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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월드컵] 한국vs일본, 관전 포인트 7가지는?

 

결전의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서로 지지않기 위해 조그마한 약점이라도 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반드시 상대를 넘어서야 하는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전이 오늘 저녁에 열립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이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맞붙게 됐습니다. 오늘 저녁 7시 2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평가전에서 자존심 한 판 승부를 펼칩니다. 한국은 지난 2월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 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3-1로 제압했던 기세를 이어갈 것이며 일본은 3개월 전 패배를 복수하겠다는 각오입니다. 두 나라 국민들에게 여러가지 이슈들을 남길 한일전에 대한 관전 포인트 7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허정무호, 한일전이 부담스러운 이유

남아공 월드컵 같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라이벌과 경기를 치르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라이벌전 특성상 서로 지기 싫어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힘을 소모합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지금까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가상의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가 아닌데다 세 팀과 전혀 다른 점유율 위주의 전술을 쓰기 때문에 평가전 상대로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일본은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몇년 전 세대들보다 뒤떨어지고 조직력까지 결함이 생기면서 허우적 거리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라이벌전은 서로 물고 늘어지는 경기이기 때문에 전력 우세보다는 경기 당일 집중력과 컨디션에서 승부가 좌우 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이번 경기에서 패하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임하는 팀 사기가 떨어질 수 있는 우려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이번 한일전이 부담스럽습니다. 문제는 일본이 한국전에서 월드컵 출정식을 갖는다는 점인데, 한국 제압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입니다. 더욱이 경기 당일에는 비가 내릴 예정 입니다. 지난 16일 에콰도르전에서 이동국-김재성같은 부상자들이 속출했고, 1998년 황선홍의 중국전 부상 악몽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본전에서 선수들의 부상이 걱정됩니다.

2. 허정무호의 일본전 딜레마는 기성용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도 우려되지만, 허정무호의 중원 사령관인 기성용의 폼이 올라오지 않은 것도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허정무호 중원에 가용할 수 있는 선수들은 여럿 있지만 그동안 기성용을 중심으로 중앙 공격을 전개하면서 호흡을 다졌기 때문에 최근의 경기력 부진이 아쉽습니다. 기성용은 최근 셀틱에서 8경기 연속 결장으로 실전 감각이 저하되었고 지난 16일 에콰도르전에서 기대 만큼의 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전반 중반까지 동료 선수들이 주도했던 빠른 공격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고, 킥과 패스의 세밀함이 떨어졌으며, 특히 패스를 끄는 동작이 여렷 속출하면서 대표팀 중앙 공격 템포가 한 박자 느려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기성용은 일본전에서 선발로 투입 될 가능성이 큽니다. 허정무 감독에게 별도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킥 훈련을 받았을 정도로 실전 감각 향상에 주력했습니다. 최상의 경기 감각을 키운 상태에서 월드컵 본선에 나서야 하는 만큼 일본전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허정무호가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기성용이 평소의 폼을 되찾아야 하는데, 일본전에서는 에콰도르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펼쳐야 합니다. 허정무호 주축 선수들 중에서 기성용을 대신하여 중앙 공격을 지휘할 옵션이 없는 만큼, 결국 기성용을 믿고 가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전에서도 부진하면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데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3. 오카다호의 한국전 딜레마는 공격수

반면 일본의 오카다호는 투톱 공격수들의 경기력이 문제입니다. 전통적으로 공격 자원이 취약했으며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에 포함 된 공격수 전원이 미우라-나카야마 같은 이전 세대보다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오카자키-타마다-오쿠보-모리모토-야노는 강력한 '한 방'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아니며 골 결정력 불안 및 낮은 득점력 때문에 전형적인 골잡이와 거리감이 있습니다. 더욱이 타마다와 오쿠보는 대표팀에서 각각 왼쪽과 오른쪽 윙어를 소화했던 경험이 있을 만큼 최전방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만약 일본이 지난 2월 14일 한국전에서 미우라의 전성기 시절을 빼닮은 공격수가 있었다면 그 경기는 이겼을 것입니다. 타마다-오카자키 투톱이 골 결정력 불안에 시달리며 절호의 골 기회를 쉽게 놓치는 문제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센터백을 맡았던 조용형-강민수가 잦은 호흡 불안에 시달렸음을 감안하면 일본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번 한국전을 승리하기 위해 공격수들의 골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타마다-오카자기가 순도 높은 공격력을 뽐낼지 의문입니다. 어쩌면, 나카무라-오카자키-혼다로 짜인 스리톱으로 변형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4. 한일전 매치업 (1) 박지성vs혼다, 에이스 맞대결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는 박지성과 나카무라 슌스케 였습니다. 하지만 나카무라가 지난해부터 슬럼프에 빠진데다 혼다 케이스케가 CSKA 모스크바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박지성과 혼다의 새로운 대결 구도가 주목을 끌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은 한국의 왼쪽 윙어, 혼다는 일본의 오른쪽 윙어로 활약할 예정이어서 이날 경기에서 에이스의 자존심을 놓고 공수 양면에 걸친 치열한 볼 다툼을 벌일 예정입니다.

