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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일본의 월드컵 4강 욕심, 히딩크 였다면?

 

축구는 감독의 비중이 높은 스포츠입니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즐비해도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략과 전술, 팀 장악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축구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선수들의 경기력과 팀 워크, 감독의 용병술이 서로 상생하며 최고의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의 리더십이 막중합니다.

 

그런데 오카다 다케시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을 우리가 주목할 필요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리더십이 '졸장(명장의 반대 개념)'의 전형적인 지도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오카다 감독의 지도력에서는 리더십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리더십이라 함은 조직이 설정한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때 빛을 발하고, 조직 구성원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다독이거나 직접 선봉에 나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때 리더로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카다 감독은 그런 인물이 아닙니다.

 

오카다 감독이 한국 축구팬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는 '월드컵 4강 발언' 입니다. 2007년 11월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는데 일본도 그에 맞는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는 큰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일본 대표팀은 거듭된 성적 부진에 시달린 끝에 본선 1승 달성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신세에 몰렸습니다. 3전 전패를 할 것이라는 여론의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오카다 감독은 지난달 24일 한국전 졸전끝에 0-2로 패했음에도 "그래도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며 4강 욕심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월드컵 4강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강조하며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담감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성적 향상의 걸림돌이 되었는지, 최근 일본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평소 만큼의 폼을 보여주는 선수는 오른쪽 풀백 자원인 나카토모 유토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선수들은 일본 국가 대표 답지 못한 답답합을 일관했습니다. 오카다 감독의 동기부여를 너무 높게 설정하면서 선수들이 그 목표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카다 감독의 리더십 문제점입니다. 리더가 조직의 원활한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 역량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한 걸음씩 내딛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반에서 시험 성적 30등 턱걸이 안에 드는 학생이 20등, 15등, 10등을 목표로 하며 단계적으로 성적이 향상되는 것 처럼, 한 순간에 4등안에 이름을 내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전 대표팀 세대보다 개인 기량과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대표팀 선수들의 역량은 월드컵 16강 진출 조차 장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리더십은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오카다 감독은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무리한 욕심을 키우며 선수들에게 현실적인 목표 의식을 주기보다는 부담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일본 축구가 2000년과 2004년에 아시안컵을 제패했고 2000년대 중후반 오심 전 감독 체제에서는 짜임새 넘치는 조직력을 과시했지만, 그 이후 오카다 감독 체제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 설정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끝에 이전 대표팀보다 전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는 전략도 결핍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성적 부진 원인이 오카다 감독의 지나친 점유율 집착 때문입니다. 자기 진영에서 여러차례 패스를 주고받아 점유율을 늘려 많은 공격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 오카다 감독의 심산입니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은 피지컬-체력-활동량이 약하고 고질적인 킬러 부재를 안고 있어 네덜란드-덴마크-카메룬 같은 세계 유수의 강호들에게 점유율 축구가 통할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오카다 감독은 지난 잉글랜드전에서 점유율을 버리는 역습 전술로 바꾸었으나 조직력이 어설프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월드컵이 얼마 안남았는데 전술을 바꾼 것 자체가 모험입니다. 결국에는 이도 저도 아닌 축구를 하는 셈입니다.

 

또한 오카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깊은 신뢰를 받는 지도자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지난달 10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으나, 팀의 에이스인 혼다 다이스케가 며칠 뒤 "수비를 하고 싶지 않다"며 개인 플레이에 치중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결국 오카다 감독은 혼다의 의견을 수용했지만 팀 장악력에 결합을 드러냈습니다.

 

만약 오카다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을 가졌다면 일본의 행보는 지금과 정반대였을 것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설정했던 목표는 월드컵 16강 진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번번이 16강 진출이 좌절되었던 한국 축구의 체질을 바꾸고 실력 위주의 선수들을 기용하며 체력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히딩크 감독의 의지는 단호했습니다. 프랑스와 체코에게 0-5로 대패하고 자신의 애인인 엘리자베스와의 동행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여론의 경질 압박을 받았지만 자신의 소신을 절대 굽히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히딩크 감독에게 있어 월드컵 16강 진출은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었을지 모릅니다. 4년 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맡아 4강 진출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4강을 이끌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이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게 0-5로 대패했던 것 처럼, 네덜란드와 한국의 레벨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목표를 16강으로 설정하여 선수들이 그에 걸맞는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1년 6개월 동안 철저한 훈련을 병행했고 그동안 숨겨져왔던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월드컵 4강에 진출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오카다 감독을 대신해서 일본 사령탑을 맡았다면 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켰을지 모릅니다. 얼마전 터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일본으로 갈 가능성은 없지만, 일본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히딩크 감독 같은 리더십이 출중한 지도자와 같은 배를 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지 모릅니다. 만약 일본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졸전 끝에 쓸쓸히 귀국하면 그 책임은 오카다 감독에게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와 비슷한 부류의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일본 축구는 세계 무대에서 표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