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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과 맞붙을 아르헨티나의 약점 10가지는?

 

한국은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이겨야 합니다. 지난 12일 그리스전에서 2-0으로 승리했으나 아직 본선 2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아직은 안심할 수 없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1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골리앗이 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라며 다윗격에 속하는 한국이 골리앗의 아르헨티나를 이기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명불허전의 실력을 자랑하지만 엄연히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약점 1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메시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무엇보다 '에이스' 메시의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 부터 지난해 5월 말 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FC 바르셀로나의 일정을 거의 소화했고, 올 시즌에는 FIFA 클럽 월드컵 일정까지 병행하면서 너무 많은 경기를 뛰고 말았습니다. 올 시즌 초반에는 지난 시즌의 과부하 때문에 평소만큼의 폼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잦은 경기 출전으로 지친 상태에서 월드컵에 나서고 말았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피지컬 트레이너 조차 '메시의 컨디션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힐 정도입니다. 팀 닥터는 이를 부정했으나, 나이지리아전에 출전했던 메시의 폼은 평소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2. 큰 경기에 약한 이과인-대표팀에 약한 밀리토

이과인은 레알 마드리드 부동의 골잡이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21경기에서 2골에 그칠 정도로 큰 경기에 약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10월 남미 예선 페루전에서 골을 넣으며 아르헨티나의 본선 진출을 공헌했지만 아직까지는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를 깨뜨리지 못했습니다. 출중한 재능에 비해 투쟁심이 약한 것이 원인입니다. 밀리토는 올 시즌 유럽 축구에서 경이적인 골 감각을 과시하며 인터 밀란의 트레블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22경기 출전했으나 4골에 그쳤고 남미 예선 6경기에서 무득점으로 부진했습니다.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3. 왼쪽에 비해 믿음직하지 못한 오른쪽 측면

아르헨티나의 왼쪽 윙어인 테베즈는 폭발적인 기동력과 왕성한 활동량, 강력한 체력을 앞세워 측면 및 전방 공간을 돌파하는 선수입니다. 그동안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아르헨티나에 공격 옵션들이 즐비하다보니 왼쪽 윙어로 나서게 됐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에는 테베즈 만큼 믿음직한 옵션이 없습니다. 테베즈에게 왼쪽 경쟁에서 밀린 디마리아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오른쪽 윙어로 활약했으나 발재간과 스피드를 비롯한 모든 능력에서 임펙트가 부족했으며 상대의 협력 수비에 걸려 압박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막시는 그동안 대표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으나 지난 두 시즌 동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리버풀에서 슬럼프에 빠지면서 예전 만큼의 화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4. 남아공 월드컵, 공격 축구가 고전하고 있다

본선 1차전을 모두 소화한 남아공 월드컵의 특징은 공격 축구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페인은 스위스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한 끝에 0-1로 패했고, 브라질도 북한의 철저한 수비 축구에 맥을 못춘 끝에 2-1로 간신히 승리했습니다. 프랑스는 우루과이전에서 90분 동안 경기를 지배하고도 0-0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잉글랜드는 미국전에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골키퍼 로버트 그린의 치명적인 실책 때문에 1-1로 비기고 말았습니다. 감아차기 힘든 자블라니의 특징과 수비 축구의 강세가 공격 축구에게 독이 되고 있습니다. '공격 축구'가 팀 컬러인 아르헨티나가 '수비 축구'로 맞설 한국에게 고전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입니다.

5. 베론이 부상으로 한국전에 결장한다

아르헨티나에게 있어 베론의 한국전 결장은 치명적입니다. 그동안 베론이 중원에서 뿌려주는 패스를 통해 공격 활로를 개척하고 조직력을 다졌는데 지난 나이지리아전 경기 도중 왼쪽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한국전 출전이 어렵게 됐습니다. 베론의 결장 공백을 메울 적임자는 막시-파스토레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시는 베론처럼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는 선수가 아니며 파스토레는 A매치 출전 경험이 단 1경기 뿐입니다. 베론의 대체자가 한국전에서 앵커맨 역할을 성실하게 소화하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그동안 조직력 부족에 시달렸기 때문에 얼마만큼 기존 선수와 호흡이 맞을지 의문입니다.

