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그리스전 100배 즐기기 위한 16가지 안내서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떠한 일을 하든 첫 시작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육상 단거리 종목에서 스퍼트가 중요한 것, 야구에서 선발 투수 및 1번 타자의 역할이 막중하고, 수능에서 언어 영역 점수에 희비가 엇갈리기 쉬운 것처럼 어떠한 시작을 보내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됩니다.

축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원동력은 본선 첫 경기였던 폴란드를 2-0으로 제압하면서 상큼한 출발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허정무호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 진출의 성과를 거두려면 그리스와의 본선 첫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상대팀의 전력과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아야 하며 경기를 보는 우리들도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에 대한 전력 분석 및 한국의 승리 대비책을 언급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전을 100배 즐길 수 있는 16가지 안내서를 작성했습니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16가지로 정했습니다.

-그리스의 전술적 특징 5가지-

(1) 선 수비-후 역습이 전술적 근간

그리스는 오토 레하겔 감독의 지휘속에 철저한 수비축구를 펼칩니다. 레하겔 감독은 3백까지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상대팀의 공세를 무너뜨리는 것과 동시에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선 수비-후 역습을 선호합니다. 미드필더들이 철저한 수비 가담으로 수비수들과 간격을 좁혀 전방위 압박을 가하며 밀집 수비 형태를 나타냅니다. 그래서 유로 2004 우승의 근간이었던 선 수비-후 역습의 골격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수비력에 있어서는 B조 국가들 중에서 가장 으뜸입니다.

(2) 높이와 세트피스가 강점

그리스는 190cm가 넘는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며 대부분의 선수들이 우월한 피지컬을 갖췄습니다. 그래서 높이와 세트피스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나타내거나 세트피스를 통해 골을 넣는 장면이 여럿 있었습니다. 유로 2004에서도 세트피스로 재미를 봤었고 지난달 26일 북한과의 평가전에서 넣은 2골 모두 세트피스 상황 이었습니다. 특히 카라구니스-사마라스 같은 선수들은 날카로운 킥력을 자랑하며, 월드컵 본선에서는 선제골을 넣고 잠그기를 펼치기 위해 세트피스에서 승부를 낼 가능성이 큽니다.

(3) 롱볼 및 백패스 빈도가 많다

수비 위주의 축구를 펼치다보니 롱볼을 즐겨 구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패스 축구를 하기에는 공격 옵션들의 파괴력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 수 있는 레벨이 아니기 때문에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 번에 찔러주는 롱볼로 재미를 봅니다. 하리스테아스-사마라스 같은 190cm가 넘는 선수들이 전방에서 공중볼을 받아내 게카스에게 골 기회를 열어주거나 2차 공격을 전개합니다. 최근 평가전에서는 백패스 빈도가 늘어났습니다. 미드필더들의 섬세한 공격 전개 부족으로 기본적인 패스 게임이 되지 않다보니 백패스가 잦았고 그 과정에서 전방으로 롱볼을 날립니다.

(4) 더블 볼란치가 최대의 약점

더블 볼란치를 맡는 카추라니스-카라구니스의 개인 능력 및 커리어, 유로 2004 우승을 이끈 그리스 대표팀에서의 공헌도가 경이적입니다. 하지만 그리스의 전술적 측면에 있어서는 두 선수가 최대의 약점입니다. 30대 초반인 두 선수는 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지만 공격 기여도가 약하며, 패스 게임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며, 공격 침투의 과감함이 결여되어 있으며, 볼 키핑력까지 매끄럽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리스의 공격은 측면에 치중하는 단순한 공격 패턴을 그렸고 점유율 확보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5) 발이 느린 수비수

그리스는 그동안 탄탄한 압박을 기초로 하는 밀집 수비에 재미를 봤지만 문제는 수비수들의 발이 느립니다. 축구에서는 발이 느린 장신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리스 수비수들 중에 그런 성향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팀의 빠른 문전 침투에 약점을 드러내며 뒷 공간을 허용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평가전에서는 4백을 쓰고 있지만 3백을 쓸 때의 수비력이 견고합니다. 3백을 구사하면 수비수의 발이 느린 약점을 커버할 수 있고 카추라니스-카라구니스가 밑선에서 수비 가담을 펼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약점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리스의 요주인물 5명은?-

(1) 테오파니스 게카스(프랑크푸르트, 30세, 공격수)

게카스는 얼마전 헤르타 베를린에서의 임대 생활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로 이적한 공격수입니다. 레버쿠벤에서의 골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난 1월 베를린으로 임대되면서 17경기 6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리스 대표팀에서는 월드컵 유럽 예선 11경기 10골로 유럽 득점 1위에 올랐으며 박스 안에서 공을 받아내려는 민첩한 움직임과 빼어난 위치선정, 정확한 골 결정력을 주무기로 삼는 전형적인 골잡이입니다. 신장이 179cm지만 헤딩골을 잘 넣으며 박스 안에서의 득점 패턴이 다양하지만 미드필더 지원을 받지 못하면 최전방에서 고립됩니다.

(2)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셀틱, 25세, 공격수)

사마라스는 기성용의 동료로 유명한 공격수입니다. 193cm의 장신이지만 왼쪽 윙 포워드를 소화할 정도로 침투 및 드리블 능력이 좋습니다. 때로는 후방에서 올라오는 공중볼을 받아낼 때가 있지만 감각적인 발재간을 통해 전방 공간을 침투하거나 동료 선수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이어주는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으로 이동하여 볼 배급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있습니다.

