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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베르바토프, 맨유의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나라

 

'근육질의 발레리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에게 있어 지난 8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는 올 시즌 맹활약을 위한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특히 후반 47분에 터진 로빙슛은 자신의 저력을 실력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첼시전에서 골을 넣으며 맨유의 3-1 승리 및 커뮤니티 실드 우승을 기여했다. 후반 47분 박스 왼쪽 부근에서 루이스 나니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문전으로 쇄도하여 감각적인 오른발 로빙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공의 밑쪽을 찍어차지 않고 오른발 안쪽으로 공과 접촉했기 때문에 칩샷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마치 칩샷을 보는 것 같은 로빙슛의 궤적이 포물선처럼 뚝 떨어지는 멋진 골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우선, 베르바토프는 경기 내용적인 관점에서 부진했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 함께 교체 투입하여 투톱 공격수를 맡았지만 맨유의 미드필더들이 첼시와의 점유율 싸움에서 밀리면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죠. 이렇다보니 수비라인이 흔들리면서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범했고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 투톱이 2선의 활발한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운이 완전히 따르지 못했다면 베르바토프는 이렇다할 존재감 없이 첼시전을 마쳤을지 모릅니다.

더욱이 베르바토프의 몸 상태는 좋지 못했습니다. 최근 프리시즌 경기에서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던 여파가 첼시전까지 이어지고 말았죠.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넣으며 자신의 입지를 위협했던 에르난데스와의 컨디션과 대조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습니다. 자신의 마크맨이었던 브리니슬라프 이바노비치에게 봉쇄 당하는 것은 결코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베르바토프는 그동안 맨유의 클래스와 맞지 않다는 여론의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공격수로서의 기술적인 능력 및 침착함은 맨유 공격수 중에서 단연 으뜸이며 웨인 루니를 비롯한 팀 동료들도 치켜 세웠습니다. 단 한 번의 골 기회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골잡이로서의 골 냄새는 결코 약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첼시와의 경기 종료 직전에 나니에게 공을 이어받아 골문쪽으로 돌진하여 멋진 로빙슛을 뽑아냈습니다. '공격수는 골이 중요하다'는 축구의 진리를 베르바토프가 실력으로 입증한 셈이죠.

사실, 베르바토프의 올 시즌 전망은 어두웠습니다. 그동안 줄기차게 이어졌던 이적설을 비롯해서 멕시코의 뉴페이스인 에르난데스가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면서 올 시즌 No.3 옵션으로 밀릴 것으로 보였습니다. 맨유가 루니 이외에는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지을 존재가 없었고 그 대안으로서 에르난데스를 영입했음을 상기하면, 베르바토프의 벤치 이동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 였습니다. 여기에 이적설까지 직면하면서 올해 여름 올드 트래포드를 떠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베르바토프는 여전히 맨유 소속으로 뛰고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과 맨유가 자신에게 깊은 신뢰감을 보내면서 잔류를 입장을 굳혔기 때문에 올 시즌에도 맨유의 일원으로 활약하게 된 것입니다. 다른 맨유 공격진과 차별성이 있는 장점이 있는데다, 마이클 오언보다 기술적이고, 루니-에르난데스보다 경험이 많기 때문에 맨유에 잔류 했습니다. 더욱이, 퍼거슨 감독은 평소 '맨유 공격수 4인 체제'를 강조하는 지도자로서 베르바토프에 대한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베르바토프는 첼시전 골을 통해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습니다. 올 시즌 맨유의 진정한 일원임을 입증하려면 꾸준히 골을 넣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었는데, 커뮤니티 실드에서의 골은 올 시즌 맹활약을 위한 자신감 성취의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베르바토프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2골을 넣었으나 모두 약팀과의 경기에서 넣었습니다. 강팀과의 대결에서는 골을 비롯한 경기 내용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맨유의 승점 획득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첼시전 골은 더 이상 '약팀에만 강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베르바토프가 골을 기록한 첼시전에서 조커로 출전했다는 점입니다. 퍼거슨감독은 지난 시즌 루니-베르바토프 투톱 체제를 고수했지만 올 시즌에는 루니-베르바토프-오언-에르난데스의 4인 체제를 로테이션으로 활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베르바토프가 선발 및 조커를 오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하지만 조커로서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는 것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팀을 위해 헌신하며 상대 골문을 흔들 능력이 출중함을 의미합니다. 첼시전 골의 가치가 제법 크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베르바토프는 자신이 맨유의 '진정한 에이스'임을 입증하기 위해 올 시즌에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어야 하는 숙명을 안게 됐습니다. 지난 2008년 여름 맨유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3075만 파운드(약 570억원)를 기록하고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했지만 지금까지는 그 액수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떳떳한 일원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활약상보다 더 꾸준하고, 강력한 임펙트를 불어넣으며 팀 공격의 실마리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 기회는 올 시즌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며 자신의 맨유 커리어에 상당한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또한 맨유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및 유럽을 제패하려면 베르바토프의 맹활약이 전제조건입니다. 루니는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던 혹사 후유증으로 지난 시즌 만큼의 임펙트를 과시할지 의문이며, 오언은 고질적으로 부상이 많습니다. 에르난데스는 될성부른 떡잎이지만 아직 유럽 축구에서 검증된 옵션이 아닙니다. 올 시즌 명예회복의 과제와 책임을 짊어진 베르바토프가 에이스로 도약해야 다른 공격 옵션들의 불안 요소가 커버 될 것이며 맨유 입장에서 반가울 것입니다. 그런 베르바토프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