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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을 향한 저평가는 그저 저평가일 뿐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가 맨체스터 지역 언론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의 저평가를 받았습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맨유들의 2009/10시즌 평점 및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박지성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 이었습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박지성의 시즌 평가에 대해 "노력에서 흠잡을 것이 없었고 아스날-AC밀란-리버풀을 상대로 골을 넣는 성공적인 시기가 있었다"며 2~3월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박지성을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박지성은 주전이 되기에는 부족했다"며 맨유 주전의 클래스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평점 6점을 부여했습니다. 박지성과 더불어 6점을 받은 선수는 마이클 캐릭, 대런 깁슨, 가브리엘 오베르탕이며 포지션 경쟁자인 루이스 나니와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각각 8점과 7점을 기록했습니다.

박지성의 저평가와 함께 관심을 받는 또 하나의 대상이 바로 이적설입니다. 박지성은 며칠 전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 CSKA 모스크바 트레이드설에 시달렸으며 이번에는 "그리스 윙어 소리티스 니니스(파나시나이코스)가 박지성의 대안으로 맨유에 이적할 것이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박지성의 대안으로 보도된 것은, 니니스가 박지성을 대체할 자원이자 박지성의 이적 가능성을 시사한 것입니다. 물론 현지 언론의 이적설 중에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지만, 맨유가 리빌딩에 돌입하면서 현지 언론이 박지성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적설도 박지성의 저평가 범주에 포함됩니다.(뮌헨 이적설 논외)

하지만 이러한 저평가는 지난 시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는 지난해 5월 29일 "맨유가 팀을 재정비하며 박지성, 테베즈, 나니를 내보낼 수 있다. 퍼거슨 감독은 오랜 기간 영입을 추진한 발렌시아를 영입하기 위해 박지성을 내칠 수 있다"며 박지성의 방출설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미러의 보도는 틀렸습니다. 박지성은 그해 9월 맨유와 재계약하여 팀 내에서 7번째로 높은 주급을 수령하며 여전히 맨유맨으로 남아있습니다. 현지 언론은 박지성을 흔들었지만 정작 맨유 구단과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이후 지금까지 5년 동안 쉴세없이 이적설 및 임대설에 시달렸습니다. 2005년 7월 맨유 입단과 동시에 곧 임대 될 것이라는 루머에 시달렸고 2005/06시즌 종료 후 아랍에미리트(UAE)리그 이적설에 직면했습니다. 2006년 10월 애스턴 빌라 이적설, 2008년 1월 포츠머스 임대설, 2008년 8월 에버턴-발렌시아 이적설, 지난해 6월 AC밀란 이적설이 있었고 이번에는 뮌헨 이적설에 CSKA 모스크바 트레이드설까지 겹쳤습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박지성 이적설 및 방출설은 그저 현지 언론의 생각일 뿐입니다. 박지성은 여전히 맨유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빅 클럽 선수들도 현지 언론의 저평가를 받습니다. 현지 언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박지성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동일하게 저평가를 했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에 대해서 저평가가 많았던 점은 석연치 않으며 이것은 '박지성 위기론'을 강조하는 국내 언론도 마찬가지 입니다. 올 시즌 중반에는 무릎 부상 여파로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상황이었으나 '개성이 부족하다'는 현지 언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은 시즌 후반에 공격형 미드필더로써 두각을 떨치며 개성이 부족하다는 현지 언론의 비판을 잠재웠습니다. 현지 언론의 박지성 비판이 비 건설적이고 무미건조하다는 것을 박지성이 실력으로 입증했죠.

