 지안프랑크 졸라 전 감독을 경질하고 첼시-포츠머스 사령탑을 역임했던 그랜트 감독을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 또한 지난 시즌과 다를 바 없습니다.

반면 맨유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면서 웨스트햄과 15번 홈 경기를 치르면서 패한 것은 단 두 번 뿐입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웨스트햄에 강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의 확실한 우세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웨스트햄이 실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밀집수비를 펼치면 맨유의 공격이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하위권 팀들이 빅 클럽 원정 경기에서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폭을 좁히면서 철저한 협력 견제를 펼치는 경우가 많음을 상기하면, 웨스트햄은 수비에 무게감을 둘 것입니다.

그래서 맨유는 웨스트햄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빠른 볼 배급과 다채로운 패싱력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 일방적인 횡패스 또는 단조로운 측면 돌파 보다는 상대 수비 위치에 따라 종방향과 횡방향, 대각선 방향을 골고루 섞으며 상대의 에너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사람의 발 보다는 패스의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패스의 퀄리티를 강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즌 초반 부터 물 오른 공격력을 과시하는 폴 스콜스를 중심으로 공격의 유기성을 키우며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죠.

무엇보다 윙어 배치가 주목됩니다. 축구 전술 특성상 중앙보다는 측면이 상대 수비의 압박에서 덜 자유롭고, 맨유 입장에서는 공격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측면입니다.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나니-발렌시아 조합의 선발 출전을 손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두 선수의 컨셉이 서로 비슷한 테크니션 성향이라는 점이 걸림돌입니다. 특히 나니는 지난 풀럼전 페널티킥 실축으로 퍼거슨 감독에게 쓴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반성의 차원'에서 웨스트햄전 선발에서 제외 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 가능성이 극히 적을 수 있겠지만, 웨스트햄전에서 볼을 끌었던 경기 운영은 석연찮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박지성의 웨스트햄전 선발 출전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며 부지런히 공간 창출 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 첼시전과 23일 풀럼전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고 상대의 오른쪽 공격 의지를 무마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비록 풀럼전에서는 후반들어 페이스가 꺾이면서 교체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장면 때문에 부진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부족합니다. 적어도 풀럼전에서는 '콘체스키에게 봉쇄당했던' 발렌시아보다 활약상이 더 나았기 때문에 웨스트햄전에 선발 출전할 여지가 분명합니다.

웨스트햄전에 나서는 맨유의 또 다른 고민은 웨인 루니의 투톱 파트너입니다. 루니는 지난 풀럼전에서 복통으로 결장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투톱으로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놓을지 아니면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기용하며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할지 고민입니다. 또한 베르바토프가 선발로 모습을 내밀면 루니를 지난 시즌 처럼 타겟맨으로 기용할지 아니면 시즌 초반의 쉐도우 역할을 그대로 맡길지 주목됩니다. 베르바토프가 상대의 거센 압박에 맥없이 무너지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도 루니의 쉐도우 출전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루니의 깊은 골 침묵 때문에 슬럼프에 빠졌다고 단정짓습니다. 지난 3월 31일 바이에른 뮌헨 원정에서 골을 넣은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을 포함한 13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루니는 시즌 초반에 쉐도우로 전환했고, 골보다는 이타적인 경기력에 주력하면서 팀 플레이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습니다. 지난 시즌과 역할이 바뀐 상태이기 때문에 웨스트햄전 골을 기대하기에는 어떤 측면에서 무리함이 없지 않지만, 자신의 건재함을 입증하려면 공격수로서 골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루니가 웨스트햄전에서 골을 넣는 것과 동시에 상대 밀집수비를 무너뜨리는 파괴력을 과시하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