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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네덜란드 승리, 밀집수비 뚫어낸 공격력 강했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32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1974년, 1978년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던 네덜란드 축구가 이제는 월드컵 통산 첫 우승을 향한 시동을 걸게 됐습니다.

네덜란드는 7일 오전 3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케이프타운에 소재한 그린 포인트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4강 우루과이전에서 3-2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18분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가 왼발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열었고 전반 41분 디에고 포를란에게 왼발 중거리슛 동점골을 허용했습니다. 우루과이와 팽팽한 접전을 펼쳤던 후반 25분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가 박스 왼쪽에서 날렸던 오른발 슈팅이 M. 페레이라(막시 페레이라)의 몸에 맞아 골을 기록했고 3분 뒤 아르연 로번이 헤딩슛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후반 47분 M. 페레이라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3-2 리드를 지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우루과이전 승리로 결승에 올라 월드컵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지난 2년 동안 A매치 25경기 연속 무패행진 및 지난 3월 미국전 승리 이후 10연승을 이어갔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스네이더르는 우루과이전에서 골을 넣으며 대회 5골로 득점 공동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네덜란드는 오는 12일 오전 3시 30분 독일-스페인 승자와 우승을 놓고 치열한 맞대결을 펼칩니다.

네덜란드, 어떻게 우루과이 밀집수비 뚫었나?

우선, 우루과이는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던 남미 팀들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력을 놓고 보면 우루과이보다는 네덜란드가 더 강했습니다. 우루과이는 공수의 핵심이었던 수아레스-루가노가 결장한 여파가 컸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포를란을 카바니와 함께 투톱 공격수로 끌어올렸고, 포를란이 중거리슛을 넣으면서 선전했지만 카바니의 임펙트가 아쉬웠습니다. 그보다 더 문제는 네덜란드의 파상공세를 대처할 수 있는 수비라인이 평소보다 취약했습니다. 미드필더진의 압박 작전은 좋았지만 90분 동안 팀 수비를 리드할 수 있는 루가노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우루과이는 주장 루가노가 동료 수비수들을 이끌어야 수비 조직력의 짜임새를 더하면서 상대 공격을 철벽같이 봉쇄하는 팀입니다. 지금까지 탄탄한 실리 축구에 힘입어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루가노의 존재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루가노가 8강 가나전에서 전반 38분 무릎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수비 라인이 갑작스럽게 무너진 끝에 6분 만에 골을 내줬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네덜란드전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후반 25분과 28분 실점은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 옵션을 사전에 철저히 밀착 마크했다면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루가노의 결장이 뼈아팠던 이유입니다.

물론 우루과이는 루가노의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 4-3-1-2를 버리고 4-4-2를 구사하며 중앙 미드필더를 4명이나 투입하는 작전을 펼쳤습니다. A. 페레이라(알바로 페레이라)-아레발로-가르가노-페레스가 허리를 맡았는데 A. 페레이라와 페레스는 원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이며 네덜란드전에서 측면과 중앙을 골고루 오가는 활동폭을 그렸습니다. 네덜란드 좌우 윙어를 맡는 카위트-로번쪽으로의 볼 투입을 막아내고 판 보멀-데 제우의 측면 패스를 봉쇄하는데 초점을 모았죠. 우루과이가 루가노 결장 속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 미드필더 4명의 끈끈한 압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우루과이는 선 수비-후 역습 전술 앞세워 경기 내내 네덜란드 선수들을 압박했습니다. 후반 8분 같은 경우, 볼 점유율 43-57(%)로 열세를 나타냈지만 선수들의 총 이동 거리에서는 62.282-60.896(Km)로 상대팀 선수들 보다 더 많이 뛰었습니다. 이것은 우루과이가 네덜란드의 공격을 봉쇄하느라 좌우 공간 및 종횡 방향에 걸쳐 부지런히 움직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루과이가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밀집 수비망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의지가 투철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수비진을 리드할 수 있는 적임자(루가노)가 있었다면 승부가 어떻게 끝났을지 모를 일입니다.

반면 네덜란드의 승리는 '실리축구에서 토털사커로 변신했던 값진 결과'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전반 18분 판 브롱크호르스트의 왼발 중거리슛 선제골로 리드했지만 1-0 이후 너무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데다 전반 막판에 수비까지 헐거워지면서 포를란에게 일격을 허용했습니다. 월드컵 4강 진출의 원동력이었던 실리축구를 너무 믿었던 것이 느슨해진 경기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후반 시작과 함께 데 제우를 빼고 판 더르 파르트를 교체 투입하고 네덜란드 특유의 토털사커로 전환하면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공격에 집중하지 않으면 결승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공격에 올인했습니다.

무엇보다 판 더르 파르트의 교체 투입이 네덜란드가 후반전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스네이더르는 아레발로-가르카노의 협력 수비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판 더르 파르트가 투입한 이후부터 종적인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상대 수비를 흔드는데 분주했습니다. 판 더르 파르트가 판 보멀-스네이더르 사이의 공간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직접 중앙에서 공격 전개를 도맡으면서 아레발로-가르카노가 앞쪽으로 전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틈을 노렸던 판 더르 파르트가 스네이더르에게 빠른 볼 처리에 의한 패스를 연결하면서 우루과이의 중앙을 공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에 우루과이는 후반 중반이 되자 아레발로-가르카노를 포백과 폭을 좁히는 경기 운영으로 전환했습니다. 판 더르 파르트에게 뒷 공간을 내주면서 할 수 없이 라인을 내렸죠. 그래서 수비에 대한 무게감을 두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골문 앞에 8명이 수비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우루과이의 견고해진 밀집수비를 뚫는데 성공했습니다. 카위트-로번이 측면 구석에서 공을 잡아 공격을 풀어가면서 우루과이 선수들의 시선을 측면쪽으로 유도했기 때문이죠. 후반 25분, 28분 네덜란드 골 상황의 시발점은 측면 크로스 였습니다. 상대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한 다양한 작전을 능수능란하게 병행했던 것이 승리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후반 25분 스네이더르의 골은 운이 따랐습니다. 판 브롱크호르스트의 빨랫줄 같은 중거리슛 궤적처럼, 로번의 재치있는 헤딩골과 달리 우루과이의 오른쪽 풀백 M. 페레이라의 몸을 맞고 슈팅으로 빨려들었기 때문입니다. 판 페르시가 스네이더르에게 후방 패스를 밀어줬을 때 우루과이 수비수들이 공을 놓치는 바람에 스네이더르에게 슈팅 기회를 허용했지만 각을 좁힐 수는 있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우루과이 수비진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었던 슈팅이었지만, 결국 스네이더르가 행운의 골을 넣으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수비에 집중했던 우루과이에게 있어 스네이더르의 골은 뼈아팠던 대목입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맥이 풀린 수비를 펼치다가 또 다시 실점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네덜란드가 우루과이의 약점을 간파하여 또 다시 골 기회를 노려 로번의 헤딩슛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습니다. 경기 막판 M. 페레이라에게 실점했지만 로번의 골이 없었다면 네덜란드의 결승행은 불투명했습니다. 만약 스네이더르의 골 이후 1-0 상황에 이어 또 다시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면 방심에 의한 댓가를 치렀을지 모릅니다. 네덜란드는 우루과이전을 통해 강팀의 저력을 과시하는데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