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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남아공 월드컵, 최고-최악의 순간 BEST 16

한달 동안 숨가쁘게 달려왔던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남단에 위치한 희망봉에서 32개국은 440g의 축구공에 의해 명암이 서로 엇갈렸습니다. 스페인의 월드컵 첫 우승을 차지했으며 한국은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반면, 2006 독일 월드컵 결승 진출국 이었던 프랑스-이탈리아는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탈락하는 굴욕적인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 결산 차원에서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 16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최고의 순간 10가지-

1. 한국의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

한국 축구는 그동안 중요한 국제 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쳐 '안방 호랑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홈에서 강했지만 유독 원정에서는 기복이 심했던 아쉬움이 있었죠. 남아공 월드컵 직전까지 역대 원정 대회에서 거둔 승리는 단 한 번(토고전)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은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국제 무대에서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했죠.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이영표의 모습은 국민들의 머릿속에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2. 우루과이 상대로 포기하지 않는 태극전사의 집념

한국은 16강에서 우루과이에게 패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상대를 압도했습니다. 전반 중반까지 의기소침한 경기 운영을 펼쳤지만 전반 29분 박지성이 왼쪽 측면에서 상대 선수들을 제치고 빠른 드리블 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트면서 부터 경기 내용이 반전됐습니다. 골을 넣기 위해 상대 미드필더 뒷 공간을 파고들며 부지런히 움직였고, 쉴새없이 패스를 주고 받으며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태극전사들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은 후반 22분 이청용의 동점골로 귀결 됐습니다. 경기 전체를 놓고 보면 골 결정력에 대한 아쉬움을 이겨내지 못했지만, 한국 축구는 우루과이전을 통해 월드컵 16강에서 최상의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성취했습니다.

3. 포를란의 독일전 발리슛

만약 우루과이가 포를란 없이 월드컵을 치렀다면 본선에서 탈락했을지 모릅니다. 미드필더들의 고질적인 창의력 부재를 포를란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짊어졌고, 우루과이 16강 진출의 결정타로 작용했던 남아공전 승리는 포를란의 2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포를란은 8강 가나전 동점 프리킥, 4강 네덜란드전 동점 중거리슛, 3~4위전 독일전 역전 발리슛으로 골을 넣으며 우루과이가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출중한 골 실력으로 각인 시켰습니다. 특히 독일전 발리슛은 허벅지 부상을 안고 허리 높이로 몸을 날려 상대 골망을 흔들었던 멋진 골 장면으로서 뜨거운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포를란의 골든 볼(최우수 선수) 수여가 당연했던 이유입니다.

4. 잔디남 카추라니스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승리를 거두었던 그리스전에서는 박지성의 '풍차 세리머니'만큼 재미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그리스 미드필더 카추라니스가 후반 30분 공격 상황에서 자신의 축구화에 의해 잔디를 걷어차고 말았습니다. 파인 잔디를 바라보더니 마음에 걸렸는지 두 손으로 잔디를 바르게 정돈하면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리스가 0-2로 지고 있던 상황속에서도 잔디를 생각하는 그의 훈훈한 마음씨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화제가 되어 '잔디남'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5.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


스페인이 유로 2008에 이어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에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으로 떠올랐습니다. 결승 네덜란드전에서 연장 접전끝에 이니에스타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었죠. 16강-8강-4강-결승전 모두 1-0 승리를 기록했지만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환상적인 패스 게임을 앞세워 상대팀에 흔들리지 않는 저력을 보인 끝에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품에 안았습니다.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은 패스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면서 세계 축구 판도가 진보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6. 파라과이의 월드컵 첫 8강 진출

파라과이는 16강 일본전에서 120분 동안 0-0 무승부 접전을 펼친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하여 8강에 진출했습니다. 마지막 키커 카르도소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월드컵 첫 8강 진출을 확정지었죠. 역대 월드컵 본선에 7회 출전했으나 8강에 오른적이 없었던 파라과이의 불운이 끝나는 순간 이었습니다. 남미에서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만이 축구 강국이 아니라는 것을 파라과이가 실력으로 입증한 것이죠. 경기가 끝난 뒤 파라과이 대사관 홈페이지에서는 한국 네티즌들의 축하 글이 쇄도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형제의 나라 파라과이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였습니다. 파라과이가 한국의 라이벌 일본을 제압했기 때문이죠.

7. 지윤남의 브라질전 골 그리고 복근

북한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3전 전패로 고개를 숙였지만 브라질전에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저력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특히 지윤남은 후반 44분 개인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출렁이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브라질 선수들을 농락하는 과감함을 뽐냈습니다. 또 하나 화제를 모았던 것은 지윤남의 복근 이었습니다. 경기 종료 후 상의를 탈의하면서 '인민 초콜릿 복근'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의 탄성을 모았습니다. "체지방 0%의 완벽 몸매", "연예인 복근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반응에 이르기까지 호날두도 부럽지 않은 명품 복근 이었습니다.

