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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필립 람 트레이드, 실현 불가능한 이유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지난 5월 초에 이어 이번에도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 이적설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뮌헨의 오른쪽 풀백이자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필립 람(27)과의 트레이드설에 휩싸였습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15일 "맨유가 람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뮌헨은 박지성을 원하고 있다. 람의 이적이 복잡해지면서, 박지성을 노리는 뮌헨이 선수에 현금을 플러스하는 트레이드를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습니다. 맨유가 람을 노리고, 뮌헨도 박지성에 관심을 나타내기 때문에 데일리 메일이 트레이드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기사화 했죠.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 제기하는 이적설 중에 약 30%가 사실일 뿐, 트레이드는 그저 데일리 메일의 의견일 뿐이며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불과합니다. 현실적으로, 박지성-필립 람 트레이드는 실현 불가능합니다.

맨유, 박지성 빠지면 측면 및 공격형 MF 자원이 열악하다

우선, 맨유가 이적시장에서 보강하려는 포지션은 총 3곳입니다. 박스 안에서 골 넣을 수 있는 공격수, 전투적이고 패싱력이 정확한 중앙 미드필더, 판 데르 사르의 뒤를 이을 골키퍼 입니다. 지난 시즌 막판 루니의 부상 이후 첼시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했던 원인은 골을 책임질 수 있는 공격수 부족 때문이며, 플래처를 제외하면 중원에서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가 없습니다. 골키퍼 영입은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제기되었던 문제입니다. 그런데 오른쪽 풀백을 맡는 람의 영입은 맨유 스쿼드의 과포화를 의미합니다.

맨유는 오른쪽 풀백으로서 네빌-하파엘-오셰이를 로테이션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셰이가 2008/09시즌 부터 붙박이 주전 오른쪽 풀백으로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지난해 11월 A매치 프랑스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몇 개월 동안 복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백업 멤버였던 네빌-하파엘이 오셰이의 공백을 메웠던 것입니다. 물론 네빌은 올해 35세로서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지난 시즌에는 줄부상으로 고전했던 시기보다 폼이 올랐습니다.(몇몇 경기에서 최악의 부진을 펼쳤지만) 맨유는 세대교체를 위해 하파엘을 키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경기 출전을 해야 합니다. 하파엘을 벤치에 계속 앉히면 선수의 기량이 늘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람이 들어오면 하파엘-오셰이에 대한 활용이 떨어지게 됩니다. 오셰이는 비디치-퍼디난드와 함께 수비적인 역량에서 공헌이 큰 선수이고 왼쪽 풀백 에브라의 오버래핑을 위해 수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균형적인 이점이 있습니다. 비디치-퍼디난드의 폼이 떨어진 현 시점에서는 람 같은 공격적인 풀백보다는 오셰이 같은 수비적인 풀백이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하파엘은 네빌의 뒤를 이을 후계자입니다. 부상 여파 때문에 폼이 가라앉았던 아쉬움이 있지만 2008/09시즌 초반에는 맨유의 주전으로서 맹활약을 펼쳤고 박지성과의 호흡이 척척 잘 맞았습니다.

맨유의 윙어는 긱스-나니-발렌시아-박지성을 믿고 쓸 수 있는 상황입니다. 토시치는 지난달 CSKA 모스크바로 이적했고, 오베르탕은 맨유의 리저브로 내려 앉았고, 안데르손은 원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 입니다. 백업 자원이 불안하고, 긱스-나니-발렌시아-박지성 중에 한 명이 떠나면 측면 자원이 열악해집니다. 문제는 올해 37세의 긱스가 꾸준히 제 몫을 다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 나니-발렌시아-박지성이 맨유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로테이션 기용 될 수 있으며, 나니-발렌시아는 이타적인 기여도가 크지만 파괴력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기존에는 안데르손이 그 자리를 맡았으나 짧은 패스에 의한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데 있어 지속성이 떨어지며 선수 본인이 중장거리 패스를 즐기는 스타일 입니다. 지난 시즌 부터 슬럼프에 빠졌고 지난 2월에는 십자인대까지 다치면서 올 시즌 맹활약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맨유의 살림꾼' 플래처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은 일시적으로 벌어진 일이며 골문 안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 문제를 박지성이 시즌 후반에 해결지었고 루니와의 호흡이 무르익으면서 맨유가 선전할 수 있었습니다.

맨유의 윙어 및 공격형 미드필더 정황을 놓고 보면, 박지성은 맨유에 없어선 안 될 선수입니다. 만약 박지성이 다른 팀으로 떠나면 맨유의 전력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격수-중앙 미드필더-골키퍼 영입을 염두하고 있는 맨유에게 박지성 이적은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윙어를 영입하지 않으려는 것은 나니-발렌시아-박지성을 올 시즌에도 믿고 가겠다는 의지를 뜻합니다. 분명한 것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뮌헨으로 이적하면 매 경기 꾸준히 주전으로 뛰는 것이 아니냐는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임벨류에서 뮌헨이 맨유보다 밀리는데다, 뮌헨은 유럽 빅3리그가 아니라는 '착각'에 의해서죠. 하지만 맨유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뮌헨에 의해 탈락했으며, 뮌헨은 독일 최고의 명문 클럽이자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팀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프리미어리그보다 재정 상태가 건전하며 이탈리아 세리에A와의 격차를 좁히면서 성장을 거듭중입니다.

뮌헨은 리베리-로번으로 짜인 세계 최정상급 윙어들이 좌우 측면을 맡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것 같았던 리베리는 남아공 월드컵 직전에 뮌헨과 재계약했으며 지난 시즌 처럼 태업성 부진에 빠질 이유가 없습니다.(부상도 있었지만) 두 선수의 백업 멤버로서 알틴톱이 활용되고 있으며 그동안 분데스리가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며 상대 수비를 뒤흔들었던 공격 성향의 윙어입니다.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의 4강 진출을 이끌었던 뮬러-슈바인슈타이거도 로테이션에 의해 윙어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뮌헨의 측면 자원은 맨유와 달리 매우 두껍습니다. 더욱이 뮌헨은 4-2-3-1 변형보다는 주로 4-4-2를 쓰는 팀 입니다.

그런 뮌헨이 박지성을 영입하려는 것은 벤치 멤버를 늘리겠다는 계산입니다. 리베리-로번이 버티고 있고 알틴톱-뮬러-슈바인슈타이거까지 윙어로 두는 상황에서 박지성까지 영입하는 것은 스쿼드를 늘리겠다는 의지입니다. 박지성의 뮌헨 이적은 선수 본인의 커리어에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 5월 말에는 방출설까지 시달렸지만 지금도 박지성은 맨유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또한 박지성측은 지난 5월 뮌헨 이적설 및 러브콜을 강력하게 부인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박지성과 필립 람의 트레이드설은 그저 현지 언론이 제기하는 이적설에 불과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