(3) 기오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시나이코스, 33세, 수비형 미드필더)

카라구니스는 유로 2004 우승 멤버로서 중원에서 카추라니스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중거리슛과 세트피스를 자랑하며 왕성한 기동력과 투쟁심까지 갖췄습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봉쇄할 수 있는 압박을 자랑하며 상대 공격 예상 침투 공간을 미리 선점하는 위치 선정도 좋습니다. A매치 100경기 출전에 육박할 정도의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지만 유로 2004 우승을 이끌던 시절에 비해 기동력 및 드리블 돌파가 약해진 것이 흠입니다.

(4) 소티리스 니니스(파나시나이코스, 20세, 오른쪽 윙백-윙 포워드)

니니스는 그리스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오른쪽 공격 자원 입니다.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8분(1경기)밖에 뛰지 못했으나 올 시즌 소속티 파나시나이코스 및 최근 평가전에서 일취월장한 기량을 과시하며 앞으로의 밝은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빼어난 드리블 돌파로 상대 측면을 힘차게 두드리는 성향입니다. 북한전에서는 부상으로 결장했으나 지난 3일 파라과이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허정무호의 새로운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로 유명한 젊은피 입니다.

(5)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 31세, 수비수)

키르기아코스는 육중한 체격(192cm, 85kg)을 앞세워 상대 공격수를 맨 마킹에서 제압하는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입니다. 터프함과 강력함 같은 컨셉에 가장 잘 부합된 그리스 수비수이며 세밀한 태클을 자랑합니다. 기본적인 축구 센스가 있는 수비수답게 리버풀 소속으로 활약했던 지난 1월 31일 볼턴전에서는 이청용의 50m 거리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슈팅을 골문에서 걷어냈던 장면으로 잘 알려진 수비수입니다. 하지만 발이 느린 고질적인 약점이 있으며 올 시즌 리버풀에서 꾸준하지 못한 폼을 일관하며 스크르텔-케러거와의 주전 센터백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한국의 그리스전 대비책 5가지-

(1) 무조건 선제골을 넣어라

그리스는 전형적인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치는 팀으로서 1-0으로 앞서면 그 스코어를 지키기 위해 '잠그기'를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철저한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이기 때문에 상대팀 입장에서는 박스 안에서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리스는 공을 빼앗는 즉시 역습을 전개해 추가골을 노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국이 무조건 선제골을 넣어야 합니다. 한국vs그리스의 결과를 좌우할 결정적 흐름은 선제골이 될 것입니다.

(2) 그리스의 강점인 세트피스, 한국에게 기회

그리스가 세트피스를 강점으로 삼고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한국의 골 발판을 열어주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키르기아코스를 비롯한 그리스 수비수까지 공격에 가담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이 그리스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을 클리어링하면 박지성-이청용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이 빠른 드리블 돌파를 통해 역습을 노려야 합니다. 두 선수의 역습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충분히 검증되었고 월드컵 본선에서 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세트 피스로 골을 넣어라

한국은 최근 4번의 세계 축구축제 중에 3번의 대회에서 첫 골이 프리킥 상황에서 벌어졌습니다. 1994년 홍명보, 1998년 하석주, 2006년 이천수가 그 예 입니다. 그리스의 밀집수비를 공략하기 힘들면 프리킥과 코너킥 같은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골을 넣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염기훈-기성용-박주영의 가공할 킥력이 살아나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세기가 미흡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골 넣는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 세트 피스라는 것을 대표팀 선수들이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4) 그리스의 롱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그리스는 롱볼을 통해서 단 번에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마련할 수 있지만 상대 수비수 입장에서는 막아내기 쉬운 타입에 속합니다. 롱볼이 날라오는 시간에 예상 낙하지점에 다가가 상대 공격수와 공중볼 경합을 벌이거나 다른 공격수를 커버 플레이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철저한 지역 방어 체계를 갖춰야하며 사마라스-니니스 같은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선수들에 대한 협력 견제까지 필요합니다. 특히 왼쪽에는 박지성-이영표로 짜인 '황금라인'이 가동되기 때문에 니니스 봉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5) 게카스 봉쇄, 김정우 역할이 중요하다

게카스는 미드필더 및 윙 포워드들의 득점 지원을 받을때 절호의 골 기회를 노리는 킬러입니다. 그래서 조용형-이정수로 짜인 센터백들이 게카스를 철저히 견제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선수로서 김정우까지 커버 플레이를 펼쳐야 합니다. 게카스에게 향하는 그리스의 공격 길목을 봉쇄하려면 홀딩맨의 위치선정이 중요한데, 김정우가 활동 폭을 넓게 벌리면서 카추라니스-카라구니스가 소유한 공을 빼앗거나 게카스로 넘어가는 공을 막아낼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남은 한 가지, 한국vs그리스 예상 BEST 11-

한국(4-4-2) 정성룡(이운재)/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박주영-이승렬(염기훈)
그리스(3-4-3) 할키아스/파파도풀로스-파파스타소풀로스(모라스)-키르기아코스/토로시다스(스피로폴로스)-카추라니스-카라구니스-니니스(빈트라)/사마라스(살피기디스)-게카스-카라스테아스(니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