8. 정대세 눈물

북한-브라질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던 또 한 가지 순간은, 북한 공격수 정대세의 눈물 이었습니다. 정대세는 국가 연주 때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생애 첫 월드컵 경기를 치렀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세계 최강' 브라질과 경기하는 것이 감격스러워서 눈물 흘렸다고 고백했는데, 월드컵에 임하는 애정이 순수하고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월드컵 출전과 유럽 진출을 위해 축구에 매진했던 청년의 꿈이 드디어 꽃을 피운 것이죠. 얼마전 독일 보쿰에 진출한 정대세의 소원은 '세계 최정상 클럽' 맨유에서 활약중인 박지성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꿈은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9. 외질-뮬러의 선전

독일은 월드컵 3위를 기록했지만 충분히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성적 이었습니다. '정신적 지주' 였던 발라크 없이 월드컵에 출전했고 4년 뒤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보장할 수 있는 영건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외질-뮬러는 독일 축구의 10년을 짊어질 콤비로 떠올랐습니다. 외질은 투박하고 선 굵은 경기를 펼쳤던 독일 축구의 스타일을 기술적으로 진보시켜 팀의 공격 축구를 주도하는 뛰어난 플레이메이킹을 선보였습니다. 뮬러는 오른쪽 윙어임에도 5골 3도움을 기록하는 경이적인 스탯을 앞세워 독일의 새로운 득점 기계로 떠올랐습니다. 독일의 선전을 이끈 죽마고우의 꿈은 브라질 월드컵 우승으로 영글어 갈 것입니다.

10. 미국, 극적인 16강 진출

극적인 상황에서 터진 골은 축구의 짜릿한 장면을 선사하는 필수 옵션입니다. 미국의 도노번은 본선 3차전 알제리전에서 조국의 월드컵 탈락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16강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알티도어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문전으로 쇄도하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죠. 0-0으로 경기를 마치면 미국의 본선 탈락이 확정되고 슬로베니아가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으나 도노번이 위기의 미국 축구를 구했습니다.

-최악의 순간 6가지-

1. 잉글랜드 골키퍼의 알까기

잉글랜드는 남아공 월드컵 우승후보들 중에서 조편성이 가장 무난한 팀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 산산조각 엎어지고 말았습니다. 잉글랜드 골키퍼로 출전했던 그린은 전반 40분 뎀프시의 중거리슛을 뒤로 흘리는 통한의 실점을 허용하고 1-1로 비겼죠. 속된말로 '알까기'를 하며 스스로 실점을 내준 것입니다. 결국, 그린은 자국 국민들에게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퇴출되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끝에 그 다음 경기 부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 됐습니다. 그린의 알까기는 잉글랜드의 불길한 징조를 엿보게 하는 장면 이었고, 결국 잉글랜드는 16강에서 라이벌 독일에게 1-4로 대패했습니다.

2. 루니의 독설

잉글랜드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강팀의 이름값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린의 알까기와 루니의 독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 될 것입니다. 특히 루니는 본선 2차전 알제리전 부진으로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거센 야유에 시달리며 경기를 치렀습니다.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난 뒤에는 직접 카메라에 대고 "본국에 계신 야유하시는 우리 팬들 반갑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분위기네요. 정말 대단한 서포터들입니다"고 자국 축구팬들에게 비아냥대는 독설을 날렸습니다. 루니의 독설이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되는 이유는 무득점 부진을 일관했던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존재감이 남는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3. 일본vs파라과이의 수면축구

남아공 월드컵 최악의 경기를 꼽으라면 일본과 파라과이의 16강 경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파라과이의 역사적인 월드컵 첫 8강 진출 성과는 좋았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아쉬움에 남았습니다. 두 팀 모두 월드컵에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연장전을 포함한 120분 동안 어떠한 박진감 없이 미드필더들의 패스와 공 빼앗기를 반복하며 경기의 지루함을 키웠습니다. 이 경기가 한국 시간으로 저녁 11시에 열렸기 때문에 적지 않은 축구팬들이 TV 브라운관 앞에서 취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팀의 경기는 '수면축구'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4. 개최국 남아공의 탈락

2006 독일 월드컵까지는 개최국이 2라운드(16강) 진출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본선 탈락 했습니다. 본선 3차전 프랑스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2차전 우루과이전에서 0-3으로 패했던 것이 아쉬움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골득실에서 멕시코(+1, 남아공 -2)에게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죠. 16강에 진출하기에는 경험과 실력이 부족했고 팀 플레이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몇 년 혹은 몇십년 동안은 '역사상 최약체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오명을 듣게 됐습니다.

5. 프랑스-이탈리아 탈락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축구팬들의 시선과 이목을 사로잡은 이변이 여럿 속출했으며 대표적인 희생자가 1승도 못챙긴 프랑스와 이탈리아 였습니다. 프랑스는 본선에서 멕시코-남아공에게 패했고, 이탈리아는 본선에서 파라과이-뉴질랜드와 비긴데다 16강 진출의 운명이 걸렸던 3차전 슬로바키아전에서 2-3으로 패했습니다. 두 팀 모두 감독의 잘못된 지략으로 강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골을 책임질 수 있는 해결사가 없었고, 수비까지 겹치면서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프랑스는 끊이지 않는 내분으로 대통령까지 중재에 나섰고 이탈리아는 세대교체 실패의 댓가를 혹독히 치렀습니다.

6. 오심 월드컵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끊이지 않는 오심 논란으로 '오심 월드컵'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주심 및 선심의 능력이 의심 될 정도의 판정이 여럿 속출했기 때문이죠. 오프사이드를 골로 선언한 것(뉴질랜드 슈멜츠의 이탈리아전 골, 아르헨티나 테베스의 멕시코전 골 및 이과인의 한국전 골) 손을 이용한 골을 인정한 것(브라질 파비아누의 코트디부아르전 골) 골 라인을 통과한 슈팅이 골로 인정되지 못한 것(잉글랜드 램퍼드의 독일전 골) 헐리웃 액션에 속은 것(카카의 코트디부아르전 퇴장) 그 외 등등 한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의 오심이 잦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