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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프랑스-이탈리아의 본선 탈락 공통점 3가지

 

남아공 월드컵은 지구촌 축구팬들을 깜짝 놀래킨 이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강팀이 기대 이하의 행보를 그리면서 다크호스 및 약팀이 선전을 거듭중이며 무엇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본선 탈락이 충격적입니다. 두 팀은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유럽의 대표적인 강호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꼴찌로 추락하면서 우승 후보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프랑스는 A조에서 1무2패에 그쳐 승점 1점 밖에 따내지 못했습니다. 우루과이전 0-0 무승부로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멕시코전 0-2 패배, 남아고전 1-2 패배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프랑스의몰락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1무2패가 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이탈리아는 F조에서 2무1패를 기록해 월드컵 최약체로 꼽혔던 뉴질랜드(3무)보다 성적이 더 부진합니다. 파라과이 및 뉴질랜드전 1-1 무승부에 이어 슬로바키아에게 2-3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1974년 서독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본선 무대에서 탈락했습니다.

1. 감독의 잘못된 지략과 고집에서 빚어진 본선 탈락

프랑스의 도메네크 감독은 선수 장악 부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멕시코와의 하프타임 때 아넬카가 자신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퍼부은 것을 비롯해서 주장 에브라와 코칭스태프의 말다툼에서 비롯된 프랑스 선수들의 훈련 철수 사태가 이를 증명합니다. 그 씨앗은 도메네크 감독의 답답한 전술 때문입니다. 수많은 공격 기회 속에서도 느린 템포와 상대 박스 부근에서의 콤비 플레이 결여, 골 결정력 부족은 선수들보다는 도메네크 감독의 책임이 큽니다. 프랑스 공격 옵션들의 개인 능력은 세계 톱 클래스이기 때문이며 도메네크 감독이 그 선수들을 융합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프랑스는 멕시코-남아공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린 끝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우루과이전에서는 무득점 속에서도 90분 동안 경기 흐름을 장악했지만 '우루과이보다 낮은 클래스'에 속한 멕시코-남아공에게 허우적거리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라사나 디아라가 복통으로 월드컵 본선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 결정타가 되고 말았지만, 문제는 디아라 부상 이후 디아비가 가세함에 따라 4-2-3-1에서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으로 놓는 4-3-3으로 전환하면서 툴라랑의 수비 부담이 커지고 그 옆쪽에 빈 공간을 내주는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디아라를 대신할 수비형 미드필더를 발굴하지 못한 것이 도메네크 감독의 패착 이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리피 감독은 남아공 월드컵에 임하는 컨셉부터 실패작 이었습니다. 그동안 영건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제공하지 못해 노장들을 적극적으로 중용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선수들을 앞세워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겠다는 것이 리피 감독의 의도였으나 스쿼드에 패기가 부족해지면서 동맥경화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리피 감독의 잘못된 판단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예선 탈락에서 여실히 입증되었지만 오히려 노장에 대한 고집으로 여론의 세대교체 목소리를 흘려 들었습니다. 그 결과는 남아공 월드컵 본선 탈락으로 귀결 됐습니다.

리피 감독의 전술 또한 실패작 이었습니다. 측면 자원들의 고질적인 기동력 부족으로 4-3-3을 쓰기 힘든 단점이 있었는데 슬로바키아전에서 득점력 향상을 위해 4-3-3을 구사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동안 측면 자원으로 활용했으나 빛을 보지 못했던 이아퀸타가 원톱으로 올라갔으나 상대 수비를 흔들어주지 못했고 디 나탈레-페페로 짜인 좌우 윙 포워드가 후반 중반까지 상대의 협력 수비에 고립되는 무기력함을 일관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는 올 시즌 슬럼프에 빠졌던 가투소를 선발로 기용하는 악수를 두면서 몬톨리보-데 로시와의 호흡이 맞지 않아 잦은 패스미스를 연발한 끝에 슬로바키아에게 2-3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2. 공격의 구심점, 해결사가 없었다

프랑스는 4년 전 독일 월드컵에서 위태로운 행보를 걸었지만 '마에스트로' 지단의 존재감이 있었기에 결승에 진출하는 저력을 선보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단이 빠지면서 메이져 대회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유로 2008에서 네덜란드에게 1-4로 무너진 것을 비롯 1무2패로 탈락했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멕시코-남아공에게 패하면서 1무2패로 부진했습니다. 심지어 월드컵 직전에는 중국에게 0-1로 패하는 굴욕까지 겪었습니다. 큰 경기에서 지단 같은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지금의 프랑스 스쿼드에 없었던 것입니다.

