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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루니-베르바토프 역할 변화, 맨유의 승리 원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가볍게 승리를 거두며 올 시즌 우승을 향한 힘찬 출발을 했습니다.

맨유는 17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뉴캐슬전에서 3-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32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상대 수비진의 빈 공간을 틈타 선제골을 넣었고 9분 뒤에는 대런 플래처가 골문 가까이에서 가볍게 골을 작렬했습니다. 후반 39분에는 라이언 긱스가 왼발로 상대 골망을 흔들면서 3-0 승리를 확정 지었습니다. 상대의 밀집수비 전략을 이겨낸 맨유의 3골이 값졌습니다.

특히 스콜스는 베르바토프-긱스의 골을 엮으며 2도움을 기록해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평점 10점 만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11일 A매치 나이지리아전 출전 및 장거리 비행에 따른 컨디션 배려 차원에서 뉴캐슬전에 결장했습니다. 하지만 파트리스 에브라는 후반 39분 돌파 과정에서 상대의 거친 태클에 의해 그라운드에서 나뒹굴어 배수로쪽으로 떨어지면서 무릎을 다친끝에 교체 됐습니다. 맨유는 개막전에서 순조롭게 승리했지만 에브라의 부상이 우려됩니다.

맨유의 3-0 승리 원인은?

맨유는 뉴캐슬전에서 플랫 4-4-2를 가동했습니다. 판 데르 사르를 골키퍼, 에브라-비디치-에반스-오셰이를 포백, 나니-스콜스-플래처-발렌시아를 미드필더, 루니-베르바토프를 투톱에 배치했습니다. 그동안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했던 오셰이가 팀 전력에 가세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시즌과 똑같은 선수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시즌과 같은 전술을 쓸 것 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공격 과정에서의 부분 전술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 변화는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의 역할 변화 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루니가 박스 앞에서 고정되어 골을 노렸고 베르바토프가 쉐도우로서 경기를 조율하면서 2선과의 유기적인 호흡에 주력했습니다. 문제는 루니-베르바토프 사이에서 빚어내는 골 장면이 적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상대의 강력한 압박에 막히면 루니가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단점이 있었죠.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리그 개막전인 뉴캐슬전에서 베르바토프를 타겟맨으로 올리고 루니를 쉐도우로 내렸습니다. 베르바토프가 기복이 심한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열정적이고 파워풀한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루니를 쉐도우로 활용해야 공격의 꾸준함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의도였죠.

그래서 루니는 슈팅보다는 연계 플레이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앙에서 왼쪽 측면으로 빠지면서 나니-스콜스와 패스를 주고 받거나 2선 옵션의 전방 침투 공간을 마련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활동 폭이 넓어졌고 짧고 간결한 원터치 패스 및 침투패스를 골고루 섞으며 상대 오른쪽 수비 공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죠. 호날두-테베스와 공존했던 2008/09시즌까지 그 역할을 도맡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타적인 역할이 결코 낯설지 않습니다. 박지성이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도 대표팀 차출과 직접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루니와 왼쪽에서 역할이 겹치는 것이 아니냐는 퍼거슨 감독의 생각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루니의 쉐도우 전환 타이밍이 절묘했던 이유는 상대가 밀집수비 작전을 펼쳤다는 점입니다. 뉴캐슬 수비진은 박스쪽을 꽉 메우면서 미드필더와 간격을 좁혀 2겹 형태의 압박을 구사했습니다. 4-2-3-1의 더블 볼란치를 맡은 스미스-바튼이 센터백 앞선에서 수비에 치중하고, 2선에 있던 구티에레스-놀란-라우틀까지 박스 앞으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취하면서 맨유의 공격을 틀어막으려고 했죠. 만약 베르바토프를 쉐도우로 활용했다면 맨유 선수들이 박스 안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루니가 최전방에서 고립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루니가 중앙과 왼쪽 측면을 오가며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움직임으로 나니의 전방 침투를 유도하면서 상대의 측면 수비가 붕괴됐습니다. 특히 뉴캐슬 오른쪽 풀백 퍼치는 루니-나니의 협공에 일방적으로 밀렸습니다.

