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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에르난데스, 베르바토프 제치고 주전 도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2, EPL 등록명 : 치차리토)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머지않아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로 거듭날 가능성을 실력으로 입증했습니다. 프랑스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개인의 힘으로 상대 수비를 농락하고 골을 넣었죠. 멕시코의 슈퍼서브로서 기대 이상의 몫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에르난데스가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지을 수 있다는 것은 맨유 공격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맨유는 웨인 루니 이외에는 꾸준히 골을 책임질 선수가 없습니다. 루니를 뒷받침하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골보다 공격 조율 위주의 경기를 펼치며 강팀에 약하고 약팀에 강한 단점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의 12골 모두 약팀과의 경기에서 넣었던 결과물입니다. 매 시즌 우승해야 하는 맨유 입장에서 베르바토프의 안좋은 점은 다소 아쉬울 뿐입니다. 지난 시즌 막판 첼시에게 주저 앉았던 것도 루니의 발목 부상 공백을 베르바토프-마케다가 골을 노리는 작업에 실패하면서 타겟맨 전환에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 에르난데스는 다릅니다. 전 소속팀인 치바스 과달라하라에서 지난해 부터 지금까지 28경기에서 21골을 넣었고 멕시코 대표팀에서는 A매치 10경기에서 7골을 터뜨렸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조커로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본선 3경기에 교체로 출전하고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선발 출전했습니다. 프랑스전에서는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벗겨내고 문전 쇄도 과정에서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을 밀어넣었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후방의 빠른 볼 처리에 의한 전진패스를 이어받아 상대 수비 틈 사이로 문전으로 파고든 끝에 왼발 강슛을 날렸습니다.

이러한 에르난데스의 특징을 놓고 보면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는 냄새가 천부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루니의 백업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베르바토프와 컨셉이 다른 선수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루니가 맨유의 에이스임을 상기하면, 에르난데스는 베르바토프의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에르난데스는 타겟 성향이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루니와 역할이 겹칠 수 있는 잠재적인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니와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공격수는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였습니다. 맨유가 2007/08시즌 더블 우승(EPL+CL)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루니-테베스 투톱이 최전방에서 서로 공존하면서 한 박자 빠른 볼 배급과 연계 플레이에 의한 문전 침투를 통해 상대 수비를 위협하고 골을 넣었던 것이 결정타 였습니다. 루니와 테베스는 서로 컨셉이 비슷하지만 오히려 그 장점을 '무한 스위칭'을 통해 최대화하면서 '영혼의 투톱'으로 거듭났습니다. 에르난데스의 맨유 성공 해법은 테베스를 롤 모델로 삼는 것입니다.

루니의 백업 멤버인 마이클 오언 같은 경우에는 공격 패턴이 단조로운 약점이 있습니다. 최전방에서 공을 받아 상대 수비 틈 사이로 돌진하여 골을 노리는 성향이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루니-오언 투톱을 통한 활용한 경기가 적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에르난데스의 공격 패턴이 오언처럼 단조로울지, 아니면 테베스처럼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끊임없이 공간을 파고들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측면과 2선쪽에서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니며 움직이는 모습을 놓고 보면 맨유에서 쉐도우로 배치되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에르난데스의 맹활약을 절실히 바라고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지난 20일 해외 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현 선수단에 만족하며 선수 영입이 없을 것이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현지 언론에서는 맨유가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메수트 외질(슈투트 가르트) 필립 람(바이에른 뮌헨) 같은 월드컵 스타들을 영입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재정난 때문에 대형 선수 영입에 제약을 받고 있어 현실적으로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지출하지 못합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4월 600만 파운드(약 11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맨유에 입성했던 선수였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평소 4인 공격수 체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입니다. 1998/99시즌 유로피언 트레블 달성 당시 요크-앤디 콜-셰링엄-솔샤르를 로테이션 가동하는 4인 공격수 체제를 통해 많은 재미를 봤기 때문이죠. 지금의 맨유를 놓고 보면 루니-베르바토프-오언-에르난데스가 4인 공격수 체제에 포함됩니다. 특히 베르바토프 같은 경우, 끊이지 않는 이적설과 방출설 속에서도 맨유가 올 시즌에도 믿고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맨유의 주전으로서 강팀과 약팀에 관계없이 꾸준히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맨유가 올 시즌에도 루니-베르바토프 투톱 체제를 선보이면 다른 팀들에게 공략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베르바토프가 2선과 최전방 사이에서 조율 위주의 경기를 펼치지만 상대의 압박이 심하면 볼 터치 횟수가 적어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루니는 후방의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해 부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약팀 경기에서는 베르바토프가 루니에게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마련했지만 문제는 압박에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맨유가 지난 시즌 중반까지 점유율 축구를 펼쳤으나 끝내 실패로 귀결되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베르바토프가 루니를 끊임없이 도와주지 못한 것입니다.

맨유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려면 에르난데스의 맹활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에르난데스는 베르바토프와 철저하게 컨셉이 다른 선수이자 그것을 주무기로 맨유의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 될 수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베르바토프를 여전히 신뢰하는 것이 변수겠지만, 루니와 더불어 에르난데스도 박스 안에서 어김없이 골을 책임질 선수라는 점에서 맨유의 중요한 공격 옵션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에르난데스가 베르바토프를 제치고 주전으로 도약하여 루니의 이상적인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