박지성이 현지 언론의 저평가를 받은 근본적 이유는 아시아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아시아 선수들이 제 실력을 증명하지 못하고 소속 구단의 마케팅 이득을 늘려줬기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 '아시아 선수=티셔츠용'이라는 편견이 생겼고 그것이 박지성에 대한 저평가로 향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맨유 입단 초기 "티셔츠를 팔기 위해 맨유로 이적했다"는 현지 언론의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지난 5년 간 맨유로 이적했던 선수들 중에서 입단과 동시에 현지 언론 편견에 가장 크게 시달렸던 선수는 아마도 박지성 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현지 언론과 생각이 달랐습니다. 2006/07시즌 도중 "박지성은 내가 경험해 본 선수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다. 나는 박지성을 좋아한다"며 박지성의 실력에 흡족했습니다. 지난해 5월 5일 잉글랜드 일간지 <타임즈>에서는 "박지성은 매우 저평가된 선수다. 올 시즌 맨유의 중요한 경기들을 보면 항상 박지성에 있었다"고 칭찬했습니다. 지난 3월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박지성을 영입한 것은 실력을 보고 결정한 것이며 티셔츠를 팔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박지성을 '티셔츠 판매원'이라고 깎아내렸던 현지 언론을 비판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냉정히 말해, 박지성은 맨유의 주전이 아닌 스쿼드 플레이어입니다. 플랫 4-4-2를 주 포메이션으로 쓰는 맨유의 윙어는 나니-발렌시아가 주전이며 긱스까지 가세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박지성은 주전이 되기에는 부족했다"는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의 보도는 정확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박지성에 대해서 잘못 판단했습니다. 박지성은 맨유의 주전이 되기 보다는 맨유에서 오랫동안 롱런하기를 바랬던 선수이자 팀을 위해 헌신했던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근래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며 맨유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주전은 언제든지 밀려날 수 있고 다시 쟁취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세계 최정상급 클럽인 맨유에서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맨유의 주전이 되는 것보다 롱런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맨유의 주전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지난 시즌 맨유의 주전 이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타적이고 수비 능력이 출중한 박지성이 반대쪽 측면에서 기용된 것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맨유의 주전 이전에 스쿼드 플레이어 였습니다. 지난 시즌 4경기 연속 결장 1번, 3경기 연속 결장 2번을 기록한 것을 비롯 여러차례 결정하면서 붙박이 주전으로 뛰지 못했습니다. 또한 고질적으로 무릎이 안좋기 때문에 거의 매 경기에 투입하지 힘든 아쉬움이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아끼면서 출전하는 것도 무릎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쿼드 플레이어라는 점을 나쁘게 생각해선 안 될 이유입니다.

박지성은 얼마전 발간했던 <나를 버리다>라는 책에서 자신의 저평가에 대한 언급을 했습니다. 자신이 가는 길은 1인자가 아닌 축구에 대한 열정을 끊임없이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버풀 전 감독이자 명장인 빌 샹클리가 "축구팀은 피아노와 같다. 옮기는 데는 여덟 명이 필요하지만 그 악기를 연주하는 건 세 명 뿐이다"고 말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11명 모두 1인자가 되면 승리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것은, 박지성이 맨유라는 팀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여 맨유의 승리를 공헌하겠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또한 박지성은 지난 16일 에콰도르전 출정식에서 '대한민국에게 보내는 박지성의 편지'를 통해 팀 플레이를 강조했습니다. "축구는 팀의 싸움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가 있어도 하나로 힘을 모으지 못하면 언제든 무너지게 돼 있고, 최고의 선수가 없더라도 팀이 하나로 힘을 모으면 어떤 강팀도 이길 수 있습니다"는 내용을 편지에 실었습니다. 맨유에서 다져진 팀 플레이의 정신을 마음 속으로 함축된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축구는 개인이 아닌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누군가 팀을 위해 헌신해야 하며 박지성이 맨유에서 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결국, "박지성은 맨유의 주전이 되기에는 부족했다"는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의 저평가는 그저 현지 언론의 생각일 뿐입니다. 박지성의 목표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맨유에 잔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은 그저 맨유의 팀 플레이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또한 맨유라는 세계 최정상급 클럽에서 '맨유 롱런'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위한 꿈을 꾸며 달라가고 있음을 우리가 잊어선 안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