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한국 축구, 네덜란드의 공격 스타일 배워야

 

한국 축구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은 대단한 일 입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전술적으로는 세계 강호들에 비해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냉정히 말해, 아르헨티나-우루과이전 패배는 한국 선수들의 기술 열세가 아쉬웠고 벤치의 전략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단점을 보완하고 선진 축구의 장점을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은 한국이 반드시 우승해야 합니다. 1960년 이후 반 세기 동안 아시아를 제패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는 것은 실력으로 입증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아시안컵에 출전하면 '한국이 우승하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하면서 상대팀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남아공 월드컵 4강에서 승리했던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전술을 한국이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밀집수비 공략,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움 될 것

한국의 아르헨티나전 1-4 패배 원인은 경기 초반부터 선수들이 너무 수비에 치중한 것이 오히려 상대팀에게 일방적으로 공격 흐름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를 막기 위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 것은 좋았지만 경기 시작과 함께 수비쪽으로 인원이 몰리면서 움츠려든 것이 상대팀의 '밀집수비 공략'에 의해 제압당했죠. 당연히 허리 싸움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빠른 역습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전반 막판 이청용의 골, 후반 중반 염기훈-이청용의 2대1 패스에 이은 염기훈의 왼발 아웃프런트 슈팅 이외에는 아르헨티나 미드필더진을 제치지 못했죠.

그런데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이 아르헨티나의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과 상대하는 팀들 중에서 전력이 약한 팀은 밀집수비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이 상대팀의 전술에 따라 전술을 유기적으로 변화하여 임펙트를 강하게 가져가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과거의 행보를 놓고 보면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2003년 오만-베트남전 패배, 2004년 두 번의 몰디브전 졸전(그 중에 한 경기는 후반 막판에 겨우 2골 넣었지만), 2006년 아시안게임 4강 및 2007년 아시안컵 4강 이라크전 패배가 그 예 였습니다. 허정무호가 북한과의 A매치에서 항상 고전했던 것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으로 화제를 전환하면, 한국이 네덜란드의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4강에서 우루과이를 3-2로 제압했던 원동력이 '밀집수비 공략' 성공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와 상대했던 우루과이는 허리에 중앙 미드필더 4명을 배치하고 포백과 간격을 좁혀 압박에 치중하는 밀집수비를 펼쳤습니다. 후반 8분 같은 경우, 점유율에서 43-57(%)의 열세를 나타냈지만 선수들의 총 이동 거리에서는 62.282-60.896(Km)로 상대팀 선수들보다 더 많이 뛰었습니다. 네덜란드의 파상공세를 막기 위해 종횡무진 움직이면서 부단히 압박했던 것이 수치로 나타났죠.

이에 네덜란드는 우루과이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전통적으로 측면 공격이 강했기 때문에 그 장점을 최대화 시킨 것이죠. 카위트-로번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이 공을 잡을 때 외곽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끌어내렸고, 그 과정에서 빠른 볼 처리에 의한 종패스를 통해 스네이더르-판 더르 파르트의 공격 침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상대 중원 사이를 파고들며 원톱 판 페르시와 종패스 또는 대각선 패스를 엮어내면서 상대 수비의 빈틈을 노렸습니다. 그 과정이 줄기차게 반복되면서 결국에는 후반 25분과 28분에 골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도 네덜란드와 더불어 측면 공격에 강하며 수준급의 윙어들을 대거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공격 지역에서 횡패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옆쪽으로 패스를 연결해야 공을 빼앗길 염려가 적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횡패스를 돌리면 전방으로 논스톱 패스를 띄우곤 합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횡패스 공격은 점유율만 늘릴 뿐 상대 밀집수비가 타이밍을 버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특히 수비력이 견고한 팀은 한국의 특징을 노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상대 수비에게 공을 빼앗기더라도 밀집수비를 뚫기 위한 종패스를 날리고, 패스를 받는 선수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면서 패스할 공간을 찾는 그런 흐름이 유기적으로 벌어져야 합니다.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횡패스보다 종패스를 막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한국 선수들이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공격수의 패스 전개도 마찬가지 입니다. 상대가 밀집수비를 펼치면 공격수는 당연히 최전방에서 고립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상대팀도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죠. 그동안 국제 경기에 출전했던 몇몇 한국 공격수들은 최전방에 머물며 후방에서 공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일부는 공 마저 제대로 받지 못해 상대 수비에게 허무하게 공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었죠.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에게 2선과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부지런히 움직일 것을 주문하고, 박주영이 우루과이전에서 미드필더들과 연계 플레이에 치중했던 것은 좋은 예 입니다. 문제는 그 작업이 얼마만큼 꾸준하느냐에 달렸죠.

하지만 아시안컵에서는 박주영 없이 대회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박주영에게는 아시안컵보다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통한 병역 혜택이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박주영이 유럽파입니다. 유럽 구단이 박주영을 두 번의 대회에 모두 차출을 허용할지 의문입니다. 아시안게임이라면 병역 혜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겠지만 아시안컵은 엄연히 시즌 중에 열리기 때문에 차출이 거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한국 대표팀이 올해 하반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고민입니다. 범위를 넓히면 기성용도 해당됩니다.) 문제는 박주영 만큼 공격수로서 파괴력을 높일 수 있는 한국의 옵션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 대표팀 또한 원톱의 파괴력이 약합니다. 판 페르시는 월드컵 본선 6경기 1골에 그친데다 아스날 시절에 비해 임펙트가 떨어졌습니다. 판 페르시의 백업인 훈텔라르는 지난해부터 슬럼프에 빠졌죠. 그럼에도 판 페르시가 월드컵에서 부진하지 않았던 원인은 이타적인 능력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입니다. 상대 중원 및 수비진 사이의 틈으로 침투하여 2선 미드필더와의 종패스를 통한 연계 플레이를 노리며 골 기회를 창출합니다. 카위트-스네이더르-로번이 골문쪽으로 접근하여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판 페르시가 상대 수비를 효율적으로 흔들었기 때문에 2선 미드필더들의 침투가 용이해졌습니다.

만약 한국이 상대 밀집수비에 막히면 공격수가 팀의 패스 게임이 끊어지지 않도록 2선 미드필더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선 미드필더들의 골문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판 페르시처럼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거나 혹은 빈 공간으로 움직이면서 패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빠른 볼 처리에 의해 2차 공격을 펼치거나 아니면 골을 넣을 수 있는 각도를 확보하면 슈팅을 날리면 됩니다. 네덜란드의 공격 스타일을 한국이 흡수하여 아시안컵에서 상대 밀집수비 공략을 위해 활용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