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주영, 남은 4경기 골이 필요하다

 

박주영(25, AS 모나코)은 올 시즌 모나코의 원톱 공격수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전형적인 쉐도우로서 조율에 강한 이미지를 보여줬다면 올 시즌은 원톱으로 전진 배치되어 높은 점프를 앞세운 제공권 장악을 통해 타겟맨으로써 최상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자신의 공격 스타일이 변화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롱런할 수 있는 경쟁력을 쌓으며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골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주영은 지난 시즌 리게앙 31경기 5골, 올 시즌 27경기 8골(프랑스컵 포함 9골)로 지난 시즌 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 복귀 이후 프랑스컵을 포함한 최근 8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스타드 렌전 부터 1월 31일 니스전까지 8경기 6골의 골 폭풍을 과시했던 것을 미루어보면 골 생산에 기복이 심합니다.

만약 지난 2일 파리 생제르망과의 프랑스컵 결승전에서 골을 기록했다면 1골 이상의 가치를 얻었을 것입니다. 정규리그보다는 결승전에서 골을 넣으면 무게감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공중볼을 따내는 역할에 주력했지만 골 생산의 기회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연장 전반 3분 박스 왼쪽에서 날린 터닝슛, 연장 후반 막판 두 번의 헤딩슛을 통해 골을 노렸지만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특히 터닝슛이 골문 안에 들어갔다면 골 부진에서 벗어나 앞으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박주영이 올 시즌 성공적인 활약을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공격수로 발전하려면 공격수의 기본인 골에 충실하는 모습도 보여야 합니다. 아무리 경기 내용이 좋아도 팀 승리의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골을 넣지 못하면 공격수로서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공격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골이기 때문이죠. 더욱이 모나코의 원톱으로 뛰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골 생산을 보여줘야 합니다.

물론 모나코 미드필더들의 공격 전개 부족 및 공격 옵션 개인에 의존하는 기 라콤브 감독의 전술은 박주영의 골 생산을 힘들게 하는 요소로 꼽힙니다. 모나코는 박주영-네네를 제외하면 팀 공격을 확실하게 책임질 적임자가 없습니다. 최근 후안 파블로 피노가 오른쪽 윙어로써 슈팅보다는 돌파에 주력하며 파괴력을 키웠고, 무사 마주가 조커로서 꾸준히 골을 넣으면서 박주영-네네에 대한 의존도가 완화된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프랑스컵 결승전에서 드러난 것 처럼, 최전방과 좌우측면을 활발히 오가며 공중볼을 따내는 박주영의 모습은 외로웠습니다. 모나코의 공격은 후방 옵션들이 박주영의 머리를 겨냥한 롱볼에 대한 빈도가 높은데, 정작 미드필더들이 박주영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해 공중볼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주영이 동료 선수들에게 공중볼을 부정확하게 연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지만, 박주영이 공중에서 따내는 공을 받아낼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이 능동적이지 못한 것이 더 문제입니다. 박주영의 공중볼 부정확에 대한 지적은 건설적이지 못합니다.

모나코의 문제점은 미드필더들의 공격 전개 부족입니다. 시즌 중반까지 박주영에게 활발한 전방패스를 밀어줬던 알레한드로 알론소, 루크만 아루나 같은 2선 미드필더 자원들은 시즌 후반이 되면서 움직임 및 활동 폭이 무뎌지더니 결국 공격력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코스타-망가니로 짜인 더블 볼란치는 좁은 커버 플레이 때문에 중원 장악이 약해 모나코 공격 옵션들의 유기적인 패싱게임을 유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나코 선수들이 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얻지 못했고 원톱 박주영이 골을 넣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나코의 전술적 어려움이 앞으로도 박주영 골 부진의 변명으로 작용하면, 박주영에게 이로울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박주영은 공격수로서 골을 넣어야 하는 선수이며 팀 전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라는 평가를 얻는 만큼, 이제는 스스로 모나코 공격의 임펙트를 찍을 수 있는 시점에 왔습니다. 공격수는 어떤 상황에서든 골을 넣어야 좋은 평가를 받는 것 처럼, 모나코의 공격력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해결카드는 박주영의 골입니다.

박주영은 지금까지 팀 플레이에 주력하며 이타적인 캐릭터로 부각 됐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네네-피노처럼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네네의 득점력은 시즌 초반과 중반에 비해 위력이 떨어졌고 피노는 고질적으로 골 결정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박주영이 문전으로 과감하게 쇄도하여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슈팅을 시도하는 장면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골을 제외하면, 최근 폼이 올라온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파괴력을 믿고 좀 더 과감하게 슈팅을 날려야 합니다. 공격수로서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골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 박주영에게 8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진 현 시점은 자신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합니다. 지난 시즌 프랑스리그 적응에 초점을 맞추고 올 시즌 타겟맨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면 이제는 골에 대한 욕심을 부려야 할 시점에 왔습니다. 공격수는 타겟맨과 쉐도우를 막론하고 골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박주영에게 골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백업 멤버인 무사 마주가 꾸준히 골을 기록하는 현 시점에서는 박주영의 골 감각이 정상적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박주영에게 올 시즌은 앞으로 4경기 남았습니다. 프랑스컵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친데다 모나코의 롱볼 공격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네 경기 모두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박주영이 골을 넣으면 그동안의 골 부진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을 이끌 수 있는 자신감을 성취하게 됩니다. 오는 6일 오전 2시(이하 한국시간) 로리앙 원정을 비롯한 남은 4경기에서 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