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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우루과이전 100배 즐기는 16가지 안내서

 

한국 축구가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은 매우 기쁜 일 입니다. 하지만 16강 진출에 만족하기에는 배고픈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승부근성은 어느 국가 및 민족에게 뒤지지 않으며 그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입증했습니다. 무엇보다 성인 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고 뚜렷한 족적을 세웠던 전적이 없었기 때문에 남아공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야 합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26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포트 엘리자베스에 소재한 넬슨 만델라 베이에서 우루과이와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을 치릅니다. 토요일 저녁에 열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TV 브라운관이나 길거리 중계 등을 통해 태극 전사들의 활약을 지켜볼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우루과이전을 100배 즐기기 위한 16가지 안내서를 작성했습니다. 한국의 상대팀인 우루과이의 전술적 특징 및 경계 선수들, 한국의 공략법을 언급하며 태극 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우루과이의 장점 및 단점 6가지-

(1) 포를란-수아레스의 막강한 공격력, 카바니까지 가세

우루과이 축구의 상징은 포를란과 수아레스입니다. 두 명의 공격수는 각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약스에서 강력한 슈팅을 앞세운 특출난 공격력과 경이적인 골 생산을 앞세워 유럽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두 선수의 개인 기량을 놓고 보면 세계 톱클래스라고 할 수 있으며 우루과이 대표팀에서 투톱으로 활약하면서 빼어난 호흡을 과시했으며 월드컵 16강 고지를 밟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여기에 멕시코전에서는 카바니까지 공격진에 가세하면서 4-3-3 체제로 변형하게 됐습니다. 타겟맨과 쉐도우, 윙 포워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포를란-수아레스-카바니의 다재다능함은 우루과이의 월드컵 선전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2) 본선 3경기 무실점 자랑하는 탄탄한 수비 조직력

일각에서는 우루과이의 수비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합니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4백을 구사했으나 불안한 수비력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 나선 우루과이의 수비 조직력은 막강합니다. 스위스가 2006년 독일 월드컵 4경기 무실점의 저력을 과시했다면 우루과이는 남아공 월드컵 본선 3경기 모두 무실점으로 선방했습니다. 특출난 공격 옵션들이 즐비한 프랑스를 상대로 3-4-1-2를 구사하여 무실점으로 묶은 뒤 남아공전에서 4-3-1-2, 멕시코전에서 4-3-3을 쓰면서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으며 3백과 4백을 뒤섞는 전술 변화를 통해 수비진의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수비력이 강해진 우루과이의 행보를 놓고 보면 월드컵 남미 예선보다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3)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는 실리축구가 핵심

우루과이의 수비력이 강해진 원동력에는 '실리축구'가 있었습니다. 포를란-수아레스의 골 생산을 앞세운 공격 축구에 무게감을 두기 보다는 철저하게 실점을 줄이면서 스코어를 관리하는 실리축구를 앞세워 본선 3경기에서 2승1무로 재미를 봤습니다. 루카노-고딘으로 짜인 센터백 콤비를 필두로 푸실레-M. 페레이라(막시밀리아노 페레이라) 같은 풀백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 아레발로-페레스-A. 페레이라(알바로 페레이라)로 구성된 미드필더들의 자물쇠 같은 수비력이 매우 견고합니다. 지역방어보다는 대인방어를 통해 상대 공격수를 밀어 붙이며 전방 압박에 강하고 오프사이드를 유도하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는 전술은 한국전에서도 적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4) 미드필더들의 창의력이 부족하다

우루과이의 미드필더를 구성하는 아레발로-페레스-A. 페레이라는 감각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아닙니다. A. 페레이라 같은 경우에는 과감한 공격 침투를 통해 포를란-수아레스의 공격력 부담을 덜어주는 기동력이 있지만 패스의 섬세함이 부족합니다. 아레발로와 페레스는 궂은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살림꾼으로서 견고한 수비를 펼치지만 수비진과 간격을 좁히기 때문에 공격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떨어집니다. 이러한 미드필더들의 창의력 부재는 공격 옵션들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기댈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됐습니다. 타겟맨이었던 포를란이 월드컵 본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윙 포워드로 전환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5) 포를란에 의존하는 공격력, 수아레스는 대표팀에서 파괴력이 반감됨

그래서 우루과이는 포를란의 공격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포를란은 골 결정력을 무기로 삼는 선수지만 우루과이의 공격 옵션 중에서 빼어난 연계 플레이와 볼 키핑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골보다는 공격을 만들어가는 역할에 치중합니다. 문제는 포를란쪽에 치우치는 공격 패턴이 단조로움을 나타내며 본선 3경기에서 '포를란 의존증'이 두드러졌습니다. 또한 수아레스는 유럽 무대에서 과시했던 출중한 공격력이 우루과이 대표팀에서 반감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고질적으로 기복이 심한데다 무리한 개인 플레이 때문에 상대 수비의 협력 수비에 걸리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두 선수의 개인 기량은 훌륭하며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하지만 단점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6) 강팀에 약하고 기복이 심하다