그런 맨유의 뉴캐슬전 승리의 최대 관건은 전반전에 골을 넣느냐 여부 였습니다. 지난 4월 11일 블랙번 원정에서 상대 밀집수비 공략 실패로 90분 동안 무득점에 그쳤던 악몽이 있기 때문에 전반전에 승부를 걸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베르바토프를 통한 공격 조율 보다는 나니-루니-발렌시아가 좌우 측면을 흔들면서 원터치를 통한 빠른 볼 배급을 통해 상대 압박을 무너뜨리는 공격 형태를 나타냈죠. 그리고 베르바토프가 박스쪽에 고정된 공격 형태로 골을 노렸는데 지난 시즌의 루니 역할을 그대로 이어 받았습니다. 골을 노리는 위치선정과 침착성이 좋은 장점을 키우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가 담겼죠.

그 전략은 성공적 이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전반 32분 뉴캐슬 왼쪽 풀백 엔리케가 센터백 콜로치니와 대각선쪽으로 간격이 벌어진 약점을 알아채고 옆쪽으로 빠지면서 스콜스의 전진 패스를 받았습니다. 그 즉시 과감한 오른발 슈팅으로 맨유의 선제골이자 결승골로 연결지었죠. 뉴캐슬이 역습을 펼치다가 커트당하면서 맨유에게 재역습을 허용당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비진이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었고, 베르바토프가 상대 수비진의 빈 공간으로 움직여 후방에서 볼 배급을 받아 골을 노렸습니다. 맨유를 무실점으로 봉쇄하겠다는 뉴캐슬이 수비 실수를 범했다면, 베르바토프는 한 골 만으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전반 41분 플래처의 추가골은 맨유의 '확인사살'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1-0 스코어로는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상대 수비를 두드리며 공략할 수 밖에 없었죠. 나니가 왼쪽 측면에서 퍼치를 따돌리는 페인팅에 이은 오른발 스루 패스를 연결한 것이 에브라-루니의 패스를 거쳐 골문 가까이에 포진했던 플래쳐가 골을 넣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였던 플래처가 최전방으로 올라왔던 것은 뉴캐슬 수비진이 베르바토프에게 실점을 허용한 이후 사기가 저하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전반 막판은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맨유 공격 입장에서 상대 수비를 초토화시켜야 하는 상황이었고, 에브라-플래처가 최전방으로 공격 가담하면서 골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맨유가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경기 흐름을 일방적으로 장악했지만 골이 쉽게 터지지 못했습니다. 루니가 지난 11일 A매치 헝가리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활동에 제약을 느꼈는지 상대를 맹렬히 흔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후반 17분 에르난데스와 교체되기까지 소강 상태가 지속 됐습니다. 그 이후에는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가 둘 다 최전방에 고정되고 스콜스-플래처가 전방쪽으로 활동 폭을 늘리고 적극적인 볼 배급을 펼치면서 추가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결국에는 후반 39분 긱스가 왼쪽 측면에서 스콜스의 롱패스를 받자마자 왼발 발등으로 감아차기슛을 한 것이 골로 이어져 맨유가 3-0 완승을 굳혔습니다.

맨유의 뉴캐슬전 승리는 베르바토프-루니의 위치 변경이 결정타로 작용했지만 스콜스의 패싱력이 경이적 이었습니다. 스콜스는 85개의 패스 중에 79개를 정확하게 연결하며 패스 정확도 92.9%를 기록했습니다. 맨유 선수들 중에서 가장 패스가 많았고 정확도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베르바토프-긱스의 골을 엮어내는 패스를 비롯해서, 상대 중원 뒷 공간을 공략하는 패스로 맨유의 공격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3-0 완승의 또 다른 주역 역할을 했습니다. 올해 36세의 스콜스가 올 시즌 끝까지 정교한 패싱력으로 허리에서 든든히 버티면 맨유의 리그 우승 과정이 순조로울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