구르퀴프는 월드컵 직전까지 지단의 후계자로 주목받았지만 프랑스의 탈락 주범으로 몰리고 말았습니다. 부정확한 패스, 불안한 볼 키핑력, 무거운 몸놀림을 일관하며 프랑스의 공격이 매번 끊어지는 원인제공 역할을 했습니다. 앙리는 이미 노쇠화에 시달리면서 대표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그를 벤치로 밀어낸 리베리의 과감한 문전 쇄도는 위력적이지 못했습니다. 오른쪽 윙어 고부는 임펙트 부족으로 리베리와 함께 측면에서 장단을 맞추지 못했고 원톱으로 출전했던 아넬카-지냑은 상대의 협력 수비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공격의 구심점 뿐만 아니라 해결사가 없었습니다.

기존 이탈리아 공격의 자랑은 트레콰르티스타 였습니다. 4분의 3 지점에서 공격을 조율하면서 창의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트레콰르티스타의 존재감 속에서 효율적인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이탈리아에서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델 피에로는 올 시즌 유벤투스에서 부상 및 부진으로 신음했고 토티는 여론의 적극적인 대표팀 발탁 목소리 속에서도 결국 합류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리피 감독은 디 나탈레-질라르디노-이아퀸타를 4-3-1-2와 4-3-3의 공격 삼각 편대로 활용했지만 창의력 부족의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골잡이 질라르디노의 남아공 월드컵 부진은 심각했습니다. 파라과이-뉴질랜드전에서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끝에 경기 도중에 교체 되었고 뉴질랜드전에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질책성 교체를 당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이탈리아가 반드시 이겼어야 할 슬로바키아전에서는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해 리피 감독의 믿음감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소속팀 피오렌티나에서 7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린 상태에서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던 것이 이탈리아의 부진을 키우는 원인이 됐습니다. 문제는 질라르디노의 공백을 윙 포워드 자원인 이아퀸타로 메우고 결국 실패하면서 마땅한 골잡이를 발굴하지 못했습니다. 창의력 문제까지 해결지을 수 있는 카사노를 리피 감독이 외면한 것이 공격력 부진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3. 수비가 불안했다

프랑스의 1988년 자국에서 열렸던 월드컵 우승, 2006년 독일 월드컵 준우승 원동력은 막강한 수비력 이었습니다. 그물처럼 견고하게 짜인 수비 조직력에 미드필더들의 탄탄한 수비 밸런스까지 힘을 실어주면서 쉽게 골을 내주지 않으려 했죠.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수비력은 한마디로 '자동문' 이었습니다. 디아라가 복통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하여 더블 볼란치 체제에서 툴라랑의 원 볼란치 체제로 줄였던 것이 상대팀에게 중앙 돌파를 쉽게 허용하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죠. 에브라-사냐로 짜인 좌우 풀백의 협력 수비 체제가 무너지면 여지없이 골 기회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센터백의 문제가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갈라스는 3월말에 종아리 부상을 당했던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고 아비달은 지난 2월 왼쪽 다리 내전근 부상으로 2개월 결장하여 실전 감각이 떨어진데다 본래 왼쪽 풀백 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원이 불안해지면서 툴라랑과 센터백의 수비 부담이 늘어나고 말았습니다. 디아비-구르퀴프가 서로 공격적인 욕심이 앞서다보니 호흡이 맞지 못해 협력 수비의 틀이 완전히 무너졌죠. 이러한 수비 불안은 공격 옵션들의 수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리베리-디아비-구르퀴프-고부가 적절한 위치를 못잡았는 계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탈리아는 '카데나치오(빗장수비)'의 막강함을 앞세워 전통적으로 수비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포백을 구성하는 칸나바로-잠브로타는 노쇠화가 두드러졌고 키엘리니-크리시토는 소속팀에서의 두드러진 성장과 달리 월드컵 무대에서 신선함을 불어넣지 못했고 상대 공격 옵션을 철저하게 봉쇄하지 못했습니다. 골키퍼도 문제였습니다. 부폰이 파라과이전에서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마르케티가 공백을 대신했지만 실점 고비를 넘기지 못했고 특히 슬로바키아전 3실점이 뼈 아픕니다. 부폰의 부상은 카데나치오가 무너지는 징조로 작용했던 셈입니다.

특히 칸나바로의 부진이 심각했습니다. 파라과이전과 뉴질랜드전에서 실점의 빌미를 내주더니 슬로바키아전에서도 맨 마킹과 수비 조율, 커버 플레이에 약점을 나타내면서 2-3 패배의 주범으로 몰렸습니다. 올해 37세의 노장으로서 전반적인 운동 신경이 젊은 선수들보다 부족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그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2년 전 부터 노쇠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리피 감독이 칸나바로를 끝까지 안고 갔던것이 수비력 약화 및 세대교체 실패로 이어졌으며 남아공 월드컵 본선 탈락 및 F조 꼴찌로 종지부를 찍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