6. 마스체라노, 과부하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고전한 원인 중에 하나는 가고-마스체라노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실패 였습니다. 두 선수의 위치가 겹치면서 상대팀의 빠른 역습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뒷 공간을 허용했고 실점의 빌미가 됐습니다. 마스체라노와의 호흡에 문제를 드러냈던 가고는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고 마스체라노가 나이지리아전에서 베론과 함께 더블 볼란치를 맡았으나 한국전에서 베론이 결장합니다. 베론의 대체자로 여겨지는 막시-파스토레는 공격적인 선수들인데 마스체라노가 수비적인 측면에서 과부하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이 빠른 볼 처리에 의한 역습을 전개하면 마스체라노를 뚫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7. 좌우 풀백, 뒷 공간을 쉽게 허용한다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약점은 오른쪽 측면 뒷 공간입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오른쪽 풀백을 맡았던 구티에레스는 상대팀 측면 옵션에게 뒷 공간을 많이 허용하며 공격 기회를 내주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구티에레스는 본래 풀백이 아닌 오른쪽 윙어 자원 이었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이 공격 성향의 선수들을 위주로 스쿼드를 구성하면서 포지션의 밸런스를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티에레스의 백업으로 활용되는 부르디소는 세밀한 태클과 빠른 움직임을 자랑하지만 임펙트가 떨어지는 것이 흠입니다. 왼쪽 풀백 에인세는 공격적인 풀백이지만 그 특성 때문에 상대팀에 역이용 당하면서 뒷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고 맨유에서 에브라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8. 센터백의 민첩성 및 체력 부족

사무엘-데미첼리스로 짜인 센터백들은 강력한 대인방어를 자랑하지만 민첩성이 떨어집니다. 두 선수 모두 발이 빠른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 공격 옵션의 빠른 문전 돌파에 고전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선수들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펼치기 때문에 상대팀의 역습을 봉쇄하기에는 두 명의 센터백만으로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더욱이 두 선수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체력에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올 시즌 유럽 축구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비롯한 많은 경기를 소화했지만 팀이 공격 축구를 하다보니 후반 중반부터 지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한국은 부지런한 공격 옵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이번 경기는 체력전이 될 것입니다. 체력전에서 불리한 쪽은 아르헨티나 입니다.

9. 아르헨티나는 고지대에 취약하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열리는 요하네스버그의 해발 고도는 1,753m의 고지대이며 산소 분압이 19% 떨어지는 곳입니다. 공의 공기저항이 떨어지기 때문에 감각적인 발재간과 드리블 돌파를 위주로 경기를 펼치는 아르헨티나가 힘든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자블라니가 반발력과 탄성이 강하다보니 선수들이 볼 컨트롤하기 힘든 이점까지 작용합니다. 아르헨티나가 5일 전 요하네스버그에서 나이지리아와 경기했던 경험이 한국전에서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에인세가 결승골을 넣었음에도(FIFA에 의해 오심으로 판정되었지만) 맥이 빠진 공격과 빈약한 수비력을 일관했습니다.

10. 전략가의 향기가 없는 마라도나 감독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라도나 감독입니다. 아르헨티나가 화려한 선수층에 비해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고전했던 원인은 마라도나 감독의 전술 패착이 두드러졌습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5백으로 잠그기를 시도하다 실점을 허용한 것, 메시를 최전방에 고정시켜 선수의 능력을 반감시킨 것, 선수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여 조직력의 미흡한 약점을 드러낸 것, 고지대 경기를 위한 어떠한 대비책이 없던 것 등이 그 원인입니다. 축구가 감독의 비중이 높은 스포츠임을 상기하면, '전략가의 향기가 없는' 마라도나 감독의 문제점은 아르헨티나의 최대 불안 요소이며 한국에게 이변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