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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우루과이전 앞둔 허정무 감독의 5가지 고민은?

 

오는 26일 넬슨 만델라 베이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와의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은 한국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달성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의 뚜렷한 성과를 거두려면 우루과이전을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이제는 경기에서 패하면 남아공 월드컵 일정이 종료되기 때문에 한국 축구의 위상과 비젼을 위해 우루과이전에서 후회없이 뛰어야 할 것입니다.

본선 3경기를 치른 허정무 감독의 마음도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뒤 3일 만에 우루과이와 격돌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따릅니다. 여기에 본선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선수의 활용 및 에이스 박지성의 최적 위치 등에 이르기까지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루과이전은 8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1. 박주영 파트너, 염기훈-이동국-이승렬 중에 누구?

허정무호의 대표적인 고민거리였던 박주영 파트너 발굴은 본선 3경기에서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타겟맨 박주영을 보조했던 염기훈이 쉐도우로서 연계 플레이 및 볼 키핑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상대팀에게 공을 빼앗기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물론 염기훈의 움직임은 활발했지만 잦은 부상에 따른 순발력 저하, 킥과 패스의 세밀함이 떨어지면서 공격진에 위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쉐도우는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출중해야 하는데 염기훈에게서 패스 플레이가 끊기는 것은 허정무호에 이롭지 않습니다.

만약 우루과이전에서 염기훈을 또 다시 쉐도우로 배치되면 박주영이 고립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루과이는 루카노-고딘으로 짜인 센터백 조합이 강력한 대인방어와 투쟁적인 수비력을 펼치기 때문에 틀림없이 '박주영 봉쇄'를 노릴 것입니다. 그래서 우루과이전에서는 박주영의 공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공격수의 선발 기용이 불가피합니다. 강력한 포스트플레이 및 상대 수비 틈 사이에서 골을 엮어낼 수 있는 이동국, 과감한 문전 침투와 현란한 드리블을 자랑하는 이승렬이 박주영 파트너로 활용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동국은 햄스트링 부상에서 완쾌되었고 이승렬은 꾸준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염기훈의 대안으로 적절합니다.

2. 4-4-2와 4-2-3-1, 그리고 박지성의 최적 위치는?

하지만 이동국 또는 이승렬의 선발 기용은 모험이 될 수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우루과이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칠지 의문입니다. 우루과이가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강점으로 삼고 있어 박주영 파트너 기용이 실패작으로 돌아가면 전술적인 패착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박주영을 원톱으로 놓는 4-2-3-1을 염두할 수 있습니다. 염기훈(김보경)-박지성-이청용 또는 박지성-기성용-이청용을 2선 미드필더로 포진해 박주영을 보조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박지성을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면 우루과이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루과이 입장에서는 박지성을 봉쇄해야 한국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 측면보다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곳이며 우루과이는 아레발로-페레스-A. 페레이라로 짜인 미드필더들의 수비력이 탄탄하고 호흡이 척척 맞습니다. 박지성이 부진하면 공격의 돌파구를 찾기 힘든 한국의 공격력을 놓고 보면, 박지성을 왼쪽 윙어로 염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성용도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면 패스 타이밍을 끄는 버릇 때문에 상대 압박에 걸릴 염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4-2-3-1에 실패했던 허정무 감독의 전술 운용이 4-4-2로 제한되지만 박주영 파트너가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3. 차두리vs오범석, 우루과이전 주전은 누구?

수비수는 열 번을 잘해도 한 번 실수하면 사람들의 질타를 받는 포지션입니다. 실점과 직결되는 위험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 혼신의 집중력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비수를 뚫고 골을 넣으려는 상대 공격수의 의지가 만만치 않은 만큼, 수비수의 실수가 속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차두리가 나이지리아전에서 전반 12분 우체를 놓치면서 실점을 허용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장면 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론에서는 아르헨티나전 4실점의 원인 제공 역할을 했던 오범석 보다는 차두리가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우루과이는 선수들의 개인기가 출중한 남미 팀 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개인기가 뛰어난 팀을 상대하면 오범석, 힘과 스피드를 주무기로 삼는 팀에게는 차두리를 오른쪽으로 로테이션 기용 했습니다. 그런데 오범석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개인기에 밀려 파울을 유발하고 뒷 공간을 쉽게 내주는 바람에 한국의 1-4 대패를 부추겼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오범석 카드 실패는 개인기의 팀과 상대하면 강력한 압박과 적극적인 협력 플레이를 펼치는 풀백을 기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여기에 빠른 역습 전개는 옵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두리가 오범석보다 더 안정적인 카드입니다. 문제는 허정무 감독이 차두리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4. 김남일을 교체로 기용할까?

허정무 감독은 나이지리아전 종료 후 "김남일의 후반 교체 투입은 실수였다"고 밝혔습니다. 김남일은 후반 18분 한국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교체 투입했으나 6분 만에 무리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문제는 경기 내용도 안좋았습니다. 맥이 풀린 커버 플레이, 안정적이지 못한 볼 터치, 매끄럽지 못한 위치 선정 때문에 중원에서 안정감을 불어넣지 못했습니다. 그리스-아르헨티나전에서도 수비 강화를 위해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었지만 예전 만큼의 폼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문제는 김남일을 대신해서 홀딩 역할을 할 수 있는 백업 멤버가 없습니다. 신형민이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전에서 최악의 부진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중원 가용 멤버가 부족합니다. 물론 김재성은 제주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포항 이적 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공격적인 성향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우루과이전에서 김정우-기성용이 중원에서 상대와의 허리싸움에서 밀리면 김남일을 기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김남일이 나이지리아전에 이어 우루과이전에서도 부진하면 허정무호 전술 운용이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5. 압박 축구, 우루과이전에서 위력 되찾을까?

한국 축구는 압박 축구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고 허정무호도 월드컵 이전까지의 평가전에서 미드필더진을 앞세운 압박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3경기에서는 전반적으로 압박이 소홀했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우-박지성이 출중한 수비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압박 축구가 성공했다는 일부 여론의 평가도 있지만, 미드필더와 수비수 전체의 짜임새 넘치는 압박은 분명히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메시 봉쇄에 치중하면서 이과인을 놓친데다 허리 싸움에서 밀리는 수비력, 나이지리아전에서 협력 수비의 틀이 무너지면서 여러차례의 결정적인 골 기회를 내준 것은 한국의 압박이 탄탄하지 않았음을 입증합니다.

문제는 한국이 우루과이전에서 체력적인 어려움을 안고 경기를 치르는 것입니다. 나이지리아전 종료 후 3일 만에 경기를 갖기 때문에 강력한 체력과 최상의 컨디션이 필수인 압박 전개에 지장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체력적인 어려움을 이겨내면 우루과이전에서 효율적인 압박을 펼칠 수 있겠지만 수비 상황에서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위치를 잘못잡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센터백이 미드필더보다 윗선으로 올라가고, 풀백이 중앙쪽으로 이동하고, 공격형 미드필더가 수비 진영으로 들어가는 부적절한 위치선정 때문에 상대팀에게 공간을 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우루과이전에서 압박 강화를 위해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내릴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