박지성과 혼다는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움직임을 뽐내는 선수입니다. 박지성이 부지런한 몸놀림을 앞세워 빠른 타이밍의 패스 연결과 공간 창출에 주력하는 선수라면 혼다는 날렵한 드리블과 정확한 오픈패스를 자랑합니다. 경험에서는 유럽 무대에서 수많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했던 박지성의 우세지만 혼다의 오름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네덜란드 VVV 펜로 시절에 유럽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고 모스크바 이적 후 팀의 주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강인한 투지를 강점으로 삼는 선수지만, 박지성-나카무라보다 경기력이 덜 여문데다 순간 상황 대처가 능숙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5. 한일전 매치업 (2) 조용형vs나카자와, 3개월 전 부진 만회할까?

한국과 일본의 수비 리더를 맡는 조용형과 나카자와의 맞대결도 주목됩니다. 두 선수는 자국에서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받지만 대표팀에서는 늘 수비 불안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조용형은 불안한 커버 플레이와 느슨한 대인 마크로 상대팀에 결정적 공격 기회를 허용했고 나카자와는 전성기 시절보다 발이 느려지면서 뒷 공간을 쉽게 간파당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지난 2월 14일 한일전에서는 조용형이 여러차례 대인마크 실수를 범했고 강민수와의 호흡이 맞지 못했습니다. 나카자와는 이동국-이승렬-김보경의 정면 돌파를 봉쇄하지 못해 1-3 패배의 주범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조용형과 나카자와는 이번 한일전에서 3개월 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몸부림을 칠 것입니다. 조용형은 강민수가 월드컵 엔트리에서 탈락하면서 이정수와 짝을 이룹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강민수보다는 이정수와의 호흡이 잘 맞은데다 지난 3월 3일 코드디부아르전에서 '세게 최고의 타겟맨' 디디에 드록바 봉쇄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어, 일본전에서 최상의 수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카자와는 A매치 100경기 넘게 출전했던 경험을 살리며 수비진을 조율하고 디펜스의 견고함을 키울 것입니다. 발이 느린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툴리우와 호흡하며 커버 플레이를 강화할 것입니다.

6. 한일전 매치업 (3) 이승렬vs모리모토, 영건 공격수 맞대결

이승렬과 모리모토 다카유키는 한국과 일본 축구계가 주목하는 영건 공격수들 입니다. 각각 21세, 22세이며 허정무호와 오카다호 공격의 새로운 옵션으로 등장했습니다. 이승렬이 지난 2월 14일 일본전, 지난 16일 에콰도르전 결승골로 허정무호의 새로운 해결사로 등장했다면, 모리모토는 지난 3월 3일 바레인전 교체 투입을 비롯 지금까지 A매치 4경기에서 1골 기록했습니다. 또한 이승렬과 모리모토는 각각 2008시즌과 2004시즌에 자국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던 공통점이 있으며 특히 모리모토는 J리그 사상 최연소인 16세 7개월 6일만에 신인왕을 받았습니다.

두 선수의 공격 스타일은 서로 다릅니다. 이승렬은 민첩한 몸놀림과 현란한 개인기가 어우러져 상대 수비진을 파고드는 성향이며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갑니다. 최전방 뿐만 아니라 측면과 하프라인 부근까지 넓게 움직이며 공격을 주도하는 전형적인 쉐도우 성향입니다. 반면 모리모토는 박스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 타겟 성향이며 저돌적인 움직임과 강력한 파워를 앞세워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타입입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카티나아에서 4년 동안 다져진 공격력을 자랑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공격력 저하로 주전에서 밀린 것이 흠입니다.

7. 엔도의 왼쪽 윙어 전환, 이청용 봉쇄 때문?

이번 한일전에서 눈여겨 볼 것은, 감바 오사카와 일본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중이 엔도 야스히토가 왼쪽 윙어로 포지션을 바꿀 것이라는 점입니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는 지난 23일 엔도가 대표팀의 홍백전에서 왼쪽 윙어로 뛰었다고 밝혔습니다. 엔도는 탄탄한 수비력을 강점으로 삼으면서 정확한 볼 배급을 통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선수인데, 중앙보다는 측면을 앞세운 역습을 통해 골을 넣겠다는 일본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미 일본은 한국전에서 초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엔도의 정밀한 크로스를 통해 골을 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엔도가 왼쪽 윙어로 전환한 것은 이청용의 공격을 봉쇄하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이 큽니다. 엔도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세밀한 볼 커팅을 자랑하는 선수이고 튼튼한 수비 밸런스 구축을 꾀하는 성향입니다. 일본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기로 예고한 만큼, 엔도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이청용 마크에 주력할 것이며 역습 상황에서 크로스를 띄우며 골을 노릴 것입니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측면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던 특성은 일본 선수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청용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페인팅 및 빠른 타이밍의 패스를 적절히 섞으며 공간을 활발히 움직인다면 엔도의 견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