우루과이는 기복이 심한 약점이 있습니다. 월드컵 본선 3경기에서는 공수 양면에 걸친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고 개인 기량 및 조직력이 조화된 경기 운영을 펼친 끝에 A조 1위로 16강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남미 예선 5위로 밀려 플레이오프를 통해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정도로 전력적인 기복이 있습니다. 수아레스-페레스-에구렌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도 경기력의 편차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남미 예선에서는 브라질-아르헨티나와 치렀던 4경기에서 모두 패했고 칠레전 1무1패, 파라과이전 1승1패를 기록했는데 강팀에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월드컵 본선에서는 프랑스-남아공-멕시코를 상대로 선전했으나 프랑스-남아공은 16강 클래스가 아니며 멕시코는 승부근성이 약합니다. 한국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의문입니다.

-우루과이, 요주의 인물 5명 누구?-

(1) 디에고 포를란(31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수, 180cm/75kg)

포를란의 올 시즌 유럽 축구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유로파 리그 우승,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준우승을 경험했으며 프리메라리가 33경기에서 18골 6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월드컵 남미 예선 13경기에서 7골을 기록하는 천부적인 골 감각을 자랑했으며 월드컵 본선 3경기에서는 빼어난 2선 플레이 및 날카로운 침투를 앞세워 우루과이의 공격을 진두지휘 했습니다. 특히 남아공전에서 페널티킥을 포함해 2골을 넣으며 골잡이로서의 이름값을 떨쳤습니다. 미드필더진의 창의력이 떨어지고 수아레스가 기복이 심한 우루과이 입장에서는 포를란의 맹활약이 절실합니다.

(2) 루이스 수아레스(23세, 아약스, 공격수, 180cm/81kg)

포를란이 우루과이 축구의 아이콘이라면 수아레스는 우루과이 축구의 미래를 짊어진 '대기만성 스타' 입니다. 올 시즌 네덜란드 에레데비지에 33경기에서 35골을 넣었고 첼시-맨유-토트넘 같은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들의 영입 눈독을 받고 있습니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는 기복이 심한 공격을 펼쳤으나 17경기에서 5골을 기록했고 본선 3차전 멕시코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우루과이의 믿음직한 해결사로 떠올랐습니다. 감각적인 발재간과 폭발적인 스피드, 날카로운 슈팅을 주무기로 삼는 테크니션형 공격수지만 결정력까지 갖췄기 때문에 상대 수비 입장에서 위협적입니다.

(3) 디에고 페레스(30세, AS 모나코, 수비형 미드필더, 177cm/81kg)

페레스는 AS모나코 소속으로서 박주영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입니다. 모나코에서 터프한 수비력을 뽐냈지만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상대 공격 옵션의 빠른 문전 침투에 흔들리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을 커트하면 그 즉시 빠른 타이밍에 의한 패스를 통해 역습을 엮으며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움직임이 부지런합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아레발로-A. 페레이라와의 철저한 호흡 및 유기적인 세트 플레이로 재미를 봤으며 프랑스와 남아공전에서 각각 구르퀴프-피에나르 봉쇄에 성공했고 멕시코전에서 투철한 수비력으로 상대 공격 길목을 철저히 차단하며 우루과이 16강 진출의 밑거름 역할을 해냈습니다.

(4) 디에고 루카노(30세, 페네르바체, 센터백, 188cm/84kg)

루카노는 우루과이 수비의 중심이자 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리더입니다. 탄탄한 체격을 앞세운 강력한 몸싸움과 파워를 자랑하는 파이터형 센터백으로서 대인방어에 강합니다. 높은 점프력과 정확한 헤딩 타점으로 공중볼 처리에 강한 면모를 보였고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진가를 자랑했습니다. 여기에 고딘과의 철저한 호흡을 통해 우루과이가 월드컵 본선 3경기 무실점으로 16강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유의 리딩력으로 우루과이 선수들을 통솔하는 루카노의 존재감은 우루과이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구심점으로 작용할 것이며, 한국이 8강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루카노를 넘어서야 합니다.

(5) 페르난도 무슬레라(24세, 라치오, 골키퍼, 190cm/74kg)

한국의 정성룡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계기로 대표팀 부동의 주전으로 떠올랐다면 우루과이는 무슬레라가 있습니다. 무슬레라는 지난해 10월 10일 에콰도르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그 이후 절치부심 끝에 우루과이 부동의 No.1 골키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때 라치오에서 잦은 실수를 거듭하며 발로타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던 때가 있었지만 판단력을 기른끝에 다시 주전을 되찾아 라치오의 핵심 전력으로 거듭났고 지난해 맨유의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민첩한 몸놀림과 적절한 위치선정으로 상대팀의 슈팅을 막아낸 끝에 본선 3경기 무실점으로 우루과이의 16강 진출을 기여했습니다.

-한국, 우루과이를 공략하는 5가지 방법-

(1) 김정우, 포를란을 봉쇄하라

한국은 아르헨티나전에서 '메시 봉쇄'에 초점을 맞췄으나 다른 공격수를 놓치는 바람에 이과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막강한 공격 옵션들이 즐비하고 어느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공격을 펼치기 때문에 한국의 봉쇄 작전이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루과이는 포를란에 의존하는 만큼, 김정우가 끈질긴 수비력과 지지 않겠다는 투쟁력을 앞세워 포를란의 공격을 적극 봉쇄해야 합니다. 한국의 수비 조직력이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김정우가 얼마만큼 포를란을 철저히 방어하고 공을 따내느냐에 따라 한국의 8강 진출 여부가 결정 될 가능성이 큽니다.

(2) 기성용의 공격력을 맘껏 활용하라

우루과이는 수비에 중점을 두는 팀이며 미드필더진에서는 A. 페레이라를 제외하면 전진 형태의 공격을 펼치지 않습니다. 한국이 8강에 진출하려면 우루과이를 제압해야하기 때문에 공격에 승부수를 두어야 하며 그 밑바탕에는 기성용의 공격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A. 페레이라의 공격 침투가 '포를란 봉쇄'에 나설 김정우의 수비력에 부담이 가중 될 수 있지만, 한국이 공격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는 기성용이 A. 페레이라의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 또는 박지성-이청용의 측면 침투를 유도하는 대각선 패스를 적극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박주영이 루카노와 치열한 몸싸움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성용이 날카로운 중거리슛으로 우루과이의 골문을 가를 필요가 있습니다.

(3) 4-2-3-1 보다는 4-4-2가 더 적합

한국은 아르헨티나전에서 4-2-3-1을 구사했지만 미드필더진의 느슨한 커버 플레이와 매끄럽지 못한 위치선정 때문에 압박에 실패했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4-4-2를 구사했던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압박의 짜임새가 부족했지만 김정우의 홀딩 능력이 되살아나면서 야쿠부-카누 봉쇄에 성공했습니다. 4-2-3-1은 선수들이 앞쪽으로 쏠리는 활동 패턴 때문에 상대팀에게 뒷 공간을 쉽게 내주는 단점이 있습니다. 4-4-2는 종방향과 횡방향 움직임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에 기동력-집중력-체력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한국이 고질적으로 수비가 불안하지만 적극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4-2-3-1 보다는 4-4-2가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루카노-고딘 공략할 박주영 파트너를 잘 선택해야

우루과이의 루카노는 걸출한 대인방어를 자랑하는 파이터 센터백이며 고딘은 커버 플레이와 커팅을 앞세운 지능적인 수비력을 통해 테크니션 센터백의 진가를 발휘합니다. 파이터와 테크니션 센터백이 서로 어우러지는 우루과이의 수비력은 짜임새가 넘치며 박주영 만으로는 힘과 세기가 부족합니다. 한국은 본선 3경기에서 박주영의 적절한 파트너를 찾지 못했고 염기훈은 연계 플레이 및 볼 키핑력에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우루과이전 카드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쉬었던 이동국, 이타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이승렬 중에 한 명이 박주영 파트너를 맡게 될 텐데, 허정무 감독이 적절한 선택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5) 박지성-이청용의 빠른 측면 침투, 이영표-차두리의 오버래핑으로 승부수를 띄워라

한국이 우루과이전에서 승리하려면 기존의 강점을 최대화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키워드가 바로 측면입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측면 공격을 즐겼으며 우수한 윙어들을 대거 배출했습니다. 허정무호는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에서 박지성-이청용을 통한 좌우 측면의 빠른 침투를 통해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했고 이영표-차두리의 오버래핑까지 뒷받침하면서 상대 측면 뒷 공간을 뚫는데 성공했습니다. 우루과이는 푸실레-M. 페레이라로 짜인 좌우 풀백이 과감한 오버래핑을 펼치는 만큼, 박지성-이청용이 측면 뒷 공간을 파고들어 골 기회를 엮어내야 합니다. 이영표-차두리의 오버래핑까지 적시적소에 이루어지면 우루과이 측면을 무너뜨려 8강 진출의 길을 마련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